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오퍼레이터 일을 하고 있다. 이전과 아주 약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출퇴근길에 보다 많이 하늘과 길가에 고양이들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이다. 덧붙여 그 모습들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가슴을 뛰게 만들만한 성공 스토리도, 마음 저리게 만들 아픈 이야기도 좋지겠지만, 나는 때로 곁에 있는지도 모르고 스쳐지나간 것들에 대해 적고 싶었다.
한창 독서 토론, 글쓰기 모임 등을 다니던 중 문득 사는 게 재미없다 토로하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건 어떤 유희로 채울 수 있는 허무함이 아니라고 여겨졌다.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삶의 의미나 가치가 희미해질 때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시시포스의 형벌을 받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커다란 바위를 힘겹게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려놓으면 기다렸다는 뜻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물어가며 그저 일상이란 형벌의 고통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이 끝날 것 같지 않은 고통을 굳이 견뎌내야 하는 이유가 뭘까. 견뎌냄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그런 의문이 생길 때 무언가를 하나씩 포기하고 싶어진다. ‘N포’라는 단어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라 생각한다. 꿈, 사랑, 인간관계 등등 삶을 이루는 것들을 하나씩 포기할 때 사는 게 조금씩 편안해진다. 그렇게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게 되었을 때 어쩌면 삶 자체를 포기하고 싶어지는 것 일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죽음이란 모든 고통에서 벗어난 상태, 궁극적인 편안함이다. 그러나 방구석 쓰레기장 속에서 궁극적인 편안함에 가까워져 갈 때 되려 고통스러워졌다. 적어도 내 마지막 고통스러움이 이런 식이길 바라지 않았다. 마지막 괴로움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최대한 만족스러운 형태로 마무리 짓고 싶었다.
누군가 인생은 자전거 타기와 같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좋아한다. 애써 페달을 밟을 때 일상이란 바퀴가 회전한다. 그 회전을 동력으로 우린 앞으로 나아간다. 스스로가 정한 가치 있는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이 든다.
물론, 크게 보자면 우린 앞으로 나가는게 아니라 지구라는 굴레를 일부 돌고 있을 뿐이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즐기는 일이라 생각한다. 땀을 식히는 바람과 스쳐가는 풍경, 내리쬐는 따뜻함 등은 충분히 아름답다. 그것들을 충분히 느끼면서, 부풀어 오르는 허벅지를 뿌듯하게 바라보는 일. 반복되는 일상을 견딘다기 보다 즐기게 될테다.
나는 여전히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지만 작은 목표가 생겼다. 평범한 일상에 약간의 의미를 장식하듯 걸어두고, 보다 아름답게 바라본다. 보다 보면 익숙함에 잊고 있던 것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어쩌면 재밌는 삶이란 이렇듯 자신의 삶을 꾸며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사는게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잘 견뎌내길 바란다. 삶이 떨어지는 바위를 올려다놓기를 반복하는 일일지라도 사람은 저마다의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가 그 과정을 즐길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