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은 화이트데이였습니다. 아이들도 저도 괜히 설레는 날이기도 하죠. 달달한 알사탕 하나를 오물오물 입에 굴리며 다음 시를 함께 썼습니다.
<달콤하니>
- 정유경
사탕이 사랑처럼 달콤하니
사랑이 사탕처럼 달콤하니
사탕을 녹여먹다 슬그머니
네 생각이 나니 나 어떡하니.
모르는 거 빼고 다 아는 육 학년들은 신이 났습니다.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오고 부루퉁한 얼굴도 만들어집니다.
"나만 솔로야."
"선생님 첫사랑 이야기 해주세요."
"모솔인 사람 손!"
"나도 연애하고 싶다."
소란스러운 와중에 묘한 눈빛을 주고받는 어린이들도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둘은 사귀는 사이였습니다.
[사탕은 사랑처럼 달콤하고 자꾸만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난다. 나도 좋아하는 사람을 계속 생각하던 때가 있어서 공감이 된다.]
[자꾸 사탕, 사랑 거리니까연애하고 싶어 졌어요.]
[사랑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긴 하지만, 사랑은 달콤하고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을 보면 상대방이 생각난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마음을 한가득 차지하는 그때,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그 마음을 아이들은 벌써 아는 걸까요.
한 친구의 생각에 저는 쿵, 하고 말았습니다.
[사탕 달콤하긴 하죠. 근데 사랑은 나중엔 안 달콤하지 않나.]
아이들은 생각보다 더, 많이 아는 것 같습니다.
+ 시始 시詩 한 이야기
지나간 사랑을 떠올려보면 달콤하기만 했던 사랑은 없었습니다. 지나갔다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랑의 달콤함은 순간이죠. 너무 달다 못해 쓰게 느껴질 때도 있고 성급하게 깨물었다가 박하맛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사랑의 맛을 '달콤' 하나로만 정해두었던 때가 있습니다. 달콤함이 사라지면 사랑도 끝이 난다고 생각했었죠. 달달함이 사라질까 봐 무던히도 애를 썼습니다. 그 불안한 마음은 결국 변질되어 버리곤 했는데, 때론 집착으로 때론 원망으로 바뀌어갔죠. 당연히 사랑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미 답을 정해놓은 사람과는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요.
달콤하면서 씁쓸하기도 하고 비릿하고 아린맛이 나서 때론 뱉어버리고 싶기도 한 사랑의 맛을 계속해서 알아가고 배우고 있습니다.사랑은 도대체 어떤 맛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