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항상 생각한다오
[가을: 제11부]
작년 여름 즐겨보던 드라마가 있었다. 그 드라마 장르에 대한 소개글을 찾아보면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라고 나오며 사람들마다 드라마를 기억하는 장면은 제각각일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이 드라마는 장편 로맨스 드라마였으며 여자 주인공의 돈가스 만드는 장면으로 그 드라마를 기억한다. 여자 주인공은 남편의 생사조차 알지 못하고 그저 아이 키우기에 바쁘다. 한결같이 꼭두새벽 가게문을 열고 재료 손질을 하고 돈가스를 만든다. 그녀는 홀로 아이를 키우며 장사를 하면서도 힘든 내색을 크게 하지 않았고 남편에 대한 그리움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극 후반부에 남편을 향한 그녀의 진한 그리움을 알 수 있게 된다. 그녀가 남편과 데이트를 하던 장면이 앞선 그녀의 행동을 설명해 준다. 그 둘은 회사 근처에 있는 ‘남산 돈가스’라는 돈가스집을 즐겨 찾곤 했고 남편은 그녀에게 그 돈가스를 정말 좋아한다며 아이처럼 해맑게 웃음을 지어 보이곤 했다. 그런 그녀가 현재 홀로 아이를 키우며 일상의 시작과 끝을 돈가스와 함께 한다. 그저 묵묵하게 한 가게에서 오랫동안 돈가스를 만들고 파는 장면이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나는 그 장면에서 난 항상 당신을 그리워해요 라는 걸 담아냈다고 느꼈다.
사실 어떤 사람과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장소 혹은 물건을 접하게 되면 우리는 의식하지 않고 그와 관련된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와 이별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할 만한 물건을 치우거나 추억을 떠올릴만한 장소를 가지 않으려고 한다. 좋은 추억이 많을수록 가슴이 아려오기에 본능적으로 하는 자기 방어적 행동 때문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와는 다르게 묵묵히 돈가스를 만드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은 잊기 위함이 아니라 매일 상대방을 상기시는 일이었다. 나는 그 모습에서 진한 그리움이라는 감정과 더불어 뭉클함을 느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담은 어떤 장면보다 말없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감동이랄까.
이 낭만적인 남산 돈가스 서사처럼 우리에게도 하나쯤 음식과 관련된 낭만적인 서사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퇴근 후 치킨을 사 오는 아버지의 모습, 차 조수석에 올라타면서 상대방에게 건네는 아메리카노 한잔에도 낭만이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음식과 관련된 나만의 낭만적 서사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나에게는 치킨 햄버거, 밥솥에 눌어붙은 고소한 누룽지, 종이 홀더를 씌운 차가운 커피 한잔이 있었다. 아, 하나가 더 있다. 엄마가 안부 전화를 하며 나에게 이번 주말에는 네가 좋아하는 수제비를 해 먹자 혹은 네가 좋아하는 꽃게탕을 준비했다는 말이 있었다. 어떤 음식을 통해 그 음식을 좋아하는 누군가를 떠올린다는 게 따뜻하고 고마운 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