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uttoo Oct 22. 2022

라틴음악, 라틴음식! 이게 진정한 디너파티지

타코 너무 좋타코

캐롤라인은 우리를 만나기 전에 미리 만들어 숙성시켜 놓은 또띠아 반죽을 가져왔다. 사실 또띠아의 반죽을 어떻게 만드는지가 제일 궁금했는데, 직접 만들어보지 못해서 무척 아쉬웠다.



드디어 또띠아 만드는 기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게 되었다. 처음에 캐롤이 또띠아 만드는 기구가 집에 있다고 했을 때는 어떻게 생겼을까 정말 궁금했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도자기 기계같이 생겼을까, 와플 기계같이 틀이 있어서 반죽을 부으면 완성되는 것일까? 와 같이 내 머릿속에 있는 또띠아 만드는 기구는 퍽 거창했다. 막상 캐롤라인이 가져온 또띠아 기구를 보니 전기를 이용하는 기계도 아니었고, 크기도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조그마한 기구였다.


나는 타코 속을 만들기 위해서 양파를 썰기 시작했다. 눈에서는 수도꼭지가 열린 것처럼 눈물이 콸콸 쏟아졌다. 캐롤은 눈물로 흥건한 내 얼굴을 보며 괜찮냐고 물었다. 나는 괜찮지 않지만 괜찮다고 대답했다.'설마, 음식도 사람을 차별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다. 분명 캐롤이 양파를 썰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그렇구나, 캐롤은 요리를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인 거야. 캐롤은 애초부터 양파를 썰어도 울지 않는 체질인 거구나. 아니, 어쩌면 온 우주가 캐롤이 요리를 잘하도록 돕고 있었던 것이다.


캐롤의 어머니는 캐롤이 초등학생 때부터 각종 집안 행사가 있을 때마다 꼭 한 가지 이상의 요리를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캐롤은 요리 내공이 장난이 아니었다. 베이킹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다음 달은 베스의 생일인데, 베스에게 생일 케이크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내가 부럽다 듯이 둘을 쳐다보니까 캐롤은 웃으며 내게 비건 케이크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러니 내가 캐롤을 안 좋아할 수가 없지.


"이번 주 주말은 뭐할 거야?"

그래서 나는 기꺼이 캐롤라인에게 한국어 연습 상대가 되어주었다.

"Um..  주말에 할로윈 코스튬을 만들 야."

"~ 진짜? 할로윈 코스튬도 직접 만들어요?

",  손재주가 좋아!"


캐롤라인은 저번 주에 내가 알려준 표현으로 한국어 대화를 마무리했다. 캐롤라인은 천재가 아닐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저번 시간에 배운 표현을 정확히 구사하는 캐롤라인을 보며,  수업에 이런 학생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할로윈 때 어떤 의상을 입을 거냐고 하니까 마녀의상과 해리포터 의상을 만들어서 입을 거라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할로윈에 뭘 할지 생각해보지를 않았다. 올해는 딱히 할로윈에 대한 설렘이 없어서인지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근데 캐롤라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나도 할로윈 의상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한 시간 반 동안 넷이서 열심히 만든 만찬

 우리는 라틴음악을 틀어놓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요리를 하는 것인지 춤을 추는 것인지 모를 만큼 흥에 취해서 타코를 만들다 보니 한상 가득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직접 반죽해서 구운 또띠아 위에 살사, 과카몰리, 콩, 양파, 파프리카를 차례차례 올려서 한입 가득 입에 집어넣었다.


!!!!

우리는 모두 동공이 커진 채로 서로를 바라보며 엄지손가락을 척 올렸다. 입 안에 있던 타코를 모두 음미하여 위장 속으로 넘긴 후에는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되었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라틴 분위기, 분주한 움직임이 남아 있는 따뜻한 공기, 서로에게 애정이 담긴 웃음소리가 공존하는 순간에 나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했다.


"어? 캐롤, 술 마시게?"


원래 캐롤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 애주가인 내가 왜 술을 마시지 않느냐고 물으니, 술이 맛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식가 캐롤은 맛이 없는 것은 입에 대지 않는 편이다. 사실 맛이라는 게 지극히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캐롤에게 씁쓸한 맛은 '맛있음'의 범주에 있지 않은 듯 했다.


그렇지만 오늘 마실 술은 딸기맛 스파클링 맥주였기 때문에 맛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 술은 베스가 찾아낸 '아주 맛있는 술'이었다. 사실 술처럼 쓴 맛은 거의 없었고, 그냥 달달한 음료수 같았다.


"Actually, I'm not a tea person."

어쩌다 보니 대화 주제가 (마시는) 차로 넘어왔는데, 캐롤은 꽤 충격적인 말을 던졌다. 자신은 차를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글의 편의상 캐롤라인의 말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써보겠다.)

"사람들은 내가 차를 아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나는 차를 별로 안 좋아해. 내가 술을 안 좋아하는 거랑 비슷한 맥락이지. 별 맛이 없다고 해야 하나? 하루는 내가 감기에 걸려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엄마가 차를 갖다 주신 거야. 그때 맨 처음으로 차가 맛있다고 생각했었어. 그러니까 기분이 좋아졌지. 아, 드디어 내가 차를 맛있다고 느껴봤다(?). 이런 생각까지 했다니까?"


 다른 사람이 기대하는 자신의 모습이 된 순간을 뿌듯해하는 캐롤이 너무 귀여웠다. 그래서 나는 그 말을 듣고 한참 동안이나 깔깔 웃어서 얼굴이 벌게졌다. 사실 취기가 올라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




캐롤라인의 또띠아 레시피
[재료] 옥수수가루(masa harina corn flour) 두컵, 소금 2티스푼, 뜨거운 물 두컵 반
1. 옥수수가루에 소금을 넣고 섞는다.
2. 1.에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으며 반죽해준다.
(반죽은 만졌을 때 쫄깃쫄깃해야 한다. 질거나 건조하면 쉽게 찢어진다.)
3. 반죽이 완성되면 젖은 헝겊으로 덮고 한 시간 동안 휴지 시킨다.
4. 반죽을 똥글똥글하게 말아서 비닐랩(?) 안에 넣는다.
5. 또띠야 기구 뚜껑(?)을 닫고 손으로 꾸욱 눌러준다.
5.  또띠아가 얇아지도록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잘 펴준 다음 충분히 또띠아의 크기가 커질 때까지 4번의 과정을 반복한다.
6. 또띠아를 약불에 굽는다.
7.  또띠아의 온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천으로 구운 또띠아를 감싸준다. (이렇게 하면 따뜻한 타코를 먹어볼 수 있었다. 시중에 파는 또띠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이전 04화 오븐이 없으면 친구가 생겨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