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 첫 번째 만남

차라리 그를 보지 않았더라면

by moonrightsea

음악이 울려 퍼지자 일제히 무희들이 일어났다.


얼굴에 두른 반투명한 얇은 천. 귀에 두른 옥구슬들이 찰랑 거리며 영롱한 소리를 더해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하늘로 향해 높게 쳐든 팔을 타고 흐르는 얇은 모시 적삼은 희미하게 하얀 속살을 어두운 불빛아래 드리운 채 신비로운 몸 선을 유혹하듯 드러냈다.


빙그르 도는 무희들의 방향에 따라 사내들의 거친 숨결과 탄성은 이어졌다.

" 와아~"


칼군무에 맞춰 도는 무희들의 춤사위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마치 학의 군무를 연상하는 모습.

흩날리는 치마폭에 희미하게 드러나는 몸 선은 유려한 여성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오랜 전쟁으로 지친 그들을 흥분시켰고 그들은 거아하게 술기운이 올랐는지 연신 술을 들이켜더니 급기야 몸에 둘렀던 갑옷을 하나 둘 벗기 시작했다.


모닥불에 비친 사내들의 거친 몸뚱이.

그 단단한 갑옷 속에 드러난 그들의 몸에는 여기저기 칼에 베이고 찍힌 칼자국들이 선명했고 피부는 구릿빛에 단단한 근육들이 그들의 속 적삼 속에 선명한 근육의 흐름을 여실히 드러내며 속살을 타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그들의 자태에 춤을 추던 무희들도 신이 나서는 더 열심히 춤을 추기 시작했다. 무희들의 목에 걸렸던 수정 목걸이와 옥구슬들이 부딪히며 그녀들의 가슴선이 선명히 드러난 몸을 따라 부딪혀 더 영롱한 소리를 일제히 냈고 그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지며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었다.


그 순간. 희고 긴 무명천을 던지며 제단 가운데 모닥불 곁으로 다가가는 무희 하나.

오늘의 주인공 세희.




그녀는 오늘 나 대신 저 무리의 중심에 드러난 그를 유혹할 예정이었다.


유독 희고 부드러운 피부에 날렵하고도 오뚝한 콧날. 오목조목 크고 선명한 이목구비에 깊고 커다란 눈망울. 모시로 가려진 그녀의 얼굴 위로도 선명히 드러나는 그녀의 이목구비에 순간 왁자지껄하던 무리의 탄성은 조용한 침묵이 흘렀다. 묘한 긴장감과 함께.


제단 가운데 던져진 세희의 흰 무명 천은 천천히 그녀의 얇은 손끝으로 당겨지나 싶더니 그녀의 팔 끝으로 가서 마치 날개가 된 듯 온몸을 감싸며 휘익 감겨서 다시 그녀가 둥글게 도는 몸 선에 맞춰 풀려 나며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고 그 순간 일제히 무희들도 그녀를 에워싸며 둥글게 모였다 퍼지며 모닥불 가 둘러앉은 사내들의 뒤로 물러나며 둥글게 그들을 감싸 돌며 다시 빙글빙글 돌면서 춤사위는 이어졌다.


" 와아~~ 예쁘다."


무희들에게 둘러 쌓인 그들은 일제히 주변을 유혹하듯 맴도는 무희들에게 시선이 뺏겨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녀들을 바라보며 술을 들이키고 침이라도 흘릴세라 그렇게 바라보며 환호를 했다.


세희의 어깨에 둘러진 흰 무명 천이 마치 용이 춤을 추듯 하늘 거리며 중앙을 돌자 무희들의 팔은 바닥을 향했다 일제히 하늘로 향하고 장정들 사이를 다시 오가며 그렇게 춤사위는 아슬아슬하게 장수들을 스치듯 유혹하며 오갔다.

나는 그런 무희들의 무리에 섞여 한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뚝한 콧날에 아까부터 진지하게 곁에 앉은 책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천군과 대화를 이어가는 그.


아마도 무리의 수장으로 보이는 그는 젊고 용맹하며 머리를 틀어 올려 귀 옆으로 구레나룻를 타고 흩트러진 한 줄기 머리카락 마저 용맹스럽게 무희들이 일으키는 바람에 휘날렸다.




구릿빛 피부. 선명히 드러나는 날렵한 턱선과 한참을 자르지 않아 거칠게 자란 턱수염. 그 위로 크고 두툼한 그의 입술. 그가 술잔을 높이 들자 모닥불 가를 둘러앉은 장수들은 일제히 높게 잔을 들며,

" 대왕께 충성을!"


그렇게 외치고는 일제히 잔을 들어 술잔을 부딪히며 단 숨에 그 독한 담근 주를 연신 들이키며 흥겨워했다.

그의 매섭고 뚜렷한 짙은 쌍꺼풀 사이 깊은 눈매가 사방을 둘러 보나 싶더니 이내 긴장을 풀고 술을 연거푸 들이켰다.


그러자 곁에 앉았던 책사가 중앙의 세희를 가리키며 뭐라고 그에게 귓속말을 건넸고 그는 책사 곁에 앉아 있던 천군에게로 시선을 돌려 바라봤다. 그러자 천군이 웃으며 잔을 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도 잔을 들어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잔에 다시 장수들은 잔을 높게 들고는

" 건배!"


그렇게 외치며 술을 연이어 들이켰다. 그러며 보다 편안해진 자세로 다들 술판에 몸을 맡겼다.

그런 그들의 중앙에 무희들의 몇몇은 이어지는 춤사위를 펼쳤고 몇몇들은 장수들의 곁으로 파고들어 술잔을 건네거나 술을 따라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세희도 어느새 그의 곁으로 가 그에게 술잔을 올리며,

" 대왕님 이렇게 멋진 분이신 줄 몰랐습니다."




세희의 흔들리는 눈동자.


한눈에 봐도 그녀가 그에게 매료되었음을 알 수 있는 반짝이는 아름다운 눈망울.

그에게 술잔을 건넨 세희는 이윽고 손에 든 흰 무명천으로 그의 몸에 흩날리듯 뿌린 뒤 천천히 그의 몸을 타고 흐르는 천을 당기며 그를 유혹하는 춤사위를 이어갔다.


흐르는 천을 타고 드러나는 그의 단단한 근육질 몸은 어느새 그가 풀어헤친 가슴팍 선명히 드러나는 복근사이로 파고들어 그의 윗옷을 어깨까지 벌렸고 그의 늠름한 어깨선이 드러나며 그는 잔뜩 흥분한 채 두 팔을 뒤로 뻣어 목을 하늘로 향해 치켜들었다. 그러자 세희는 그 기회를 놓칠세라 그의 무릎 위로 다리를 옮기며 그의 뒤를 돌아가며 둥글게 돌며 춤사위를 이어갔다.

바람에 흩날리는 그녀의 향내.


꽃가루를 잔뜩 바른 그녀의 목선에서 흩어지는 그 향내는 살랑거리는 바람사이 뿔뿔이 흩어지며 주변에도 번졌고 곁에 앉았던 장수들은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 와 너무 향기로운데?"


그러며 그녀에게 손을 뺏으려 하자,

곁에 앉았던 책사가 부채로 그 장수의 손을 탁 치며,

" 어허 대왕님 것을 어디!"


그렇게 그들의 거친 손을 제지했다. 그런 그들의 몸부림에도 아랑 곳 않고 세희는 끊어질 듯 유혹하는 춤사위를 이어갔다. 그러며 서서히 얼굴을 가렸던 무명천 한쪽을 풀어서는 찰랑거리는 그녀의 귓가 영롱한 옥소리가 나는 귀걸이 소리를 대왕의 귓가로 가져다 대며,


" 여기 남쪽에서 뛰어난 기술로 다듬은 옥이지요. "

라고 말하고는 그녀의 귀에 걸렸던 옥귀걸이를 빼서는 그의 가슴팍에 올려 두었다. 그러며 천천히 풀어헤쳐진 그의 가슴에 아슬아슬 손길을 닿을 듯 말 듯 손끝을 세우고는 다시 하늘로 손길을 들며 나비처럼 춤사위를 이어갔다.

어느새 대왕의 시선은 그녀의 손끝과 그녀의 얼굴로 향해 이어졌고 그런 그의 시선을 그녀도 느꼈는지 얼굴의 두 볼이 붉게 변하더니 옅은 미소를 띠며 그를 흘깃 바라보다 더 높이 두 팔을 허공으로 뻣어 올려 멈췄다.

그러자 이어지던 타악기 소리가 멈췄다.




이글거리는 모닥불 사이.

일제히 멈춘 타악기 연주. 그리고 모두의 시선은 세희의 손끝과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그녀는 바들바들 떨리던 선홍색 입술을 열어 가느다란 미색의 음성을 드러냈다.


" 대지를 울리는 소리. 대지를 두드리는 소리. 용맹하게 내달리는 말발굽 소리. 초원을 가로지르는 그 용맹함을 가로지르며 샘솟는 생명들. 꿈 트는 새로운 기운들이 솟아나며..."


그녀의 음성 사이 흘러나오는 음색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그 음색을 받치며 흐르는 타악기의 느린 연주들이 어느새 흥을 더하며 그녀의 목소리를 받치고 그녀의 움직임을 더 돋보이게 했다.


그러자 그녀는 천천히 하늘을 향해 뻗어 올렸던 손을 내리며 그녀의 목을 천천히 쓸어내렸고 그녀의 손끝으로 그녀의 머릿결과 몸 선이 선명히 두드려지며 유혹의 선을 만들어 갔다. 그러자 그녀는 어느새 아래로 내려 뻗었던 손길을 천천히 들어 다시 한번 자신의 몸에 가져다 대었다 대왕에게 가져가 그의 가슴에 천천히 손 끝을 가져다 대며,


" 생명을 이루는 자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자 당신의 불타는 심장을 두드리는 그 기운이 천지로 요동을 치니..."

그렇게 노래를 부르며 그의 가슴을 타고 어깨로 손끝을 올려 그의 목을 휘감다 다시 그의 턱을 손끝으로 타고 그의 볼을 타고 손등으로 그를 쓰다듬자 그가 부드럽게 그녀의 손등에 얼굴을 비벼댔다.


" 당신의 용맹함은 천지를 가르고 세상은 당신을 향해 가오니 하늘 이시어~!"


절정을 향해 가는 그녀의 미색이 깃든 음성. 그녀의 긴 목선을 타고 배를 요동치며 울려 퍼지는 음색은 사방으로 퍼지며 무희들의 춤사위를 더해 무대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고 일제히 무희들은 장수의 품에서 일어나 세희의 노래에 맞춰 주변을 빙그르 돌며 춤사위를 이어갔다.




그리고 세희는 다시 손바닥으로 대왕의 머리를 쓸어 손등으로 그의 볼을 어루만지다 그녀의 얼굴을 그 곁으로 바짝 붙여 마치 참았던 숨을 토하듯 '하아' 하고 한 숨을 내뱉더니,


"새로운 세상의 기운이 그대와 함께 할 지어이다!"


라며 노래를 마무리했고 타악기의 연주도 절정을 다하는 가 싶더니 더 분위기는 고조되며 무희들의 춤사위는 한층 고조되고 분위기는 절정이 되어 술판에 건아하게 흥이 더해져 장수들이 일어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술잔을 부딪히고 연신 술을 들이켰고 대왕도 주변에 술잔을 부딪혔다.


그의 곁에서 춤을 추던 세희가 어느새 술잔을 들며 그에게 부딪히려 들자 대왕은 고개를 돌려 천군을 바라봤고 천군도 흥에 겨워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높이 들었다. 그러자 그가 세희를 한번 바라보며 술잔의 술을 한 번에에 다 마셔버리더니 입가의 술을 쓱 닦고는 빤히 세희를 바라 보나 싶다가 시선을 돌려 흘기듯 나를 바라봤다.


무희들 틈에 끼여 장수들을 오가던 나는 그의 눈길에 흠칫 동작을 멈추고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당황한 나머지 몇몇 술이 떨어져 술을 챙기러 나가는 무희들 틈에 끼여 종종걸음으로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귀 뒤로 왁자지껄 이어지는 술판의 소란스러운 소리들.


시선을 돌려 흘깃 무리들 틈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세희를 바라보자 세희는 대왕이 앞으로 교차해서 뻗은 다리 위에 다리를 벌린 채 서서는 치마 자락을 양손으로 살포시 움켜쥔 채 무릎을 굽히며 인사를 건넸고 그리고 다시 다리를 모으고는 그의 곁에 앉아 그에게 술을 권하였다.


그럼에도 그의 시선이 내 뒤통수에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말이다.




대왕이 이곳에 도착하기 전 아버지는 나를 부른 뒤 내게 말했다.


" 천군으로 사사로이 점괘를 이용하면 안 되는 줄 알지만 어찌하겠느냐. 나 또한 천군이기 이전에 아비인 것을. 하지만 이것이 우리가 살 길이기도 한 것을... 내 말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곧 그가 여기 당도할 것이야. 너는 최대한 그와 마주하여서는 안된다. "


하지만 이곳에 도착하기 전 이미 본국에서부터 남쪽에 대한 이야기와 첩보를 입수해 왔던 책사가 그에게 귀띔을 했는지 이곳에 당도하자마자 그들이 제일 먼저 찾은 것은 천군이 아니라 나였다.


" 천군의 여식을 대왕에게 받치시오. 그러면 저희 대국도 이곳에 위해를 가하지 않고 정혼국으로 정중히 받들고 성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오."


하지만 이러한 것도 이미 천군은 하늘의 명으로 알고 있은 터.

천군은 제사단 곧곧에 배치되어 숨은 사람들까지 모조리 밖으로 끌어낸 군사들 사이 나를 본 뒤 세희를 바라봤다.

세희는 아버지와 이웃 사로국 공주와의 사이에서 나은 내 동생이었다.


그녀는 비록 나와 같은 하늘의 기운을 타고난 것은 아니나 나보다 뛰어난 미색을 겸비하고 뛰어난 문무와 학식을 갖춘 덕에 이미 오래전에 주변 여러 나라를 통해 혼담이 오가던 차였다. 그리고 그런 연유로 세희도 나보다는 오히려 주변 국에 더 많이 알려져 내국인 몇몇 만을 제외하고는 천군의 딸로 다들 세희를 알고 있을 정도였다.


" 언니. 대왕을 잠깐 봤는데 진짜 잘 생겼어. 무사처럼 안보였어. 너무 용모가 수려해서 첫눈에 금방 반해버렸지 뭐야. 나중에 무희 춤출 때 내가 무대에 나가면 잘 봐줘. 내가 꼭 오늘 밤에 그를 유혹할 테니."


" 너 위험한 일인데 괜찮겠어?"

" 어차피 그 사람이 원하는 건 천군의 여식이고 그럼 나잖아. 언니는 하늘의 뜻을 타고났으니 섣불리 건드리지도 못할 거고 주변에서는 언니가 천군의 여식인지도 모르니 다들 내가 그렇게 타고 난 줄 아니까. 나를 함부로 못할 거 아냐. 더구나 그렇게 멋진 사람과 혼인을 맺어야 하는데 왜 굳이마다 하겠어?"


나는 동생이 걱정이 되었지만 이미 그러기에는 동생의 눈에 그는 너무나 멋지고 용맹하며 잘 생긴 정혼자였다. 그런 그와 눈도 마주치지 않은 나로서는 굳이 아버지 말씀대로 그를 만날 연유도 그를 볼 이유도 없었다. 피할 수 있는 자리면 더 좋지만 분위기가 그렇지 못하다는 게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그를 만나면 안 되는 이유. 결정적인 이유도.


" 네가 보면 알 것이다. 한 눈에도 알아볼 것이니... 아마도 네 연이 닿아 그를 마주하게 되면 그는 너를 알아볼 것이야. 하지만 너는 절대 그와 말을 섞어서는 아니 된다. 만약 그들의 손에 이끌려 네가 가게 되면 우리는 멸족을 하고 말 것이야. 하지만 네가 그들을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대대 손손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일반 민의 틈에서 명맥을 유지할 것이야. 명심해라.

절대 그들을 따라가서는 아니 된다. 혹여 사로국(신라)에서 너를 데려가는 한이 있더라도 어차피 그들 또한 우리와 한 몸. 결국은 이 땅에 뿌리내림은 같으니 내 말을 섭섭히 여기지 말거라. "


아버지는 내게 그렇게 당부하였다.


내게 걸린 우리나라의 명운. 그리고 내가 타고난 운명.

그것은 내가 부인한다고 될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거스를 수도 없는 것임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운명을 어디 그렇게 쉽게 무 자르듯 단칼에 거부할 수 있던가.


그를 향한 나의 호기심은 어쩌면 마치 오월 찬란한 햇빛 아래 영롱한 빛을 더한 양귀비 마냥 나를 유혹했고 그의 근처도 가면 안 되는 것을 나는 급기야 하고많은 변장 중에 무희가 되어 그의 곁을 아슬아슬 오가며 춤추는 그 춤사위 속에서 그를 엿보고 말았다.


그의 늠름한 자태. 단호한 입술. 부리부리한 눈망울.

그를 본 순간 첫눈에 숨을 멎을 것만 같았고 그의 곁을 아슬하게 춤사위에 파묻혀 지나칠 때 내 심장은 미친 듯 요동쳤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향한 온 세상의 운명이 그와의 인연을 거부할수록 내 심장은 더 미친 듯 요동치며 그를 갈구하고 있었다.


'더는 내가 실수하기 전에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


그렇게 굳게 마음을 먹고 칡흙같은 어둠이 내리며 밤이 깊어지길 기다려 나는 말에 몸을 실어 그곳을 벗어났다. 그에게서 한없이 멀어지려 애를 쓰며 그에 대한 내 연정을 가슴에 품고.

미친 듯 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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