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얼룩

마음의 얼룩 또한 같다

by 아녀녕

[겨울: 제3부]



곰팡이는 온도 변화가 민감한 곳에서 쉽게 발견되곤 한다. 특히나 축축한 여름 장마철과 겨울에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다. 하필이면 그런 손님이 우리 집 베란다에 올해도 성큼 찾아왔다. 집이 꼭대기층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여름에는 쉽게 더워지고 겨울에는 빠르게 차가워지는 탓 때문이다. 지워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 참으로 독하다. 곰팡이를 지우던 날, 허리가 아파 잠시 허리에 뒷짐을 지고 검은 얼룩이 사라진 벽면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사람 마음에도 저런 얼룩 하나쯤은 있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갖고 있었던 혹은 갖고 있는 마음의 얼룩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내가 알지 못했던 숨은 얼룩을 찾았던 때가 있었다. 그것이 어찌나 교묘하게 숨어있었던지 한 친구가 떠나간 뒤에야 알 수 있었다. 숨은 얼룩을 지우는데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고 차츰 얼룩을 지웠다. 훗날 시간이 지나도 그 친구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얼룩이 지워진 자리에 고마움이라는 표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마음의 얼룩을 지우기보단 확대하여 바라보기 급급하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작은 얼룩이었음에도 작은 아이에게 큰 상처였다. 그 상처를 남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고 이따금씩 상처를 주었던 사람이나 그 상황을 상기시키며 스스로에 대한 연민을 키우곤 했다. 덕분에 그 시기에 나는 주변 친구들에게 어려운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한 친구가 다가왔다. 그 친구는 나의 차가운 반응이 재밌다며 내 옆에 앉아 조잘조잘거리기 일쑤였고 어느새 내 마음의 빗장을 열어 검은 얼룩을 지워주고 있었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지금의 나는 괜스레 차갑고 까칠한 사람을 보면 마음이 쓰인다. 태생이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마음의 얼룩이 지워지지 않고 크게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있다. 나처럼 그저 단순하게 내가 본디 타고난 성격이 차갑다고 생각했던 것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포장지였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사람 마음 또한 안과 밖의 온도차가 크면 마음의 얼룩이 생겨버리는 건 매한가지니까. 그리고 그런 마음의 얼룩이 또 다른 얼룩을 만들기 쉽고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의 여백이 부족하게 될지도 모른다.


베란다 곰팡이도 마음속 검은 얼룩도 다시 생기지 않으면 매우 좋으련만. 또 우리 인생이 마냥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래도 마음의 얼룩을 지워본 경험이 있다면 이전처럼 저 얼룩을 어떻게 없애지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르기보다는 태연하게 지워야지 라는 마음으로 방법을 찾아 나설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 정리가 필요하거나 힘이 들 때 산을 오르거나 산책을 하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펑펑 운다. 조금은 창피한 이야기지만 펑펑 울다 보면 마음속 응어리가 녹아내리는 것 같은 후련함을 느끼게 되는데 그 순간이 또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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