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단연 책상이다. 내 책상의 가장 큰 장점은 어디에든 있다는 것이다. 사무실이 책상이 되기도 하고 식탁이 책상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서로 포개어진 두 무릎이 책상의 역할을 할 때도 있다. 하나의 구체물로서의 책상이 아닌 이곳저곳 여기저기에 흩어진 모든 책상들이 나를 다듬을 수 있게 도와준다.
어느순간부터내생각을이야기하지않기시작했다. '누가그랬대.' '책에서봤는데이런말이있었어.' '유명한박사님이이야기하셨는데...'로시작하는내 것이아닌내이야기. 타인의말을빌리면상대의날선반응은나와무관한것이라고여겼다. 혹시라도 돌아올지 모르는 비난을 피할 수 있는 좋은 핑곗거리를 찾은 것이다. 문제는그것이익숙해지다 보니내이야기는사라져 버렸다.심지어빌려온남의이야기가상대를 감화시키지 못할 때도 있었고 때론 비난을 받을 때도 있었다.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이렇게 뛰어난 사람의 생각도비난을받다니! 그에비해너무나도보잘것없는내생각은더큰비난을받을지도 몰라! 도망쳐야겠다.'
내 생각을 교묘히 숨기고 상대의 생각을 알아차리는 삶이편하고익숙해졌다. 사랑하는사람이생기면온전히그사람에게모든결정을맡겼다. 그와나의관계에서내가책임질수있는영역을최대한축소하고싶은마음이었다. 내가결정을미루면책임에서도자유로워지니까. 스스로를바라보지못해안타깝고사랑이라는허울좋은포장지로뾰족한마음을애써덮어버렸다는점에서비겁하다. 어떤마음은마모되지못한채남아있기도하다.
"너는배려라고이야기하지만선택을피함으로써책임을나에게미루고있어."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휘청거렸다. 애써 덮어두었던 뾰족한 마음들이 나를 찌르는 것 같았다.
미래에닥쳐올지도모르는막연한불안으로인해현재에집중하지못하는 나를 바라본다. 책상에 앉아 내 생각을 적어보고 있다. 물음표와 느낌표와 말줄임표를 오가며 '싶다'를 써야 할지 '있다'를 써야 할지 수십 번의 고민을 지나, 치열하게지금을싸우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