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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rightsea Oct 02. 2023

#1-11. 다섯 번째 별

본부

" 여기서 부터는 제가 운전할게요. 숨좀 돌리세요."

그녀의 말에 나는 차에서 내려 운전석으로 향했고 그녀는 차를 몰아 검은 색 밴을 뒤따르기 시작했다.

차량은 어둑해진 해안가 도로를 달리는가 싶더니 이내 가로등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산길로 접어들어 꽤나 깊이 들어가더니 몇번의 언덕을 넘어 산 속에 위치한 낡고 오래된 공장터로 들어섰다.


먼 발치서 바라본 그곳에는  컨테이너 박스 몇개를 쌓아 올린 가건물과 폐 공장 건물이 있었고 입구 검문소에 차를 세운 그녀는 검문소 앞 보안요원에게 신원확인을 한 후 나를 이끌고는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그녀를 따라 가건물로 들어서자 사용하지 않은듯 먼지가 앉은 낡고 오래된 사무실 책상과 집기.

90년대나 썼을 법한 전화기가 달린 사무실 내부 벽 끝에 세계지도가 걸린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액자 옆 상황보드판에 다가간 민경사는 보드판에 손바닥을 올렸고  그 순간  눈앞에 있던 보드판은 천장으로 올라가고 허름한 사무실 내부 벽면이  뒤로  들어가나 싶더니 작은 공간이 나왔다.

그녀의 손에 이끌려 그곳에 서자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문이 닫히며   한참을 내려가자 이윽고 지하에 있 내부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내부는 저녁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익숙한듯 인사를 받는그녀의 안내에 따라 한 사무실로 들어서자 대형 스크린이 벽면 한쪽을 가득 메운 모니터실이 나왔다.




" A 요원 휴게소 모니터 좀 띄워주세요."

이제껏 혼란스런 상황에 아무말이 없던 내가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당황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자 그제야 그녀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여기가 제가 근무하는 곳이에요. 저기 보시면 저 화면이 그때 저희가 갔던 휴게소 입구 CCTV에요. "

그녀의 말에 화면을 보자 대형 스크린 위로 그날의 광경이 그대로 눈 앞에 펼쳐졌다. 그녀는 그 화면을 향해 손을 뻣어 조금 옆으로 밀더니 구석의 귀퉁이를 확대했다. 그러자 그 안에 차량이 눈에 들어왔고 그녀가 그 화면을 터치하자 화면이 확대되며 얼굴이 크게 잡혔다. 박경장이었다.


" 그날 박경장이 저희 라인 말고 다른 쪽 지시를 받고 저를 미행하고 있었어요. 라인이 다르다보니 공유가 안된 상태라 미쳐 몰랐는데 아마도 그날 사고로 박경장의 바디로 그 객체가 옮겨 갔었나봐요. "

그녀의 손을 따라 보니 정말로 그녀의 말처럼 박경장이 휴게소로 들어가고 바로 내가 들어갔다.


 하지만 나는  그때 열심히 주변을 두리번 거렸었지만 입구에서 박경장을 보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보이는 화면에서는 우리가 차량을 주차하는 사이 박경장이 휴게소 화장실로 들어갔고 차에서 내린 내가 바로 박경장 따라 들어갔었다. 그리고 이내 나는 어떤 남자를 엎고 화장실에서 나와 바닥에 눞히고 다시 들어가 다른 사람들과 몇명을 더 데려 나왔다.


미쳐 경황이 없어서 그날 내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몰랐는데 내가 데려 나온 사람이 우리가 추적중이던 사람이었다. 내가 통화를 하며 일어나 차에 오르는 화면을 멈추고 나서 민경사는


" 저기 보시면 휴게소에 119가 오고 우와좌왕하는 사이 박경장이 휴게소 건물 뒤편에서 나와 바로 차량으로 향해서 나가는 게 보이실 거에요. 그리고 여기. 어제자 화면 띄워주세요."


그녀의 말에 A요원은 어제 우리 회사 주차장 화면을 띄웠고 거기에는 차량을 운전 중인 박경장이 눈에 들어왔다. 박경장이 차를 몰고 주차장에 들어서자 허사원이 다가가 차에 오르더니 이내 차안에서 두 사람은 가볍게 키스를 한 후 주차장을 빠져 나갔다.


 나는 너무 놀라 민경사를 바라봤다.

" 허사원은 어떻게 되었죠?"

" 현재로써는 행방을 추적중이긴 하지만 살해되었을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제껏 그들의 행적이 눈에 안띄고 언론에도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그날 휴게소에서 쓰러졌던 사람들도 119에 탑승 후 바로 깨어났고 웬만한 접촉자들 대부분 깨어났었죠. 그저 과로로 쓰러지거나 미끄러짐 등 건강상 사유로 처리되며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고 이렇다할 인명피해는 없었어요. 그런데 허사원의 경우는 아마도 그날 박경장과 하룻밤을 보내고 어제 뭔가 다른 낌새를 알아차렸든지 아니면 어떤 일이 있었거나 아니면 진짜 같은 일행이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만약 같은 일행이었다면 휘우씨가 먼저 아셨겠죠?"


" 흠. 전 허사원이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지 않아서 특이점은 없었는데 어제 평소와 달리 외모에 신경을 쓴 것은 뒤늦게 알아차렸고 주차장에서 먼발치 누군가의 차에 타는 걸 목격하기는 했었어요. "


" 우선은 박경장이 바디를 옮겨타려고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이고 현재는 의식 회복중에 있기는 한데 곧 깨어나면 휘우씨가 확인을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죄송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의 바디로는 옮겨갈 수 있었지만 휘우씨께는 실패도 했고 휘우씨는 그 존재를 확인할 수도 있으시니 부득이 이 곳으로 모시고 온 점 양해 부탁드려요. "


그렇게 말한 그녀는 이내 그 자리서 벗어나 나를 이끌고 사무실로 향했다.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에 길다란 방 끝에 책상과 모니터 화면. 그리고 반대편 벽면을 절반쯤 메운 책과 논문들. 그녀의 책상 위에는 사진액자가 놓여 있었고 나도 모르게 방안에 들어서자 긴 한숨과 함께 성큼 성큼 다가가 그 액자를 손에 쥐었다. 액자에는 애띄어 보이는 검은색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동양인 아이와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미 장교복을 입은 백인 남성이 다정스레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 아버지신가보네요. 이곳에 오니 당신의 일상이 조금 보이는 군요."

" 미군 장교셨던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 미국에 갔었죠. 어머니도 한국분이셨는데 미국 시민권이 생기고 얼마 안 있었어서 아버지와 헤어지셨어요. 그리고 찍은 사진이죠. "

" 아 미안해요. "

" 아뇨. 미공군 장교셨던 아버지께서 작전 중 추락 사고가 있어서 사망하셨고 저는 그 원인을 조사하고자 미 공군에 입대했었어요. 거기서 만난 한 남자를 사랑했었는데 그 사람이 전에 말씀드렸던 죽었다던 제 동료구요. 그 일들이 저를 이곳으로 이끈 거죠. "


이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A요원이 서 있었다. 

" 방금 박경장이 깨어났습니다. "

" 잠시만 대기시켜주세요. 휘우씨 함께 가시죠."

그녀의 안내에 따라 복도를 따라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 위층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통창으로 된 건물은 창밖으로 넓은 산세가 바라보이며 중간쯤 통창으로 된 방탄 유리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두 방은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방 가운데 박경장은 머리를 손에 쥔 채 앉아 있었다. 

" 박경장이 아니란 것 쯤은 저희도 알고 있어요. 그러니 다른 생각은 말았음 좋겠어요. "

민경사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앉자 박경장은 고개를 들어 민경사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곁에 서 있던 나를 바라보더니 씨익 웃어 보였다. 


' 뭐지? 저 웃음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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