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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이 지나가다 Sep 26. 2015

28. 비우다

가을은 여기에 있는데 다른 곳으로 가을을 만나러 가자고 합니다.

양 손을 가득 채운 채로 텅 빈 네가 좋겠다 라고 말하는 분이 있습니다. 양손을 비울 수 없다면 적어도 한 손만이라도 비운다면 뭔가 다른 걸 택할 수 있을 텐데 그저 꼭 쥔 채로 자꾸만 말합니다. 이미 자신의 것을 가졌으면서 타인의 가지지 않은 가능성까지 내 것이었으면 하고 바라나 봅니다.


타고난 욕심쟁이들이 참 많습니다. 스스로 자꾸만 탐욕을 불러 들입니다. 손에 쥐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손을 펴는 건 누구나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선택은 안 하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손을 펴야 한다면 그건 내가 아닌 타인이어야 합니다.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것과 내 눈 앞에 있는 어떤 것의 가치 그저 봄으로는 잘 모릅니다. 손을 펴서 하나를 내려 놓고 다른 하나를 잡아 온전히 내 것이 되기까지 알 수 없습니다. 단지 막연한 가치를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손을 꼭 쥔 채로는 무엇 하나 새로 잡을 수 없습니다.


고집스럽게 손을 꼭 쥔 채로 있겠다면 정말 소중한 걸 놓칠 수도 있습니다. 손을 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잃어버리는 것도 놓쳐버리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손이 텅 빈 것일 뿐 자유롭게 그 손을 채우면 됩니다. 스스로에게 여러 선택지를 선물로 준겁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당신이 자신에게 말입니다.


2015. 9. 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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