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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현 Aug 08. 2021

진짜 내 모습을 찾아야해요.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갑자기 휴가를 왔다. 여름휴가가 언제쯤 되냐고 그렇게 물었거늘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 반복하더니, 

"토일월 강화도 펜션 잡았어."

음... "준비할께."


늘 이런식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한 계획이 있어야 하는 나와 목적만 생각하는 그...

결혼 십년이 훌쩍 넘어가니 이제는 그려려니 한다.

그것이 나와 너의 다른 점일 뿐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

 

그렇게 급하게 여름휴가를 왔다.

툭하면 강화도냐고 불평하는 아이들도 "수영장이 있어!" 한 마디에 "야호~!"로 바뀐다.

물이면 다 좋은 그 나이가 참 부럽다.


가서 아무것도 하지말고 다 사먹자는 말도 십 수년째 반복 중이다.

그런 말이 나에게 먹히지 않을 것이란 걸 진정 몰라서는 아닐테다.

정말 그런 마음일 것이다. 늘 계획대로 움직이기 보다 즉흥적인 그의 진심...


어쨌든 나는 여름휴가를 왔다.

나는 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몰 속에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은 좋다.

그 옆에 내가 좋아하는 커피, 맥주, 책 그리고 노트북을 켜고 앉았다.

더위도 잘 참는다. 참기보다 남들보다 더위를 덜 탄다고 말하는 것이 맞겠다.

가사가 있는 노래는 싫어한다.

재즈나 카페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는 것이 좋다. 그런 분위기가 좋다.

좋고 싫음이 비교적 분명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직장생활을 하고 엄마가 되고 보니 나의 좋고 싫은 취향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싫어도 좋은 척, 좋아도 싫은 척이 필요한 순간이 생각보다 많더라.

그 속에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고 있었다.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책을 좋아하고,

커피를 좋아하고,

재즈음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고,

음식만들기를 좋아하고,

고기를 좋아하고, 

빨강색을 좋아하고,

밤보다 새벽을 좋아하고,

술집보다 카페를 좋아하고,

겨울보다 여름을 좋아하고,

면보다 밥을 좋아한다.


삶의 농도가 진해질수록 나에 대해 집중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일부러 노력하지 않으면 내가 아닌 '나'로 살아질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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