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븐 노오란 피넛버터쿠키
우리의 첫 베이킹은 피넛버터쿠키였다.
피넛버터쿠키라니?! 조금 생소하지만 맛있을 것 같기도 하고...저번 편을 본 이들은 알겠지만 미국인들은 피넛버터를 정말 사랑한다. 근데 이걸로 쿠키까지 만들 생각을 하다니. 베스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이 쿠키를 거의 매주 만들어 먹을 정도로 좋아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는 일곱 살 즈음에 뭐했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친구들과 집 근처에 떨어진 장난감 총알을 주우러 다니거나 소독차를 따라다니거나 신발 던지기를 하거나. 이렇게 밖에서 꺄르륵거리며 밖에서 놀다가 이모가 '얘들아~ 밥 먹자~'라고 하시면 이모집으로 들어가, 이모가 차려준 밥을 냠냠 맛있게 먹은 기억뿐이다. 요리를 도와주려고 하거나 먹은 것을 치우려고 하면 항상 '너네들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근데 확실히 베스의 말을 들어보면 미국 어린이들은 한국 어린이들과는 사뭇 다르게 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베스는 어렸을 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정말 많았다고 했다. 함께 베이킹도 하고 베이킹이 끝난 후에 치우는 것도 언니들과 역할분담을 해서 척척 해냈다고 한다. 그 뒤에는 항상 가족과 도란도란 함께 쿠키를 먹으면서 그 쿠키가 얼마나 맛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하니, 요리를 처음 시작한 어린 아이는 그 기억이 정말 달콤했으리라. 더욱이 스스로 맛있는 쿠키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엄청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요리가 싫었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라는 말 때문이었을까?
집에서 내가 무언가를 만들고 나면 요리에 대한 칭찬 대신, 뒷정리를 제대로 안 했다는 야단이 자리했다. 그러니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요리'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지금에야 생각해보면 어린애가 처음부터 그렇게 깔끔하게 치울 수 있을 리가 없는데, 그때는 왜 그리 자신을 자책했는지. 그렇게 나는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라는 말을 듣고 자라면서 할 수 있는 게 '가만히 있는 것'밖에 없게 되었다.
베스는 나에게 자신이 어렸을 때 배웠던 레시피를 가르쳐줬다. 나는 마치 베스의 어린 시절이 된 것 같았다. 아마도 베스는 어린 시절, 베스의 엄마가 베스에게 해줬던 말투, 몸짓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겠지? 나는 처음 쿠키를 만드는 어린아이처럼 설레었다. 그리고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나도 무언가를 잘 만들 수 있구나'라는 감정을 느꼈다. 더 이상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아니,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았다. 쿠키를 만드는 것은 너무 행복했다.
몸은 커졌지만, 요리력은 아직도 어린 시절 그대로였기에. 나의 본격적인 요리의 역사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아이들도 만들 수 있는 노오븐 땅콩버터오트쿠키 레시피
[재료] 땅콩버터, 메이플 시럽, 바닐라 오일, 오트밀(말린 귀리)
1. 땅콩버터와 메이플 시럽을 큰 그릇에 1:1 비율로 넣고 섞는다.
2. 바닐라 오일 몇 방울을 넣는다.(선택 가능)
3. 잘 섞은 뒤 약간 꾸덕해질 때까지 약한 불에 젓는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것도 가능!)
4. 거기에 말린 귀리를 넣고 잘 섞일 때까지 젓는다.
5. 쿠키 반죽을 떠서 준비된 종이 시트지에 모양을 만든다.
6. 단단해질 때까지 쿠키를 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