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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현 Aug 30. 2021

당신도 그러길 바라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새벽 다섯 시 커피 한 잔 내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던 때가 있었다. 

정해진 분량의 책을 읽고 기억하고 싶거나 떠오르는 생각을 적었다. 

글을 쓰다 내 감정에 복받쳐 하염없이 울기도 했고, 어떤 날은 가슴이 벅차 올라 심호흡을 크게 해야 겨우 숨이 쉬어지기도 했다. 적다 보면 글의 주제가 처음 의도와는 달리 삼천포로 빠지기도 하고, 쓰다 보니 생각의 생각이 더해져 기대 이상의 글이 되기도 했다. 


몰입해서 쓴 글의 ‘발행’을 누를 때면 마치 굉장한 프로젝트를 끝낸 기분이 들기도 했다. 물론 발행이 아닌 ‘저장’을 누르는 날도 있었다. 발행된 글을 읽지 않고 그저 공감 버튼만 누르거나 기계적인 댓글을 다는 이들도 있다. 공감수가 조회수보다 많은 것을 보고 내 글이 아직은 읽히는 글이 아니라는 기분이 들어 실망하기도 한다. 덤덤하게 쓴 글에 진심 어린 댓글이 달리면 괜히 미안하기도 고맙기도 하다. 


지금 나는 잘 쓰지도 못한 글 하나에 희로애락을 느끼며 나를 시험해 보고 있는 중이다. 

스스로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해 본다. 

첫째, ‘글쓰기’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둘째 ‘글쓰기’를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첫 번째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본다. 

글을 쓰는 과정은 ‘나’라는 사람의 주체성을 고조시킨다. 

글쓰기는 나의 의견, 느낌, 생각 등을 거침없이 토해내는 가장 솔직한 행위이다. 혹자는 글쓰기를 ‘배설’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나는 배설이라는 단어는 무의식적으로 마구 쏟아내는 기분이 들어 거부감이 든다. 

글이란 무의식과 의식의 치열한 내적 공방 속에 비로소 산출되는 숭고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고통스럽지만 짜릿하다. (물론 배설이 숭고하지 못하다는 말은 아니다.) 


나에게 글쓰기란 오직 ‘나’로 우뚝 서는 시간이다. 

내 앞에 붙은 갖가지 수식어를 떼어내고 오로지 ‘나’라는 실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순간이다. 

그리하여 글쓰기는 나에게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글쓰기를 통해 진짜 나를 만남으로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인간은 누구나 ‘행복’하고 싶어 한다. 평온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갈등과 번뇌 속에서 행복하지 않을 때가 많다. 

불행의 원인인 갈등과 번뇌를 가만히 들여다보자. 그 속엔 나 외의 것들이 섞여 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나를 다른 무엇과 비교 · 평가하며 스스로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나는 그냥 ‘나’였다.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나는 존재 자체가 축복이고 행복이어야 한다. 그렇게 소중한 자신을 자꾸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나를 만나 웃고 떠들며 안고 쓰다듬는다. 

내가 나를 어루만지는 모습을 보고 당신도 당신을 만나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쓴 글이 그저 나만 위한 것이 아닌 당신을 위한 것이길 바라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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