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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rightsea Sep 24. 2023

#1-8. 다섯 번째 별

추적

국도변을 달리던 차는 강원도 모처에 위치한 종자원 지원으로 향했다.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곳이라 점점 차량의 통행이 뜸해지는 즘 행여 미행이 들킬까 거리를 유지한 채 차량이 겨우 보일 정도의 거리만 유지한 채 뒤를 추적했다.


산능성이를 따라 한참을 올라 안개가 자욱한 곳에 위치한 건물. 먼발치서 건물의 입구를 확인하고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란 것을 확인 후 아래서 차를 세워두고 민경사와 나는 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30여분 걸어 올라가자 아니나 다를까 입구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 어머 관광차 왔는데 이런 곳이 있었네요. 안에 들어갈 수는 없나 보네요. "

" 여기는 민간인 통제 구역이라 더 못 올라가십니다."

경비원의 제지에 민경사는 재치 있게 내 팔짱을 끼며 말했고 나는 머쓱해하며 민경사가 낀 팔짱을 내려다봤다. 

" 더 올라가기는 힘들겠네..."

" 그렇죠. 여보? 이제 우리 그만 돌아가요. 주변에 관광하기는 글러먹은 거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민경사는 재빠르게 주변을 둘러봤다. 그런 민경사의 시선을 따라 건물 주위를 둘러보자 나지막한 4층짜리 건물 옆으로 돔 형태의 통창 건물과 그 옆으로 불툭 솟은 콘크리트 출입구 같은 것이 보였다. 마치 통제실처럼 보이는 곳에서 문이 철통 경비를 자랑하듯 굳게 잠겨 있었다. 

경비원에게 쫓기듯 그렇게 떠밀려 내려오며 나는 민경사에게 물었다. 


" 내비게이션에도 안 나오는데 여기로 올라왔다는 말은 그것도 제재 한번 안 당하고 안으로 통과했다는 말은 여기 소속이란 말이겠죠? 그런데 의문스러운 건 어떻게 여기까지 그자가 왔을까요? 무슨 연관으로?"


" 아마도 그들의 행적 패턴으로 대부분이 공공기관이나 관련 사람들에게 이식되는 경향을 보여 왔어요. 그리고 어떤 기준이라 하기는 그렇지만 나름은 철저한 통제가 있는 곳의 사람들, 외부 접촉이 제한된 곳에 있는 사람들과의 접촉으로 사라진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더 찾기 힘들었죠. 정보도 그만큼 제한적으로 취급하고 외부에 폐쇄적이다 보니 수사하기 쉽지 않았거든요. 여기만 해도 새롭게 알게 된 장소이기도 하고 음... 아마도 여기가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히는 종자 보관소라서 그들이 목표한 장소 중 일부인 건 알겠는데 그들이 근거지로 둔 곳인지는 조사를 해봐야 알 것 같아요. "


언덕을 내려와 차량에 탑승하고 다시 아래로 내려와 귀퉁이에 차량을 세워 둔 채 몇 시간을 기다리자 우리가 추적하던 차량이 내려왔다. 우리의 미행은 다시 계속되었다. 


내비게이션의 방향은 어느새 강원도 국도변을 벗어나 서울방향 고속도로로 향했고 차량은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 차량을 놓칠 세라 제법 속도를 내서 뒤쫓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리가 미행하던 차량은 미행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도로변 휴게소로 들어갔다. 


나는 민경사와 경계를 하며 차에서 내린 그를 주시했고 그가 화장실로 향하는 것을 보고 곧 내가 따라 화장실로 갔는데... 화장실 안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다급한 마음에 놀라 달려 들어가자 화장실 안에 남자들이 여러 명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 119 불러주세요. "

의식이 없이 쓰러진 남성들을 급히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화장실 밖으로 옮기고 보니 쓰러진 남성 중 그 사람도 보였다. 아마도 그 사이 누군가의 바디로 옮겨 탄 듯 보였다. 나는 다급히 민경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 민경사님 어떻게 하죠? 이동한 거 같아요."

" 우선 저희도 여기서 벗어나야 해요. 가시죠."

구급대가 오는 것을 확인하고 나는 다시 차에 타고 발길을 돌려 다시 울진으로 향했다. 




" 누군가를 미행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네요. 정보를 캐는 건 더더욱 힘들고요. "

"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이렇게 힘든 일이 아닐 수도 있죠. 대부분 흔적을 남기니까요. 도로를 달리며 차량이 교통 정보 카메라에 담기니 차량조회가 가능하고 핸드폰이든 어디든 안면인식 시스템에 노출되면 얼굴도 조회가능하고 카드를 쓰면 내역 조회가 가능한데 이런 모든 것을 뛰어넘는 기술로 앞도하며 도망치는 존재를 쫒다 보니 힘든 거죠. "

" 하하. 듣고 보니 무섭기도 하고 또 엉뚱한 생각도 드는데요?"

" 음? 무섭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한다니... 그건 무슨 말이죠?"


" 뭐 일단 무섭다는 건 예를 들어 오늘 저희가 다닌 곳을 다 교통카메라로 조회가 가능하고 카드 쓴 내역으로도 저희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추적이 가능하다는 말이니 본의 아니게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무서운 거고... 엉뚱하다는 건 그건 순전히 제가 조금 상상력이 풍부해서 든 생각인데요. 음. 그냥 이런 게 안 통하니 마치 중세시대처럼 주홍글씨라도 새겨야 하나 생각이 들어서요."

" 후훗 듣고 보니 그렇기는 해요.  어쨌든 이번 일을 계기로 확실해진 건 꼭 주홍글씨는 아니라도 휘우님이 그 주홍글씨를 대신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입증하셨다는 점이죠. "


민경사는 진지하게 나를 보며 말했고 그런 민경사의 진지함에 다소 긴장감을 풀고자 나는 

" 그렇게 되나요? 이거 기뻐해야 하나요?"

" 음. 앞으로 우리가 만날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 그런데 그 존재를 어떻게 확인하죠? 다수의 사람과 만나면 몸을 바꿔버리니 사람 속에 섞이면 찾기 쉽지 않을 텐데... 그리고 찾는다 하더라도 제가 확인하기까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텐데요. "

" 우선 이건 미국 쪽에도 보고하고 상부에도 보고해서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라 저도 뭐라 드릴 말씀이 없어요. 아마도 본부에서도 추적팀이 따로 꾸려져 있는 상황이니 대응책이 준비되어 있겠죠. "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 만은 않았다. 뭔가 일을 마무리 하지 않은 느낌. 

해결된 것 같은데도 뭔가 남은 이찜찜한 기분. 돌아오는 차안에서 민경사는 영어로 어디론가 통화중이었다. 한참을 통화를 마치고 머리를 부여잡고 또 한참을 메모지에 무엇인가 적어대던 그녀는 이윽고 나를 바라보더니,

" 아 오늘은 하루 엄청 기네요. 오늘 제가 제대로 민폐였어요. 같이 협조해주셔서 감사해요. "

" 뭘 그렇게 민폐씩이나 저 보호해주신거라면서요. 전 그걸로 된거죠. 안그래요?"

"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뭐 덕분에 일에 진척이 생겨서 다행이에요. 다 휘우님 덕분이에요. "

" 그럼 도착하면 밥 사세요. 하도 긴장하며 돌아다녀서 배가 고파 죽겠어요. "

" 아 그러고 보니 저희 오늘 한끼도 못먹었네요? 정말 죄송해요. 이런."

그제야 우리는 차안에 울려퍼지는 배에서 들려오는 꼬로록 소리에 웃기 시작했다. 조금은 편안해진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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