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
[가을: 제12부]
어린 시절에는 명절이 다가오면 응당 친척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골을 내려가곤 했다. 달리 말하면 시골을 내려가지 않고 친척들을 보러 가지 않은 집은 큰집이 아니고서야 흔치 않았다. 그리고 그 흔치 않은 집 중 하나가 우리 집이었고 명절날이면 괜스레 허전함을 느끼곤 했다. 특히나 길거리를 걷다 보면 집 앞에 많은 차들이 주차가 되어 있거나 여러 무리에 사람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며 지나갈 때 그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조금 씁쓸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혼자서 명절을 보냈다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가족들과 명절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같이 보내긴 했지만 그 명절이라는 날이 주는 새로운 외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명절날이 주는 평화로운 분위기와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왔고 그런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주차장을 가득 채운 차들을 보면 어디서 왔을까 라는 궁금증만 생길 뿐 외로움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점차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사회 분위기로 많은 사람들이 명절날에 여행을 가거나 평소에 만나기 어려웠던 친구들을 만나면서 우리 집은 흔치 않은 집에서 흔한 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일 년을 일 수로 따지면 365일이고 그 안에서 다양한 이벤트들이 있다. 중요한 날이기에 달력에는 빨간색으로 설날, 추석 그리고 다양한 공휴일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개인의 달력에는 개개인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념일과 생일 같은 날을 따로 표시하곤 한다. 나의 달력은 어떤 표시가 되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현재에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일과 기념일만 간단하게 표시를 해둔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생일을 표시를 해두었는데 그건 기억을 하기 위한 표시이지 남에게 선물과 축하를 받아야 한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는 나의 생일날이면 친한 친구들의 축하를 기다렸고 나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할 때 크게 내색하지 않았으나 속상함을 느끼곤 했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지금은 축하를 해주지 않아도 실망을 크게 하지 않고 기억을 하고 축하 메시지를 남겨주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바쁘게 하루를 보낸 친구들이 나의 생일임을 기억하고 메시지를 남겨준다는 것이 애정이 있어야 함을 알기에 고맙다. 아무래도 예전과 달리 나의 생일은 스스로 축하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으면서 마음이 편안해진 것 같다. 축하를 받으면 좋고 나는 내가 갖고 싶던 것을 구입하고 먹고 싶은 것을 사 먹기에 기분이 좋음을 유지한다. 단 예외적으로 매우 가까운 사이인 사람이 생일을 기억하지 못하면 서운한 감정이 올라올 것 같다. 아무쪼록 이런 변화가 나의 마음이 그만큼 단단해졌기에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나이를 먹어가며 무뎌지는 감정에 변화가 아니기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