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크리스마스!

12월 25일

by 아녀녕

[겨울: 제1부]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이지만 다른 어떤 날보다 특별한 하루를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부터 미리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송과 크리스마스트리가 분위기를 예열하여 그런 듯하다. 나 역시 그 분위기에 합류하여 초코 케이크와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크리스마스 노래를 흥얼거렸다.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캐럴과 다양한 노래가 있겠지만 입가에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는

울면 안 돼, 창밖을 보라 라는 동요였다.


1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안 주신대.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데. 누가 착한 애지 나쁜 애지 오늘 밤에 다녀가신대.

잠잘 때나 일어날 때 짜증 날 때 장난할 때도 산타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데. “


라는 가사를 흥얼거리다가 가사를 반복하다가 “에이, 울 수도 있지. 너무하네.”라고 혼잣말을 해버렸다. 처음에는 어린아이가 울 수도 있는데 선물을 안 준다니 너무하네 라는 별 거 아닌 생각이었지만 울면 안 돼 라는 가사가 괜스레 마음에 걸렸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울면 안 돼를 되뇌었던 날이 생각나서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고 보면 산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빈자리를 내 스스로 채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울고 싶거나 힘든 날 스스로에게 울면 안 된다 달래고 잘 참아낸 나를 위해 맛있는 간식을 사 먹거나 갖고 싶은 것을 사기도 하는 모습이 꼭 산타 같기도 하다.


2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흰 눈이 내린다.

창밖을 보라. 창밖을 보라. 찬 겨울이 왔다.

썰매를 타는 어린애들은 해가는 줄도 모르고

눈 길 위에다 썰매를 깔고 즐겁게 달린다. “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요즘 동네 길거리 “썰매 체험”이라고 적힌 플랜카드가 생각이 났다. 오며 가며 볼 때는 그다지 별 생각이 없었지만 문득 썰매를 마지막으로 타봤던 적이 언제였지 싶었다. 사실 정말 까마득하여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는 그런 경험이 결코 없었음은 확실했다. 언젠가부터 썰매 타는 것은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특별한 활동이라고 받아들였던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를 찾아보자면 어린아이들보단 자칫 삐끗하면 골절되기 십상이기에 안 타게 되었다. 하지만 잊고 지냈던 썰매 타기는 내가 잠시 잊고 지냈던 낭만이기도 했다. 불현듯 어떤 여배우의 인터뷰 장면이 떠올랐다. 그녀는 인터뷰 당시 만났던 남자친구와 인적이 드문 시골에서 쌀포대로 썰매를 탄 소박한 경험을 말했다. 덧붙여서 어떤 화려한 음식과 값비싼 선물보다 그 소박한 경험이 매우 근사한 선물이었다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던 그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번 겨울에는 춥다 혹은 멀어서 귀찮다는 핑계는 줄여보려고 한다. 원래 낭만을 가져오는 일은 하기 싫은 일은 동반하는 일이 많으니까 말이다. 언덕에서 썰매 타기는 어렵겠지만 서울 근교에 있는 오리 썰매를 타러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남몰래해본다. 얼음 위에 줄지어 움직이는 오리 썰매를 아이들 틈에서 타는 것이 조금 유치해 보일 수 있겠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소박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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