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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ttoo Oct 25. 2022

가지 튀김이 솜사탕 같아!

짜잔짜잔 짜장밥과 입에서 사르르 녹는 가지 튀김

할로윈 기념으로 호박을 직접 판 캐롤

"와~~! 너무 귀엽다!"

캐롤라인은 내 한국어를 알아듣고는 슬며시 웃었다.

"저는 손재주가 좋아요."

저번에 알려준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캐롤과 그에 감동하는 나.

내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다른 외국인 학생들도 모두 캐롤 같았으면..!


오늘의 메뉴는 짜장밥과 가지 깐풍기 었다. 가지 깐풍기는 나와 베스가 맨 처음으로 함께 요리했을 때 만들었던 메뉴였다. 베스는 그때 가지를 튀기는 게 정말 재밌었는지 짜장밥은 중국집에서 먹을 수 있는 거니까 중국집에서 먹을 수 있는 가지 깐풍기도 함께 만들자고 했다. 나는 당연히 찬성을 했고, 캐롤은 가지 튀김이라는 것을 처음 들어봤지만 한 번 시도해보고 싶다고 했다.


오늘은 캐롤에게 채소 자르기를 맡겼다. 하지만 캐롤은 깐풍기를 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가지를 깍둑썰기 하는 대신, 얇게 잘라버리는 대참사를 벌이고 말았다. 나는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멘붕이 와서 그런지 가지 깐풍기는 이미 한번 해본 것인데도 불구하고 자꾸 헤매었다. 원래 전분을 가지에 충분히 묻힌 후에 튀김옷을 입혀야 했는데, 그걸 잊고 그냥 튀김옷만 가지에 입히니까 전분물이 잘 붙지 않았다.

다행히 중간 즈음부터는 이상하게 생각했던 내가 레시피를 다시 확인하고 다시 잘 해냈지만.


베스는 가지 튀기기를 자처했다. 베스, 가지 튀기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 나는 뜨거운 기름 앞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무언가를 튀기는 게 뭐가 그리 즐거운 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베스는 그런 나를 이해할 수 없다듯이 미소를 지으며 가지를 아주 열심히 튀겼다. 처음에는 젓가락으로 요리조리 잘 튀기더니, 요리가 두 시간쯤 지속되자 손이 아프다며 집게로 도구 사양을 올렸다. 가지가 자잘해서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다.


"와, 이제 나 가지 튀기는 건 장인이 된 것 같아."

그렇게 많이 튀기면 질릴 만도 한데, 베스는 항상 이런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한다.나는 '베스 이제 가지 튀기는 거 지겹지 않아?'라고 물어보려던 참이었기에 그 말을 듣고 조금 반성하게 되었다.


결국 베스는 장장 두 시간에 거쳐 가지 튀기기를 모두 끝냈다. 그리고는 베스가 만든 소스를 튀긴 가지에 쓱 넣고 버무렸다. 그리고 하나 집어먹더니, 예전에 만든 가지 깐풍기가 더 맛있다고 했다. 사실 예전에 가지 깐풍기를 할 때는 다른 요리에 넣어야 할 소스를 가지 깐풍기에 넣었다지.(나는 그 사실을 베스에게 비밀로 했었다.)  근데 그 소스가 꼭 새콤 달콤 매콤하니, 닭강정 소스 같아서 맛있긴 했었다.


캐롤과 나는 그 사이에 짜장 소스를 했다. 춘장을 기름에 튀긴 다음에 간장을 조금 넣고 올리고당을 넣은 다음, 양파를 넣었다. 원래 버섯은 넣을 필요가 없는데, 베스가 자기 집에 있는 버섯을 얼른 먹어야 한다며 넣었다. 결과적으로는 아주 맛있었다!


"학교에서 먹었던 짜장보다 훨씬 맛있어요!"

캐롤은 짜장을 가끔씩 해 먹고 싶다고 말하며 가지 깐풍기를 하나 냠냠 집어먹었다. 그리고는 눈이 커지더니,

It's like cotton candy!

가지 깐풍기가 솜사탕 같다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나는 깔깔 웃었다. 입에서 사르르 녹는 솜사탕 같다며, 너무 맛있다며, 인생을 살면서 가지한테 이런 감정을 느낀 적은 처음이라며, 마치 아이돌을 눈앞에서 본 것처럼 들뜬 캐롤의 표정을 보니까 너무 웃겼다.


베스는 교장 선생님이 주신 귤이 있다며, 이걸로 귤청을 해 먹자고 했다. 그렇게 두 시간 동안 요리를 하고서도 이걸 할 수 있는 힘이 남았니? 대단하다..! 사실 아까 베스와 캐롤이 열심히 튀기고 있을 때, 나는 귤을 잘랐다.

"이건 교장선생님이 손.수. 키우는 유기농 귤이랬어."

교장선생님이랑 그런 대화도 할 수 있다니.. 꽤 친한가 보구나?


우리는 대충 설탕을 많이 뿌리고 유리병에 담았다. 이런 식으로 요리 끝엔 항상 무언가를 들고 집에 가게 된다. 다음에는 또 어떤 요리를 먹을까, 행복한 생각도 함께 집에 가지고 간다. 매주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사소한 행복의 순간이 늘어나는 일인 것 같다.


가지 깐풍기 레시피
[소스]
진간장 2스푼, 식초 2스푼, 설탕 2스푼, 고춧가루 1스푼, 소금 한 꼬집, 물 3스푼 섞기
[재료] 가지, 옥수수 전분, 찹쌀가루, 소금, 기름
1. 가지를 깍둑썰기로 자른다.
2. 전분가루 50 + 찹쌀가루 50 + 물을 섞어서 묽게 만든다.
3. 튀김옷에 소금을 취향 것 넣는다. 
4. 가지에 전분 가루를 묻힌다. (그래야지 튀길 때 튀김옷이 벗겨지지 않는다.)
5. 전분가루를 묻힌 가지를 튀김옷에 넣고 잘 섞어 준다. 
6. 튀김옷이 황금빛이 될 때까지 튀긴다.
7. 가지 튀김을 식힌 뒤 한 번 더 튀긴다.
8. 소스를 부어서 약한 불에 살짝 볶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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