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라 라따뚜이와 갈레트
"어떻게든 되겠지!"
라고 했더니 정말 어떻게든 된 경험이 있는가?
오히려 준비가 덜 되었을 때 예상치 못한 걸 얻을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되는 것'. 그 이상의 것을.
우리는 피넛버터쿠키를 기점으로 베이킹에 완전히 꽂혀버렸다.
“유하! 우리 갈레트도 시도해볼래?”
갈레트? 갈레트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우와!! 이걸 비건으로도 만들 수 있다고?!"
베스가 나에게 보여준 사진에는 애플 파이처럼 보이는 빵이 노릇하게 구워져 있었다. 애플 파이는 비건을 하면서 제일 그리웠던 것 중 하나다. 내가 비건이 아닐 때 집착했던 음식이기도 하다. 비건이 된 이후에도 애플 파이 레시피를 뒤적이며 괜찮아 보이는 레시피를 시도해보기도 했다.
내가 찾아본 레시피에는 대부분 시트를 만들 때 견과류를 사용했는데, 내가 원한 건 밀가루랑 버터가 잔뜩 들어간 쫀득 촉촉 바삭한 크러스트였기에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근데 베스가 보여준 '갈레트' 사진은 딱 내가 원하는 모양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건 무조건 해야 돼!
근데 문제는 우리에게는 오븐이 없다는 것이었다. 전기밥솥 등 노오븐으로 만들지 않는 방법도 있었지만, 우리는 전기밥솥도 없거니와 감히 갈레트 님을 오븐에 굽지 않을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되겠지!"
베스는 팔자 좋은 소리를 했다.
베스, 너 너무 태평한 거 아냐? 나는 속이 탄다고! 나는 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었지만, 딱히 다른 방법이 생각이 나지도 않을뿐더러 딱히 무언가를 철저하게 준비하는 타입이 아니어서 이런 걱정을 어떤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디너파티 당일, 우리는 저녁으로 라따뚜이를 해 먹기로 했다. 처음에 베스가 라따뚜이를 해 먹자고 했을 때는 픽사 애니메이션의 쥐가 떠올랐다.
'라따뚜이.. 무슨 요리지?'
찾아보니, 'rata'(라따)는 '음식'(grub)이라는 뜻이고 'touille'(뚜이)는 '섞다'(stir)라는 뜻으로 '섞은 음식'이라는 뜻이었다. 내 머릿속 사전에 있는 '라따뚜이'라는 어휘가 재정의되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우리는 그렇게 라따뚜이를 만들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장을 볼 때 허브를 사 오지 않았던 것! 베스는 심각한 표정을 하고는 라따뚜이에 허브가 빠지면 서운하다며 눈동자를 도르륵 굴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캐롤라인!"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고는 무작정 4층으로 올라갔다.
"캐롤라인이라고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우는 친구가 있거든. 그 친구한테 빌리면 돼"
베스는 긴 다리로 계단을 두 개씩 성큼성큼 올라가며 나에게 설명해주었다. 나는 그 뒤를 헥헥거리며 따라가느라 대답할 틈도 없었다.
"Hi, Good evening!"
캐롤과 베스는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서로 안부를 물었다. 서양권 사람들이 늘 그렇듯, 베스는 초면인 나와 캐롤을 서로 소개해주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캐롤은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영어로 소통했다. 편의상 한글로 표기하겠다.)
"우리 허브가 없어서 그런데 좀 빌릴 수 있을까?"
"물론이지! 잠깐만 기다려 봐."
캐롤은 베란다 문을 활짝 열고는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의 허브를 따서 주었다.
"우와! 이거 다 네가 기르는 거야?
캐롤의 베란다에는 허브만 있지 않았다. 방울토마토, 파, 양파, 콩나물 등 다양한 채소를 기르고 있었다. 게다가 빛이 뿜어져 나오는 온도 조절계도 사서 정성껏 키우고 있었다. 보통 실력이 아니군! 나는 최근에 '네덜란드 케어팜을 가다'를 읽은 뒤, 농사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캐롤을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봤다. 나는 기르는 식물마다 죽여버리는 엄청난 능력이 있어서 그런지 캐롤이 더 대단해 보였다.
그렇게 존경심을 뒤로하고 캐롤의 방에서 나가려는데, 한 물건이 내 시선을 붙잡았다. 바로 '오븐'이었다. 이를 발견한 베스와 나는 캐롤에게 오븐을 빌려도 되냐고 물어봤고, 캐롤은 흔쾌히 된다고 해주었다. 그렇게 베스와 나는 라따뚜이로 배를 채운 뒤(캐롤은 이미 밥을 먹었다고 해서 같이 먹지 않았다.), 갈레트를 만들어서 캐롤 방으로 갔다.
캐롤과 베스 그리고 나는 갈레트가 오븐에 노릇노릇 구워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사실 매주 수요일마다 비건 요리를 해서 저녁 파티를 하고 있어."
베스와 나는 왜 저녁 파티를 시작했는지, 어떤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다음 주에는 뭐 먹을래?"
베스가 나에게 물어봤다.
"음, 나는 갑자기 타코가 당기는데? 타코를 진짜 좋아해서 먹고 싶은데 우리 집에서 비건 타코 파는 가게가 너무 멀어..."
타코는 최근 들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어? 나한테 또띠야 만드는 기구가 있어!"
캐롤... 너... 우리의 동료가 돼라! 이렇게 완벽하기야?
캐롤은 평소에 요리를 좋아해서 다양한 요리 장비를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요리에 최적화된 사람을 베스와 내가 쉽게 지나칠 리가 없지! 우리는 캐롤에게 다음 저녁 파티에 함께 할거냐고 물었고, 다행히도 캐롤은 좋다고 답했다. 그렇게 우리의 '수제비'는 멤버를 한 명 더 영입하게 되었다.
라따뚜이 레시피
[재료] 통밀빵, 표고버섯 3개, 방울토마토 5개, 파프리카 1개, 양파 반 개, 마늘 한 개, 토마토 3개, 숟가락, 소금, 후추, 허브
(토마토소스 만들기)
1. 토마토를 사등분해서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돌린다.
2. 껍질을 깐다.
3. 믹서기로 갈아주거나 포크로 뭉개 준다.
*개인적으로 토마토가 씹히는 토마토소스를 좋아한다.
(라따뚜이 만들기)
1. 마늘을 얇게 자른다.
2. 버섯, 토마토, 파프리카를 손질해서 잘게 썬다.
3.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볶아 향을 낸다.
4. 그 위에 양파를 넣고 볶아준다.
5. 양파가 투명해질 즈음에 버섯과 토마토, 파프리카를 넣고 소금으로 간을 해준다.
6. 채소가 적당이 익어갈 때 즈음에 토마토소스와 허브를 넣고 끓인다. 타지 않게 계속 저어준다.
7. 통밀빵에 이를 올려서 먹는다.
* 라따뚜이 레시피 출처 : 일주일이 행복한 만원 레시피(지만 입맛대로 변형)
비건 갈레트 레시피
[크러스트 재료] 밀가루 한 컵, 소금 한 꼬집, 코코넛 고체 오일 소주컵 한잔, 메이플 시럽 반 스푼, 오트유 세 스푼, 비정제 설탕 반 스푼
1. 넉넉한 그릇에 밀가루와 소금을 넣고 섞는다.
2. 그 안에 코코넛 오일, 오트유, 메이플 시럽을 넣고 반죽한다.
3. 반죽이 적당히 쫀득해지면 도마 위에 밀가루를 조금 뿌리고 반죽을 위에 올려, 얇게 편다.
4. 반죽을 시트지에 옮기고, 마르지 않게 젖은 천으로 덮어 놓는다.
5. 오븐을 예열한다.
[필링 재료] 사과 1개, 계핏가루 반 티스푼, 메이플 시럽 한 스푼.
1. 사과 껍질을 까서 예쁘고 얇게 썬다.
2. 그릇에 얇게 썬 사과와, 계피, 메이플 시럽을 넣고 섞는다.
3. 필링을 반죽 가운데에 얹는다.
4. 반죽 가장자리를 접는다.
5. 예열해 놓은 오븐에 노릇노릇 황금빛이 될 때까지 굽는다. (25-30분)
* 비건 갈레트 레시피 출처 : 베스 기억 속 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