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때 나도 그랬더라면
[가을: 제10부]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전보다 쉽게 일반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나 다양한 연애 관련 프로그램에서 새로운 연애 상대를 찾기 위해 나온 사람들, 한 차례 이별이라는 아픔을 갖고 새로운 짝을 만나기 위해 나온 사람들 혹은 헤어진 연인들이 다시 만나 재회 혹은 새 출발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다. 그중에서도 헤어진 연인들이 다시 모여 재회를 하거나 새로운 사랑을 찾는 모습이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어떻게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할 생각을 다 했는지 놀라우면서도 이런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게 된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에도 놀라웠다. 하지만 놀라움도 잠시뿐이고 원래 남의 집 불구경이 더 재밌다는 말처럼 헤어진 연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다투는 모습을 보며 매우 흥미진진함을 느꼈다. 참 이상한 프로그램인데 자꾸 챙겨보고 있는 나를 보며 찾아보게 되는 그 이유는 뭘까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그 이면에는 우리가 스쳐 보냈던 연인들이 있었기에 그들을 보며 다시 만났다는 용기에 응원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들이 재회를 하던 하지 않던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기에 그 용기에 응원을 하면서도 나의 아쉬움이 남아있는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의 스쳐 지나간 인연들을 떠올려 보면서 ”만약에 “라는 단어가 우리를 설레게 하면서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아쉬움이 남아있던 인연과의 헤어졌던 장면들을 떠올렸을 때 만약에 이랬다면 헤어지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이런 ”만약에 “라는 판타지를 환승연애 프로그램에서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갖고 있던 환상을 채워주기에 열광하게 되는 것 같다. 다른 이들은 이 프로그램이 대본이 있을 것이고 가짜일 것이다라는 추측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찾아보게 되는 것은 만약에 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아닐까 싶다. 과거에 우리가 그때 주저하지 말고 속마음을 전달했더라면 혹은 조금은 더 성숙해진 상태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면 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맴돈다. 그리고 프로그램에 나온 연인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저런 행동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해보고 연인들이 다투는 모습을 보며 비슷했던 과거의 기억을 꺼내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들이 헤어지게 된 계기나 상대방에게 갖고 있는 생각들을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는데 그런 장면들을 보면 서로의 입장차이라던지 추억에 대해 각자가 다르게 기억하는 것들을 보며 인간관계도 참 어렵지만 사랑도 참 어렵구나를 다시금 느낀다.
환승연애에 대한 나만의 감상평을 짧게 적어보려다 적다 보니 말이 길어졌다. 나는 이 프로그램이 마치 내 방 옷장에 깊숙이 숨겨 두었던 낡은 상자를 다시 꺼내 보는 것 같다. 이제 계절은 가을에 접어들었는데 얇은 옷을 넣어두고 이제 조금은 두툼한 옷을 꺼낼 시간이다. 입는 옷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 옷장도 열어 과거가 아닌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사람과의 추억과 최근에 있었던 일을 꺼내어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