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생각보다 짧아요
[겨울: 제2부]
저녁을 먹다가 영화제 축하 공연 무대를 보게 되었다. 한 때 오디션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그의 공연 무대였다. 처음 그 무대를 보고 기분 좋은 충격을 받았고 많은 의미를 내포하는 듯한 그의 무대를 수십 번 돌려 보았다. 이전부터 독특한 음악과 많은 시도를 했던 그의 노래를 좋아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그의 독특한 퍼포먼스를 보며 사람들은 그가 예술병에 걸렸다 혹은 허세가 생겼다는 말을 하곤 했다. 사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무대를 보고 나서 나의 생각이 짧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간 그 무대에 대한 강한 여운을 느껴 그 축하 무대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 보며 혼자서 나름대로 그 의미를 풀었다. 아래 글은 나의 개인적인 감상평이기에 공감이나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저 개인적인 생각이나 느낌이니 가볍게 읽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혹여 이 글을 읽고 흥미가 생긴다면 축하 무대 영상을 보는 걸 조심스레 추천한다.
1
“악동 걔잖아. 뮤지션.”
“앰뷸런스. 911. 폴리스.”
“불러. 잠깐만”
“찰칵.”
이라는 마지막 내레이션과 함께 그가 한 손에 샴페인이 담긴 잔을 들고 웃음을 지어 보인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서있던 그는 잔을 더 높이 들어 건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 모습은 마치 연예인이란 이렇게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이기에 역설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찾기 어렵다는 걸 희화한 듯 보였다. 그래서 도입부 내레이션에서 알 수 있듯이 사고가 난 상황에서도 신고를 하기 전 유명인을 사진으로 담고자 하는 묘사가 그걸 보여준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건배하는 듯한 그의 모습은 영화제를 축하하는 의미를 담으면서도 위로의 술 한 잔을 건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우리들 인생이 그렇잖아요. 힘냅시다. 건배. “라는 말이 들리는 듯했다.
2
무대가 시작될 때 서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몇 초간 매우 밝은 빛이 무대를 채웠다가 사라진다. 굳이 강한 빛을 비춘 이유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노래 제목이 파라노마인 걸 떠올려보니 금세 납득이 되었다. 우리에게 친숙한 또 다른 말로 주마등일 것이다. 보통 죽음을 앞두고 살아온 인생이 한 편의 짧은 영화처럼 빠르게 지나간다는 것을 주마등으로 표현하곤 한다. 그래서 그 몇 초간의 강한 불빛은 “인생은 이렇게 찰나이니 삶을 즐기세요. 인생은 파노라마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3
그는 샴페인 담긴 잔을 한 손에 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부르던 노래 가사 중에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버킷리스트를 다 해 봐야 해. 짧은 인생 쥐뿔도 없는 게 스쳐가네. 파노라마처럼.” 가사가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또한 그가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추다가 술이 바닥으로 쏟아지는 장면, 술잔을 거리낌 없이 던지는 장면이 매우 인상 깊었다. 왠지 모르게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설명하기 어려운 울컥하는 무언가를 느꼈고 이와 같은 감정을 나는 잠깐씩 카메라가 무대가 아닌 무대를 관람하는 연예인들을 비출 때 그들의 눈빛에서 약간의 그렁거림을 보았던 것 같다. 왜 자꾸 울컥하는 감정을 느끼게 될까 생각해 보다가 나름대로 결론이 났다. 나와 같은 일반인들 뿐만 아니라 대중에 관심을 받는 연예인들도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살아가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하고 싶은 걸 다하고 살겠다고 다짐을 해도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어그러지는 일은 부지기수이다. 그래서 자유로워 보였던 그의 모습을 보며 부러운 감정과 함께 그의 모습을 보며 짧게나마 위로를 받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4
무대 끝에는 신나게 춤을 추며 그가 관으로 뛰어 들어가고 그 관이 실려 나가며 공연은 끝난다. 그 장면을 보면서 죽음이라는 주제를 마냥 무겁지 않고 밝게 풀어냈구나 생각했다. 마치 후회 없이 산 사람은 죽음을 즐겁게 맞이할 수 있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덧붙여 그가 노래를 하던 무대 내내 그의 뒤에 놓여 있던 관의 의미는 죽음이라는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뒤에서 기다리고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은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다음에 라는 말 대신 하고 싶은 일을 다이어리에 적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인생은 길다고 하면 길 수가 있으나 짧다고 보면 또 짧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가끔 우리가 인생을 살아갈 때 그 찰나의 기쁨을 통해 버틸 수 있는 힘을 갖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찰나의 기쁨으로 많이 채워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