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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rightsea Sep 22. 2023

#1-6. 다섯 번째 별

동행

" 조금 있으면 유성우가 떨어질 거예요. 용자리 유성우예요. "

" 천문학 쪽에 조예가 있으신 줄 몰랐네요. "

민경사의 말에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녀는 방긋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 아 대학 전공이... 그러니까 이 일을 하기 전에까지 천문학 전공이었죠. 후훗. 어쩌다 보니 이러고 있네요. "

" 아... 천문학이라... 천문학과 이 일은 너무 뜻밖이라... 아참... 박경장말이 특채로 오셨다고 했는데 이일과 관련이 있었나요?"

" 음 글쎄요. 뭐. 우연에 우연이 겹치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다음에 기회 되면 말씀드릴게요."

뭔가 생각에 잠긴 듯 보이는 그녀의 눈가가 왠지 불안한 듯 뜻 모르게 흔들리며 시선을 회피하는 게 느껴질 즘.


" 오. 별똥별이다. "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막 별똥별이 휙하니 지나가고 또다시 희미하게 연이어 몇 개가 시간 차를 두고 북동 녘 하늘 위로 떨어지며 사라졌다. 

술잔을 들이키던 우리는 누구랄 것도 없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하늘을 바라봤고 모두 환호하며 잔을 들어 '짠'을 외치며 그렇게 신이 나 서로 흥에 겨워했다. 


" 신기해. 이런 행운이...  불빛이 없으니 이런 것도 자세히 보이네요. 이런 줄 알았으면 진작 이 과장님과 친하게 지낼걸 그랬어요. 진작 불러주시지 그랬어요? 난 또 맨날 주말마다 어딜 그리 급히 사라지시나 했더니.. 김 부장님이랑 이리 좋은 곳에 오시는 줄도 모르고... "


꽤나 회사에서 연차가 되는 허사원은 그렇게 야릇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입사한 지 벌써 8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승진조차 않고 사원을 유지 중인 그녀. 입사 초에 생겼던 불륜 스캔들로 결국 결혼도 않고 지금까지 싱글로 지내며 농익을 대로 익은 그녀의 직장생활은 회사 사정은 사정대로 사람들 사정은 사정대로 속속들이 꿰고 있었건만 유독 그런 그녀의 스타일을 알기에 나는 그녀를 멀리 했고 그래서 늘 그녀는 호시탐탐 나에 대해 궁금증을 자아내며 촉각을 곤두세우곤 했다.

 하지만 김 부장 외에는 거의 만나는 사람도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고 회사에서는 거의 일만 하다 보니 쉽사리 곁을 줄리 만무했는데 어쩌다 보니 함께 이렇게 자리하며 결국에는 본의 아니게 내 아지트- 캠핑카가 탄로가 나버렸네. 젠장. 앞으로 직장생활이 가히 괴롭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치고 지나가지만 뭐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 이 과장님 근데 이렇게 나와 계시면 아내분이 화내지 않으세요? 연락도 없으시네요?"

허사원의 물음에 내가 술잔을 쭉 들이키며 원샷을 하고 후훗 웃어 보이자, 곁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대자로 뻗어 있던 김 부장이 벌떡 일어나


" 아 왜 나와서까지 집안 이야기야. 짜증 나게. 이 좋은 날. 에잇 술맛 떨어지게. 자자 한잔하라고. "

" 어머 김 부장님은 괜히 역정이셔. 너무 이 과장님 감싸고 도시는 거 아니에요?"

" 뭘 내가 감싸고돌아. 돌긴. 자자 한잔해. 우리 이쁜 허사원 응?"


그렇게 말하며 허사원의 술잔에 술이 넘치는 줄도 모르고 술을 따른다. 

그런 김 부장을 지켜보다 못해 결국 나는 술병을 뺏어 들고는 곁에 있던 수건을 허사원에게 건넸고 허사원 곁에 앉아 있던 박경장은 이내 허사원을 부축해서는

" 제가 허사원 님 모시고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김 부장님도 이제 그만 들어가셔야겠어요. 밤바람이 차네요."

그렇게 자리를 정리하며 일어났다. 

대리를 불러 김 부장을 보내고 택시를 불러 민경사를 보내고 그렇게 혼자 자리를 정리하고 쓰디쓴 커피 한잔을 내려 캠핑카로 들어와 자리에 누어 홀짝홀짝 마시며 술인지 커피인지 모를 잔을 마시다 겨우 잠이 들었다.





" 띠디디디디디디. 띠디디디디디."

아침부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나도 모르게 알람인 줄 알고 깨어보니 민경사 전화였다. 


" 아침부터 무슨 일이시죠?"

" 아 죄송합니다. 11시인데 아직 주무셨나 보네요. 죄송해요. 저 부탁이 있어서요. 조금 다급한데..."


민경사의 전화를 받고 나는 다급히 근처 온천탕으로 가서 간단히 샤워만 하고 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민경사가 택시에서 내렸다. 

" 죄송해요. 주말인데. 그럼 출발할까요?"

" 뭐. 저야. 별일이 없으니 괜찮습니다. 그런데 박경장은 어쩌시고...?"

" 아 사정이 있어서요. 서에 알릴 수는 없는 일이다 보니. 일단 출발하시죠. "


뭔지 모를 다급해 보이는 그녀의 표정을 보아하니 보통 일은 아닌 듯하여 나는 급히 차를 몰아 강릉 경포 부둣가로 향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어색함을 달래고자  라디오를 틀었고 라디오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다 긴급 속보가 전해졌다. 

" 긴급 속보를 알려드립니다. 근무지를 이탈해 행방불명 되었던 해경이 지난밤까지 경찰과 대치끝에 조금 전 사살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라디오를 듣다 내가 놀라 소리를 켜려고 하자, 그녀는 갑자기 전원을 꺼버렸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내가 당황하며 바라보자 민경사는 불안한 듯 손톱을 물고는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 혹시 저희가 가는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요? 아니면 그 분을 알고 계셨던 건가요?"


내 질문에 그녀는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혹시나 했는데 결국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너무 늦어버렸어요. "

그녀는 체념한 듯 그렇게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나는 놀라 급히 길가 공터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차에서 내렸다. 내 행동이 이해가 안 되었는지 그녀는 이내 나를 뒤따라 차에서 내려 나를 바라봤다. 


" 경찰이 죽었는데 아니 경찰이 죽기도 전에 죽을까 봐 길을 나서고 그것도 해경인데 해경이 모르게 일을 진행하고 뭔가... 도저히 이 일들이 이해가 안 되네요. 뭐라 설명 좀 해주시죠. 민경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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