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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이 지나가다 Sep 29. 2015

31. 힘들다

새벽의 하늘은 참 찬란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자꾸만 나를 바보로 만드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요.


한 곳에 오래 있는 분이 타성에 젖지 않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본인은 그러고 싶지 않는데 환경이 자꾸만 그러자고 유혹 아닌 유혹을 합니다. 너도 우리와 하나가 되자고 같이 더럽혀지자고 말입니다. 게다가 쉽사리 외부인을 들이지도 않지만 혹 외부인을 들이게 되더라도 그렇게 길들이려고 애씁니다. 아무런 가치 없는 기싸움을 벌여가면서 말입니다.


이상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정상적인 보통의 가치관을 가진 분이 그 곳에 들어가는 순간 다른 곳에서는 만날 수 없는 그 곳만의 독특하지만 낡은 문화에 아주 아찔한 현기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엔 그 곳이 그 곳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느끼지만 곧 내가 이상한 건가 자꾸만 되뇌게 됩니다. 그렇게 출구 없는 곳에 점점 익숙해지고 자신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한창 새로운 곳에서 정말 열심히 적응 중이신 분이 있습니다. 내 마음과 같지 않은 동료들과 적응 문제 때문에 하루 하루 힘듬을 더해가고 계십니다. 넘쳐 나는 업무, 근원을 알 수 없는 시샘, 정체모를 줄 세우기, 끝 모를 뒷담화, 너무나 다른 가치관, 지나친 오지랖, 무성한 소문, 정도를 넘어선 권위의식, 거품 가득한 전임자 등등 감당할 게 많아 하루가 다르게 힘들고 지친다고 합니다.


말없이 그저 들어주고 토닥토닥 안아주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당신은 잘못되지 않았다고 너무나 잘하고 있다고 조금만 더 힘내라고 밖에는 말입니다. 딱 봐도 쉽지 않았을 길을 선택해 가신 거라 끝까지 응원해야지 하는 마음만을 가지고 있어 그만두라는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본인이 원해 이제 시작점에서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있는 중이라 말입니다.


끝까지 지켜볼 예정입니다. 버텨 보겠다고 한다면 버틸 수 있게 버팀목도 되어줄 겁니다. 언젠가 그만 두겠다고 하면 지지도 해줄 겁니다. 다만 그 과정이 너무 아프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길이 누군가를 위한 선택이었다면 누군가만을 위한 길뿐만이 아닌 그 길을 걸어가는 당사자를 위하는 길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매일 우리가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해줄 수 있길 바라봅니다.


2015. 9. 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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