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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ny Nov 25. 2017

엘프필하모니, 랜드마크를 뛰어넘다

올해 7월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제12차 G20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7개국과, 개최국 독일을 포함한 유럽 6개국, 미주 5개국, 그리고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20개국 정상이 참여하였고, UN과 세계은행을 포함한 다국적 기관의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틀간의 국제회의였다. 회의 이틀 앞서 베를린을 공식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다자 정상회의에서 ‘상호 연계된 세계 구축’을 주제로 정책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아울러 한미일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 북핵 이슈와 관련한 동북아 긴장 해소를 위한 3국의 역할과 공조를 다질 수 있었던 기회였다.


이번 G20 정상회담이 눈길을 끌었던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회담 마지막 날 문화행사가 열렸던 함부르크의 새로운 랜드마크, 엘프필하모니(Elbphilharmonie)였다. 2017년 1월에 개관한 엘프필하모니는 함부르크 시가 7억 8900만 유로를 투자하여 완성한 콘서트홀이다. 건축 비용으로 우리 돈 1조 원가량을 쏟아부은 셈이다. 건물 안에 아파트를 짓는데 들어간 민자를 포함하면 10억 유로가 넘어간다고 한다. 원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피해를 입었던 건물로 1990년대까지 코코아와 차 등을 저장했던 창고로 사용되었던 37미터 높이의 건물이었는데, 이 위에 철제 구조물을 올려 또 다른 건물을 세운 2단 건축물인 셈이다. 건축이 진행되었던 10여 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함부르크 시민들은 기대와 함께 불안과 불만의 시기를 보냈다. 초기 건축비용의 3배가량이 더 소요되면서 사람들의 크고 작은 불평과 갈등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오랜 경제불안이 문화지원사업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었고 독일도 이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엘프필하모니의 개관에 대해 영국의 가디언 지는 ‘우리도 그 돈을 들여 콘서트홀을 짓는다면 영국 시민들은 찬성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일인들에 대한 부러움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올 1월에 열린 개관 공연에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를 비롯하여 가우크 대통령이 함께 방문해 축사와 더불어 끝까지 음악회를 감상하고 자리를 떠났다. 거대한 사업에 대해 함부르크 시민들의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았지만, 엘프필하모니는 1년 안에 함부르크의 모든 어린이들을 공연에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계층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로 시민들을 설득했다. 실제로 개관 직후 6개월 간의 예정된 공연 전체가 매진되는 사례가 이어졌다.


‘헤르초크 앤 드 뫼롱’이라는 스위스의 저명 건축팀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진 일본의 토요타가 내부 음향디자인을 맡아 완성된 엘프필하모니는 함부르크 항구의 최적지에 자리를 잡았다. 물 위의 오페라극장으로 친숙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나 LA에 위치한 디즈니 콘서트홀, 파리의 퐁피두 센터와 같이, 엘프필하모니는 이미 함부르크를 상징하는 기념적인 상징물이 되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음악회를 감상했던 한 건축가는 외견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홀을 빈틈없이 가득 채운 악기들의 소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말하며, 구조적으로도 다른 청중의 방해를 최소화 되도록 설계되어 연주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 계획이 확정되어 12월에 착공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총예산 2500억 가운데 롯데그룹의 기부금 1000억 이외 나머지 부분은 부산시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다. 거액의 공공자금을 들여 콘서트홀을 짓는 것이 과연 필요한 일인가에 대한 객관적인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의 상황과 전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시민들과 함께 해답을 만들어갈 뿐. 그래서 함부르크 시가 그곳의 시민들과 어떻게 소통했는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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