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성과 삶

반복 속에 안정감을 찾는 과정

by 아녀녕

[가을: 제14부]



비 오는 날 지하철을 탔는데 비가 온 탓인지 열차 창문에 빗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창동역을 지날 때 기차가 비를 맞고 온 상태였음이 분명했다. 평소처럼 창문을 멍하니 보며 서있는데 열차가 출발할 때마다 달리는 속도가 일정한 탓인지 빗방울이 일정한 간격으로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수많은 별똥별이 열을 맞추어 떨어지는 모습 같았다.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고 싶었지만 사람 많은 출근길이기에 그저 눈에 담기로 했다. 잠을 설쳐서 피곤한 상태였지만 그 광경을 보고 난 후 잠이 달아났다. 그러다가 문득 창문에 비춘 나의 모습을 보면서 아침에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는 삶을 언제까지 반복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안을 갖고 살고 있으며 나 또한 잊을만하면 이따금씩 불안감이 올라오곤 한다. 그래서 가끔은 종교의 힘을 빌려보고 싶다가도 게으름 때문에 생각을 거두곤 하는데 나의 종교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답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표현할 종교는 있을 수 있겠지만 무교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세례를 받았던 적은 있으나 따로 시간을 내어 기도를 하러 가지 않은 세월이 십 년이 넘었기에 무교 같기도 하고 애매한 상태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불교에서 강조하는 윤회 사상에 대해서는 긍정한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과 작가의 책을 통해 느꼈던 내용들이 한 몫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내용들은 하나 같이 윤회와 같은 반복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가 태어나면서 죽고 하는 과정을 한 번이 아닌 계속해서 반복한다는 것이다. 사실 죽고 나면 그 이후를 아무도 알 수 없기에 윤회 과정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도 반복되는 삶이 고통일 수 있으나 그걸 알기에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라는 니체의 말은 힘이 되는 말임은 분명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인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런 힌트가 숨겨져 있고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아침에 해가 뜨고 밤이 되면 해가 진다 다시 떠오른다. 그리고 계절은 봄에서 여름 그리고 가을 겨울을 반복하며 돌고 돈다. 열매에서 새싹이 돋고 성장하다 또다시 열매를 맺는다. 얼음은 녹고 물이 되고 물은 또다시 얼면 얼음이 된다. 즉 완전한 것은 없고 불완전하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또 인생에 덧없음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이런 반복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안정감을 느낄 수도 있다. 안정된 직장과 안정된 보수를 통해 우리의 인생이 안정되는 것이 아닌 어쩌면 이미 우리는 반복적인 이 안정감 속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걸 잊고 지내는 것일 뿐 그러니 낙담할 일이나 고통이 생겼을 때 주저앉을 필요는 없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것일 뿐이다. 그래서 완전한 고통도 완전한 행복도 없는 이 불규칙한 오르락내리락 속에서 반복하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불안이 있기에 안정감을 느낄 수 있으며 고통이 있기에 행복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마음 또한 비슷하다. 사계절처럼 사람의 마음 변화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매여 있거나 문제를 삼는 순간 내 마음이 요동치며 심각해질 수 있다. 그러니 봄이 오면 다음엔 여름이 온다. 따뜻한 날도 오고 미지근한 날도 오며 추운 날도 오고 쌀쌀한 날도 온다. 한 계절에 속아 너무 덥다 너무 춥다는 생각을 갖고 시간을 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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