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rightsea Sep 14. 2023

#1-2. 다섯 번째 별

캠핑카

' 괜히 신경 쓸 일 아닐지도 모르지. '


나는 이내 커피들이켜고는 서둘러 자리에 누었다. 캠핑카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 후두둑 후두둑 "

유달리 귓가를 때리던 파도소리만큼 오늘따라 그 빗소리가 더 크게만 느껴진다. 쉬이 잠들기 쉽지 않은 밤.

몇 번을 잠을 뒤척이다 깨서 보니 아침 7시.

나는 서둘러 씻은 뒤 옷을 챙겨 입고 짐을 챙겨 차로 향했다. 차에 타서 백미러로 얼굴을 보니 수염이 덥수룩했다. 가지고 있던 면도기로 대충 면도를 하고 익숙하게 차를 몰아 발전소로 향하자 어느새 출근한 차들이 제법 주차장을 채워 있었다.


" 왔어? 이 과장?"

"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김 부장님?"

" 아 나야 뭐. 집에 가서 보니 잡은 것도 없는데 뭘 그리 시간을 죽이고 있었냐고 와이프가..."


이내 주변을 둘러보던 김 부장은 내게 다가와 소곤대듯.

' 아주 난리를 치더라니까. 그냥 그대로 이 과장 아지트에서 다 먹어치고 들어갈걸 그랬어. 어제 어찌나 술생각이 가득하든지. 다음에는 한잔하자고. 어제 정말 기대했는데 말이야.'


김 부장의 호들갑에 나는 조금 고개를 돌리며 간지럽던 귀를 휘벼팠다. 그리고 이내 무심히

" 뭘 그런 걸 그리 소곤대며 말씀하세요. 그냥 말하셔도 되는데..."

" 아 아냐. 그래도 이 과장 프라이버시도 있는데... 아무튼 다음에 한잔하자고. "


그렇게 말하며 멀어지는 김 부장을 보고는 이내 궁금해 못 참겠는지 정대리가 다가와

" 뭘 그렇게 둘이서만 쑥덕대요? 나도 좀 데려가 줘요. 어딜 주말에 두 분이서 오붓이 다녀오셨길래?"


나는 그런 정대리에게 관심을 돌리고자

" 뭐 별거 아냐. 그런 게 있어. 아참 오늘 아침에 뉴스에 이상한 거 안 나왔어?"

" 뉴스? 에이 출근 준비로 바빠 죽겠는데 뉴스 볼 시간이 어딨어요? 눈 뜨자마자 와이프 밥 차려주고 내 밥도 못 챙겨 먹고 나왔는데."


" 하기야. 한참 신혼 초니 바쁠만하지?"


무심히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이내 서운한 듯 정대리는 한마디 거들었다.

" 신혼은 무슨. 와이프 애 어린이집 보낸다고 정신없이 오가는 거 겨우 붙잡아서 토스트 한 조각 먹이고 출근한 걸요?"

멀리서 지켜보던 한 과장이 다가와

" 애가 3살이랬나? 그래도 대단해.  벌써 진우가 3살에... 어린이집이라니... 그래도 결혼한 지 3년 차인데 그 정도면 뭐 아직 신혼이라 봐야지?"

" 아휴. 한 과장님도... 원래 애 놓으면 그냥 신혼은 없는 거예요. 애초에 신혼이란 게 없죠. 암."


그러자 어느새 출근한 허 사원이 곁에서 한마디 거든다.

" 그렇게 말씀하심  저같이 여자들이 얼마나 서러운 줄 아세요? 뭐 혼전 임신이야 그렇다 치지만 요즘세상에. 결혼하자마자 애 키우고  회사 출근하고 중노동이 따로 없죠. 그나마 와이프 분은 복 받으셨네요. 다정히 밥도 챙겨주는 정대리 같은 분이 계시니."

그렇게 말하며 허 사원은 정대리에게 윙크를 했다. 그러자 정대리는 이내 머쓱한 듯 머리를 글적이더니 얼른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이야기가 시시하게 마무리되어 그런지 다들 자리로 돌아가고 아침에 올라온 서류를 검토하며 정신없이 앉아 있는데 전화가 왔다.




" 저 해양경찰서 00 출장소  00 경위인데요.  여쭤볼 말이 있는데 통화 괜찮으실까요?"

" 아네. 잠시만요. "


나는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 무슨 일이시죠? 어제 제게 결과 말씀 안 해주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 아 다름이 아니라 혹시 어제 저희 차 출동한 거 보셨나요?"

" 네. 봤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내 잠들어 버렸거든요. 무슨 일이시죠?"


" 아네. 혹시 저희 출동차 말고 다른 건 못 보셨나 하고요. 아니면 뭐 수상한 거라도 혹시 목격하셨나 하고요."

" 아. 그 제가 전화드렸던 그 불빛이 차가 오니 이내 사라져 버려서. 저도 그 후로는 못 봤습니다. "

" 그래요? 흠.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그때 상황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은데 시간 나실 때 저희가 계신 곳으로 가도 될까요?"

" 네? 음. 여기 오시는 건 그렇고 급하신 일 아니면 그러지 말고 제가 퇴근길에 거기로 가도 될까요?"

" 그렇게 해주시면 저희야 감사하죠. "

" 네 그럼 제가 마치고 그곳에 들리겠습니다. "


전화를 끊고 자리에 돌아와 일을 하는데 도통 집중이 안되었다. 그냥 궁금한 게 있음 전화로 물어도 될 일을 굳이 찾아온다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어 드는 찜찜함이란.

어떻게 시간이 흐른 지도 모른 채 그렇게 시간이 지나 오후가 되어 나는 차를 몰고 해양경찰서 00 출장소로 향했다.


작가의 이전글 #1-1. 다섯번째 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