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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rightsea Oct 26. 2023

#1-30. 다섯 번째 별

사건의 실체

범석이 다녀간 뒤 그제야 한 숨을 돌리고 물을 한잔 마시고 내가 식탁에 앉자, 서우는 맞은편에 앉으며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했다.

" 어째든 뭐 저 친구가 조취를 취했다고 하니 추적은 안당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 영상을 촬영하는 곳이 어딘지는 도통 알 길이 없네요. 어쩌죠? 어디 짐작가는 곳 없어요? 결국 추려진 게 국가기관이란 말인데...흠."

"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요. 왜 애써 제가 없는 집에 흔적도 없이 침입해서는 그렇게 어설프게 감시카메라를 두고 간건지..."


서우의 말에 곰곰히 생각해 보니 평소 서우의 습관대로라면 분명 서우의 눈에는 잘 보이는 자리에 소형캠이 설치되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서우가 말하기 전까지 나는 그게 소형캠이고 그자리 있을거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채 손가락 두마디도 안되는 크기에 그렇다고 선이 연결된 것도 아닌데 서우는 어떻게 한 눈에 찾아 낸 것이었을까.

" 사실 서우씨 눈에는 잘 보였는지 몰라도 제가 서우씨 입장에서 곰곰히 생각해 평소 생활패턴으로 보면 거기 그게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 못할 위치에요. 거기에 크기도 그렇게 작은 건 처음 봐요. 보통은 녹화나 기본 저장 메모리 때문이라도 크기가 적어도 손바닥 반 정도의 크기는 되야 무선 녹화가 가능하니까요. 아니라면 매일 집에 칩입해서 전력을 보충할 리는 없을텐데..."


" 요즘은 태양광으로 충전되기도 하고 기술이 발전해서 스파이용으로 쓰는건 더 작은 것도 있어요. 무엇보다 감시 역할을 하는게 목적이라면 눈에 안띄는 장소에 설치를 하죠. 그렇게 노출되는 위치에 두지는 않거든요. 어째든 존재를 숨겨야 하니까요. 정보기관 솜씨라고 보기에는 너무 어설픈데..."


" 그건 서우씨가 너무 치밀해서 그런거 아닐까요?"






내 말에 서우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바라봤다.

" 이제까지 잘 몰랐는데 오늘 보니 서우씨 꽤나 꼼꼼하고 치밀했거든요.

 처음에 서우씨 집에 왔을 때 제게 모델하우스에서 본 것을 그대로 주문했다고 해서 저는 그냥 집에 그다지 신경 안쓴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지난번에 제게 말할 때도 집에서는 거의 움직임이 없이 다녀서 어질 일이 없다고 했잖아요. 보통 그렇게 정리를 해두고 있으면 집에서는 편하게 다른 곳은 거들떠도 안보는 게 일반적인 사람이죠. 하지만 서우씨는 입구에서부터 흔적을 잡아내고 서우씨가 알려주기 전에는 몰랐던 소형 캠도 위치를 바로 식별해내고... 확실히 서우씨가 특수훈련을 받은 사람이란 걸 이제야 실감을 하겠더라구요. "


그제야 서우는 나를 바라보며,

" 아버지께서 많이 예민하셨어요. 미국에 가 특히 집 관해서는 그렇게 행동하셨구요. 그리고 집에 있는 물건 중에 제가 가지고 온게 몇 안되다 보니 그런 물건에 특히 시선이 많이 가요. 그 인형만 해도 보기에 먼지도 고 낡아서 추억 삼아 인테리어 용으로 그냥 그 선반 위에 막 올려둔 것 같지만 사실 그건 제 어릴 적 소중한 보물이자, 엄마와의 마지막 연결고리라 손떼가 많이 탄 거에요. 그리고 거기 외에는 물건을 올려둘 장소가 없기는 하구요. 아니면 집안 어디든 타공을 해서 내부로 카메라를 숨겨야 하는데 그러기에 저희 집에 와 보셔서 아시겠지만 액자나 시계 하나 걸린게 없죠. 타공 흔적 남기면 바로 찾을 수 밖에 없어요. 거실 서재는 저를 감시하기에 위치나 각도도 안나오고..."


" 흠. 만약에 말이죠. 그 카메라가 감시가 아니라 보호 목적이라면요? "


" 그게 무슨 말이죠?"

" 서우씨 말처럼 그렇게 허술하게 정보기관에서 두고 간거라면, 들켜도 상관없고 보고해도 해명이 가능한 거라면 말 그대로 오히려 서우씨를 어떤 위험에서 지키려고 보호차원에서 둔걸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렇잖아요? 집에서 행동이 이상하면 침실이든 다른 곳에 설치도 가능한데 구지 거실 한 가운데 동선이 확인 가능한 공간에 그렇게 둔거니까요. "


" 휘우씨 말을 들어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짐작가는 곳이 있어요. "


서우는 말을 하다 말고 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본부장님. 네. 들어가셨어요?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

서우는 통화를 하며 침실로 향해 가서는 침대에 걸터 앉았다. 그리고 이내 뭔가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나 싶더니 일어나 다시 통화를 하며 거실로 와서는 식탁에 앉아 스피커폰으로 전환했다. 그러며 내게 '쉿'이라고 입모양으로 알렸고 나는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숨조차 참아가며 이야기를 함께 들었다.


" 우선은 네가 확인을 했다고 하고 네 혐의도 없는 걸 입증했으니 팀에 말해서 철수 시킬게. "

" 그럼 저와 미국내 테러는 무관한 거란 사실이 확인된 거죠?"


" 상부에 그렇게 보고했고 그래도 그쪽에서 너를 소환하려고 들면 다른 어떤 조치를 취해서라도 막을 거야. 우리도 그리 호락호락하게 당하지않을 거라서. 그리고 안보국장이 미국과 긴밀히 협조하기로 이미 이야기 다끝냈다고 보고 왔으니까. 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리도 대응팀을 꾸려둬야지. 지금은 비상체제로 돌아가는 중이고 나조차 감시 받아왔으니까.


서우야. 절대 방심하면 안돼. 네 아버지한테 그 친구 죽으면 너는 내가 지킨다고 약속했으니 절대 위험에 노출될 일 안만들마. 그리고 가능하면 좀 미안하지만 우리 조직도 못 미더우면 네가 그나마 믿어의심치 않는 그 이휘우인가 하는 사람에게라도 도움을 청해서 당분간은 같이 지내렴. 그럼 우리도 개인 사생활이라고 상부에 보고 하고 자연스레 너에 대한 경계도 낯출 수 있고."

" 그 문제는 전에 말씀드렸듯이 제가 잘 처신할게요. "

" 아무튼 자세한 이야기는 전화로 하기 그러니까 내가 그쪽으로 가고 있으니 도착하면 이야기 하자. "


" 그럼 근처 오시면 연락주세요."


그렇게 본부장과 이야기를 하고 우리는 근처 김밥집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며 본부장을 기다렸다. 

이윽고 본부장의 연락을 받고 현장 팀이 서우의 집에 와서 소형캠을 가져가고 나도 동석한 자리에서 본부장과 서우는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자리에서 미국 테러와 관련된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에서 일어난 테러는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외계생명체에 노출된 사람이었다. 


원래 근무해왔던 사람임은 분명한데 어떻게 노출되었는지는 조사중이었고 그 과정에서 국내 노출자들 중심으로 재수사가 진행되며 나와 서우도 리스트에 올라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민간인 신분이라 나도 모르는 사이 붙었던 수사팀을 통해 혐의 없음이 증명되었고 본부에 출장을 갔던 서우는 외부인 접촉과 미국관련 접촉 문제로 소형캠을 설치해서 문제가 붉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우려스운 것은 그 테러현장였다. 

미국을 다녀온 소식통에 따르면 그 현장에서 즉사한 테러범과 근방에 있었던 근무자, 현장 사람들은 모두 그곳이 봉쇄되며 생사가 알 수 없는 상태였고 발표된 내용상으로는 전원사망 처리 되었으며 사태가 외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은 건물 자체는 외부에서 보기에 정상 운영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는 건물 전체를 비우고 방역중이라는 명목으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거기에 국내 안보국장이 방문해서 현장까지 갔지만 내부 출입이 통제되면서 정보도 제한적이고 일방적으로 한국에서 제공하는 방향으로 합의가 끝나버렸다고 했다. 그것은 국내 불안한 대외 정세를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테러를 덮으려는 공작으로 이것 때문에 한동안 북한에서도 자신들과 무관함을 알리려 연일 미사일을 쏘며 격한 위협을 가해왔다고 했다. 어째든 미국내에서 종교적 갈등으로 인한 개인적 복수로 결론을 내고 발표를 앞두고 있다고 전해 오면서 사건은 일단락 되었지만 문제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미국내에서 암암리에 진행되어 오던 외계 생명체 관련 실험과 여러 의심 정황이 이번 일로 알려지며 유엔내 안보상임 이사국내에서 긴밀히 움직여 세력을 형성해 미국내에 조사관까지 파견을 하려고 준비중이었고 강대국들사이에 큰 안보적 이슈가 되면서 보이지 않는 전세계적인 위협에 대한 조사가 곧 공동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는 첩보까지 입수되면서 국내 상황도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되었다고 했다. 


 이제까지 한국이 처한 휴전 국가라는 국제적 위치로 인해 열외시 되었던 문제들이 전세계적인 공동의 화두에서는 빠질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본부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 사실 일이 이렇게 된 것도 어쩌면 예견된 것이기도 하지. 미국이 자본주의 타락 끝자락에 몰려 있다보니 돈을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하는 사람들이 널렸다는 거야. 거기에 인류보다는 자신의 부귀영화만을 위한 목적으로 어마어마한 자본을 댈 인간도 차고 넘치다 보니 미국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어. 하지만 아직 국내는 남북한의 대립으로 인한 인류애가 남아 있다보니 어느정도 자본주의의 타락에 조금은 덜 물들어 있었고 그 덕에 기술도 더 인간을 위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었거든. 


 서우 네게는 이이상은 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어. 

이건 어디까지나 국가에서 국민을 위한 일로 진행해 왔던 거고 오랜 기간 염원을 담아서 해왔던 일이라 외부에 절대 노출되어선 안되거든. 이런 부분에서 뜻이 맞았던 네 아버지와 당시 미국의 타락한 자본주의 보다 민주주의에 더 애정을 가졌던 사람들이 모여 우리가 나름은 인류를 위해 지키고자 노력했던 게 있었는데... 그건 차츰 때가 되면 알려주지. 지금은 상황이 너무 위험해. "


" 이런 이야기를 해주신 것만 해도 감사해요. 이제 조금 미국에서의 일과 여기서의 일들이 이해가 되요. 하지만 그럴수록 더 두렵기도 해요. 본부장님은 그나마 제가 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는 분인데... 혹시 일이라도 잘못되면..."


" 너답지 않은 말을 하니 이상하구나. 평소에 너라면 어떤 실험을 하는지 어떤 위협이 있는지를 먼저 물을 텐데 말이야. 내 걱정을 먼저 하다니. 고맙군. 다 저 휘우군 덕분인 듯하네. 고맙네."


" 아뇨. 제가 무슨... 전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걸요. "

" 아니야. 자네가 그래도 서우 곁에 있어서 서우가 그나마 마음의 여유가 조금은 생긴 것 같으니 이제야 조금 안심이 되는 군. "


그렇게 말하며 본부장은 국화차를 한모금 마셨다. 

" 미국내 있었던 실험과 관련해 자료나 정보는 아직은 기밀이라 우리도 알 길이 없어. 그것만 제대로 밝혀지면 우리도 어떻게든 대응방안이 빨리 마련될텐데. "


한 참을 망설이던 서우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저 지난번 성류굴 관련해서 보고 드리지 못한 것이 있어요. 그때 직접 얼굴 뵙고 보고 드릴려고..."

" 아 그때 외계접촉자들의 모임 말인가? "






나는 순간 움찔했다. 성류굴에서의 모임이 외계접촉자 모임이었다면 ... 그자리 있었던 허사원도... 나는 순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망설였다. 하지만 나는 입을 닫았다. 


" 그자리에 저도 갔었어요. 현장에서 목격했었는데..."

" 보고는 받았어. 그게 자네였군. 그럼 그 옆에 있었던 사람이 휘우군이었겠군. 그 부분은 염려 말게. 그건과 관련해서는 이미 그들의 신상은 정부에서도 파악을 한 상태고 그들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건 이미 30년 전이야. 그들이 특이하게 움직임이 없었던 건 우리도 알고 있다는 걸 그쪽도 알고 있기 때문이고 상호 협의 하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로 암묵적 합의가 있었어.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네. "


"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국내서 두고 보는 것이 괜찮은지 저는 많이 의아했어요. "

" 그건 네가 신경쓸 부분은 아니야. 그것과 관련해서는 차후에 내가 따로 설명해줄테니. 너무 걱정은 말게. 밤도 늦었으니 이만 나는 돌아가볼테니 자네도 그만 쉬고. 그럼 이만. "


긴 이야기를 끝낸 본부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고 우리는 그런 본부장을 배웅하러 1층으로 향했다. 본부장은 손을 들어 들어가라며 차에 올랐고 그런 그를 배웅하며 돌아서는데 비명소리가 들렸다. 

" 악"

반사적으로 뒤돌아 보자, 본부장이 탔던 차에서 검은 물체가 튀어나오며 본부장을 차밖으로 밀쳐냈고 재빠르게 앞 운전석으로 옮겨타서는 차를 몰고 그대로 도주해 버렸다. 






" 본부장님! 본부장님!"

내가 본부장의 복부에 난 상처를 누르며 의식을 확인하는 사이 흐미하게 본부장은 신음을 하며 목과 배를 감쌌고 서우는 급히 전화를 걸었다. 


" 코드 제로! 본부장 피습! 장소..뚝"

나는 그런 서우의 전화를 뺏고 본부장의 목을 감싸게 한 뒤 119에 전화를 걸었다. 

" 여기 자상 환자 발생요. 급해요. 빨리 와주세요. 주소가..."


곧이어 119구급대 차가 도착했고 서우와 나는 급히 병원으로 따라갔다. 곧이어 수술중임을 확인하고 수술실 앞에서 초조하게 대기하고 있는데 경찰이 와서,


" 환자가 자상사고라는 신고를 받고 울진 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참고인 조사차 함께 서로 동행해 주시죠. "


그렇게 서우와 함께 경찰을 따라가는데 검은 정장슈트를 입은 요원 4명이 다가와서 신분증을 경찰에 보이고는 구석으로 데려가 뭐라고 말을 하더니 서우에게 다가왔다. 


" 여기서 부터는 저희와 동행하시겠습니다. 함께 가시죠. 민서우팀장님."


내가 놀라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그들을 따라 나서며,

" 친구분에게 안부전해줘요. 저 잘 있다고. 너무 걱정말라고."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곧 그들과 함께 검은 벤에 올라 사라졌다. 


당황한 내가 경찰을 바라보자, 

" 현장에 함께 계셨던 거죠? 그럼 저희와 같이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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