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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지현 Aug 31. 2021

지금, 여기

내인생이잖아......

 오래간만에 앉은자리에서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휴직을 하고 나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앉은자리에서 책 한 권 읽기’였다.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아들 둘을 키우며 일을 하는 엄마인 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새벽이거나 점심시간을 쪼개서였다. 출퇴근 시간을 포함해 회사에 있는 시간이 하루 10시간은 족히 넘는데 그 시간을 온전히 책 읽기에 할애한다면 나는 하루 한 권은 문제없으리라 생각했다. 미친 듯이 읽어댔다. 자기 계발 서적, 경제서적을 시작으로 마케팅, 건강, 심리, 인문철학서적까지 말이다. 


 하루 한 권을 읽다 언제부터인가 아웃풋이 없는 책 읽기가 게으른 자의 도피 행위처럼 느껴졌다. 

그 후로는 재독이나 정독을 하기 시작했다. 인문고전 책을 제외하면 대부분 책은 제목만 봐도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 출간된 책들은 제목이 기발하면서도 직관적이어서 더욱 그렇다.


 사설이 길었다. 오래간만에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책 <내 인생 나를 위해서만>이다. 

책 제목에서 벌써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부제가 ‘죽을 때 후회 없을 단 한 가지 삶의 태도’이다.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당신도 알 것 같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언급하는 이유는 알 것 같은 내용이었으나 사실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사실들이 송곳으로 찌르듯 나를 콕콕 찍어 댔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만 머릿속에는 다른 것들이 끊임없이 솟구친다. 책을 읽을 때만이 아니다. 머리와 손발은 서로 다른 일을 한다. 식사 준비를 하면서 맛있게 먹어줄 식구들을 떠올리기보다 다른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한다. 그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때는 또 다른 해야 할 일을 생각한다. 쉬지 않고 머릿속은 해야 할 일과 하지 못한 일들이 뒤엉켜 난장판이다. 심지어 제대로 하지 못한 일들까지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거든다. 잠자리에 들 때면 어디인지 모르게 찌뿌둥하다. 뭔가 개운하지 않다. 


 책에 나온 대로라면 나는 지금, 현재를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후회에 사로잡혀 미래를 걱정하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한 삶은 지금을 사는 것이다. 지나간 과거나 오지도 않은 미래를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있는 곳, 여기 현재를 온몸으로 사는 것이다. 그 결정은 오직 ‘나’만 할 수 있다. 내 인생의 주인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자. 진정 주인다운 인생을 살고 있는지. 나의 선택, 그 결정이 오로지 나만의 판단이었는지. 타인의 기준이나 외부 환경에서 비롯된 타협에 의한 자기 결정은 아니었는지 말이다. 




 이제부터 나는 내 인생을 살려고 한다. 지금을 살 것이다. 

성숙하지 못해 미련하게 참고 견뎌냈던 과거를 놓아주겠다. 완벽하기 위해 비굴하게 쩔쩔매던 미래도 그때가 오면 정면으로 부딪히겠다. 그리고 다시없을 지금을 미치도록 사랑하며 매 순간을 살겠다. 

지금 여기 내가 존재하는 이유,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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