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열리고 지금으로
지난 5월 17일 광주에 갔다. 매년 5월이 되면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꺼내어 읽는다. 그녀가 노벨상을 받기 전부터 매년 그래왔다. 그래서였을까.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는 묘한 자부심마저 들었다. 전에 친구가 내게 물은 적이 있다.
“그 책을 왜 여러 번 읽어?”
“나는 5.18을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으로만 알고 있잖아.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사건이 아니라 그때의 광주랑 지금의 내가 이어지는 느낌이 들어. 그때 나는 광주에 없었지만, 그때의 광주를 기억하려고 읽어.”
나는 사실 한 번 읽은 책을 또 다시 읽는 걸 즐겨하지 않는다.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고 세상엔 읽을 책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소년이 온다>를 계속 읽는 건, 동호가 오고 있기 때문에. 과거를 건너 지금으로 오고 있기 때문에. 꽃 핀 쪽으로, 빛이 있는 곳으로 이끄는 동호를 기억하기 위해.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소년이 온다> 192쪽.
2025년 5월 17일의 광주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옛 전남도청은 복원을 위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고 광장에서는 5.18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나는 광주에 없었다] 연극을 보러 국립 아시아 문화 전당으로 들어갔다. 관객이 시민군으로 참여하는 형태의 연극이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부분은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5.18과 관련된 경험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는데 한 시민이 손을 들었다.
“저는 80년 5월, 광주에서 태어났습니다. 계엄령이 내려지고 어머니가 저 때문에 엄청 걱정하셨대요. 아무나, 이유 없이, 때리고 잡아 가던 때였으니까요. 제가 많이 울면 끌려갈까 봐...”
5.18의 기억은 직접 경험한 어머니의 말에서 자녀의 말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제 그 말은 공연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도 전달되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이어지는 거 아닐까. 시민분의 생일은 80년 5월 17일이라고 했다.
공연의 마지막에 다다르자 무대가 열리고 빛이 쏟아진다. 배우들을 따라 무대를 걸어 밖으로 나가면 2025년의 우리가 1980년의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가 함께 광장을 돌며 춤과 노래를 불렀다. 애도와 추모가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진다.
빛이 열리고 지금으로.
그때 나는 광주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나는광주에없었다
#소년이온다
#518민주화운동
#좋아해서남기는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