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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종헌 Jul 22. 2019

패터슨
- 행복의 조건 -

반복되는 것은 일상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다.

주제 : 행복의 조건  / 작품 : 패터슨 <짐 자무쉬>


여유로운 일요일에서 나눈 대화를 소재로 쓴 글입니다. 


#북살롱 #몽덴 의 후기입니다.



일상이라는 안정감


안정감과 익숙함의 다른 이름은 반복과 따분함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일상은 그렇다.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사람을 만나며 같은 음식을 먹는다. 일상의 반복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지만 반대로 무료함과 따분함을 주기도 한다. 안정감은 행복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요소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우리는 안정을 원하면서도 때때로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인간이란 신기하다.


우리가 결국 살아야 하는 것이 일상이고 그것이 반복적일 수밖에 없다면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복을 추구해야 할까? 여기 한 남자가 있다. 패터슨 시의 패터슨이란 버스기사. 특별할 것도 없는 그의 인생은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이란 말이 딱이다. 패터슨이란 영화는 안 봐도 되는 비디오를 굳이 비디오(영화)로 만들었다. 우리는 어떤 삶인지 뻔히 아는 남자의 삶을 보게 된다. 그의 삶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게 될까?



반복되는 것은 일상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출근을 한다. 손님을 태우고 정해진 노선을 운행한다. 정해진 노선이기 때문에 같은 승객을 태우게 된다. 퇴근 후 아내와의 저녁 식사. 같은 일상이니 하게 되는 이야기도 똑같다. 그리고 다음 날도 같은 일상이 지속된다. 이런 나날들이 이어진다. 패터슨은 이렇게 지겨운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런데 딱 하나 그의 삶에서 조금은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시를 쓴다는 것이다. 자신이 겪거나 생각한 일들을 시로 적는다. 그로 인해 그는 매일을 다른 삶을 산다. 시가 무엇이길래?


예술이 삶에 부여하는 가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시 자체가 그의 일상에 특별함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시를 쓰기 위한 과정이 그의 삶을 변화시킨다. 사물에 대해 사유하고 관심 있게 바라보고 깊이 있게 통찰한다. 시를 쓰는 그 결과가 아니라 그것을 쓰기 위해 행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그의 일상을 반복이 아니라 변화로 이끈다. 시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 대상의 고정된 관념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관념을 불어넣어 보는 것. 


사실, 우리가 매일 바라보는 풍경은 똑같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매일 변화한다. 사람도 마찬가지고 음식도 마찬가지다. 미묘하지만 그것들은 언제나 변화한다. 단지, 그것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변화하지 않을 뿐. 어쩌면 반복되는 것은 일상이 아니라 내 시선일지도 모른다. 내 눈이 그것의 변화를 포착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것들을 관찰하지 않으니까.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유다.


일상에서 더 많은 행복을 만들어가 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패터슨이 던져주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흥미진진한 사건이 있지도 않은데도 그의 삶이 풍요로울 수 있는 이유는 사유에 있다.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그가 바라보는 모든 것들을 새로운 것으로 만든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을 기상천외하게 바꿔버리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생각을 기상천외하게 바꾸는 것은 가능하다. 행복이 만약 새롭고 신선하고 낯선 있다면 우리가 바라야 할 것은 재밌는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바뀌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바라보는 것들이 변화하게 될 테니까. 마치 패터슨이 바라보는 세계가 그러한 것처럼 말이다.


일상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붙잡아 보는 것. 흘려보내지 않고 조금은 머금고 있는다면 반복된다고 믿는 이 일상도 달라지지 않을까? 마치 발효된 우유와 그냥 우유의 차이처럼 말이다. 요구르트와 우유를 우리는 같다고 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패터슨의 삶이 행복한지 아닌지는 본인만이 알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삶은 단 한 번도 반복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우리의 삶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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