나탈리 조라고 불러줘

1차 항암 15일차

by 조아름

항암 1차를 하고 나면 꼭 14일 안에 탈모가 시작된다고 들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14일의 기절’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13일 차 아침.
어라? 아직 머리가 빠질 기미가 안 보이는데?



역시 입이 방정이었던 걸까.
그날 밤, 거짓말처럼 머리카락이 쑥쑥 빠지기 시작했다.
손으로 머리를 쓸어내리기만 해도 한 움큼씩 빠지는 경험은 인생 처음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14일 차.
‘14일의 기절’은 내게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아가와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사랑을 나누던 중, 평소처럼 아가가 내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그 순간, 가발 헤어피스를 잡아당긴 것처럼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져버렸다.



악!!!!



너무 놀라 소리를 질렀다.
빠진 머리카락 덩어리가 너무 커서 급히 거울을 보았고, 머리 중앙에 커다란 땜빵이 생긴 걸 발견했다.

아가는 해맑게 웃고 있었고, 나는 울컥 올라오는 마음을 꾹 눌러 담았다.



이 모습을 더 지켜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 서둘러 미용실을 예약했다.
자주 찾던 단골 미용실, 원장님 앞에 섰다.



“샴푸 필요하세요?”

원장님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머리는 감을 필요 없을 것 같고요. 머리를 밀어야 할 것 같아요.”



이미 내가 유방암 치료 중이라는 걸 알고 계셨던 원장님은 크게 당황하지 않으셨다.
머리를 밀기 전, 가위로 덤성듬성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그 모습은 차마 눈에 담고 싶지 않아 그냥 눈을 감았다.



“이제 밀게요. 준비되셨죠?”

눈을 감은 채 준비됐다고 답했다.



“울기 없어요!”


긴장한 나를 달래려는 말이었겠지만,
감고 있던 눈 사이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울 줄은 몰랐는데,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눈물이 되어 쏟아져 버린 것이다.



어느새 바리깡 소리가 멈췄고, 조심스레 눈을 떴다.
거울 속에는 머리카락 대신 두피에 바짝 붙은 아주 짧은 머리의 낯선 내가 서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이상하지 않았다.



아니, 나탈리 포트만이 떠오르는데?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삭발한 채 등장하던 그 장면이 스쳤다.



푸핫.
내가 삭발하고 미쳤구나.



이제 나를 나탈리 조라고 불러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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