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uttoo Oct 19. 2022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는 이제 아니야!

노오븐 노오란 피넛버터쿠키

 우리의 첫 베이킹은 피넛버터쿠키였다.

피넛버터쿠키라니?! 조금 생소하지만 맛있을 것 같기도 하고...저번 편을 본 이들은 알겠지만 미국인들은 피넛버터를 정말 사랑한다. 근데 이걸로 쿠키까지 만들 생각을 하다니. 베스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이 쿠키를 거의 매주 만들어 먹을 정도로 좋아했다고 했다. 그 말을 들으니, 나는 일곱 살 즈음에 뭐했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친구들과 집 근처에 떨어진 장난감 총알을 주우러 다니거나 소독차를 따라다니거나 신발 던지기를 하거나. 이렇게 밖에서 꺄르륵거리며 밖에서 놀다가 이모가 '얘들아~ 밥 먹자~'라고 하시면 이모집으로 들어가, 이모가 차려준 밥을 냠냠 맛있게 먹은 기억뿐이다. 요리를 도와주려고 하거나 먹은 것을 치우려고 하면 항상 '너네들은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근데 확실히 베스의 말을 들어보면 미국 어린이들은 한국 어린이들과는 사뭇 다르게 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베스는 어렸을 때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정말 많았다고 했다. 함께 베이킹도 하고 베이킹이 끝난 후에 치우는 것도 언니들과 역할분담을 해서 척척 해냈다고 한다. 그 뒤에는 항상 가족과 도란도란 함께 쿠키를 먹으면서 그 쿠키가 얼마나 맛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하니, 요리를 처음 시작한 어린 아이는 그 기억이 정말 달콤했으리라. 더욱이 스스로 맛있는 쿠키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엄청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나는 어렸을 때부터 요리가 싫었다.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라는 말 때문이었을까?

집에서 내가 무언가를 만들고 나면 요리에 대한 칭찬 대신, 뒷정리를 제대로  했다는 야단이 자리했다. 그러니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요리'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지금에야 생각해보면 어린애가 처음부터 그렇게 깔끔하게 치울 수 있을 리가 없는데, 그때는 왜 그리 자신을 자책했는지. 그렇게 나는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야'라는 말을 듣고 자라면서 할 수 있는 게 '가만히 있는 것'밖에 없게 되었다.


 베스는 나에게 자신이 어렸을  배웠던 레시피를 가르쳐줬다. 나는 마치 베스의 어린 시절이   같았다. 아마도 베스는 어린 시절, 베스의 엄마가 베스에게 해줬던 말투, 몸짓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겠지? 나는 처음 쿠키를 만드는 어린아이처럼 설레었다. 그리고 나는 그때 처음으로 '나도 무언가를  만들  있구나'라는 감정을 느꼈다.  이상 '가만히 있는  도와주는 ' 아님을 깨달았다. 아니, 가만히 있고 싶지 않았다. 쿠키를 만드는 것은 너무 행복했다.


 몸은 커졌지만, 요리력은 아직도 어린 시절 그대로였기에. 나의 본격적인 요리의 역사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아이들도 만들 수 있는 노오븐 땅콩버터오트쿠키 레시피
[재료] 땅콩버터, 메이플 시럽, 바닐라 오일, 오트밀(말린 귀리)
1. 땅콩버터와 메이플 시럽을 큰 그릇에 1:1 비율로 넣고 섞는다.
2. 바닐라 오일 몇 방울을 넣는다.(선택 가능)
3. 잘 섞은 뒤 약간 꾸덕해질 때까지 약한 불에 젓는다.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것도 가능!)
4. 거기에 말린 귀리를 넣고 잘 섞일 때까지 젓는다.
5. 쿠키 반죽을 떠서 준비된 종이 시트지에 모양을 만든다.
6. 단단해질 때까지 쿠키를 식힌다.




이전 02화 미국인은 땅콩버터만 있으면 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