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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이 지나가다 May 08. 2016

72. 불안하다

가정의 달, 오월, 소중한 가족들과 좋은 시간 보냅시다, 우리.

불안이라는 녀석과 친구가 되는 거 참 쉽지가 않습니다. 이제는 서로 조금은 아는 거 같은데 서로 친구라고 말할 수 있기까지는 아마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불안이라는 녀석을 삶에서 완전히 영구 추방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어릴 적 어느 날 '그럼 친구로 지내면 적어도 지금까지 보다는 삶이 덜 시끄럽겠지 덜 귀찮겠지' 했는데 삶은 여전히 시끄럽고 불안이라는 녀석의 존재감도 여전히 만만치가 않습니다.


불쑥불쑥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아낌없이 드러내며 저기 깊은 곳의 저도 막 꺼내어서 흔들어되는데 제 자신을 잘 지켜야지 이번에는 흔들리지 말아야지 적어도 저번과는 달라야지 하지만 여전히 불안이라는 녀석에게 속절없이 마구마구 휘둘립니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탈탈탈 털린 뒤에야 툭 하고 던져져 애써 정신 차리려고 하나 정신없는 저를 만나게 됩니다. 매번 전혀 학습이 되지 않는지 효과가 없습니다.


불안이라는 녀석은 매번 다른 옷을 입고 제게 다가옵니다. 가끔은 유사한 옷을 입고 오지만 제 눈이 일을 안 하는 건지 녀석을 알아보지 못하고 아무 생각 없이 덥석 잡아버립니다. 제가 유리로 만들어진 것도 아닌데 금이 가고 마침내는 조각조각 산산조각이 납니다. 단단해진다는데 이제는 좀 단단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약하고 약한 저는 눈만 껌뻑 껌뻑 녀석을 정말 멍청하게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건 녀석을 키운 건 저라는 거입니다. 제게 존재감을 자랑하는 녀석을 누군가가 제게 선물해준 것이 아닌 제가 제 안의 녀석을 지금껏 참 열심히도 키웠고 여전히 키우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아직 그렇게 친해지지 않아 불안이라는 녀석의 출생의 비밀은 알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녀석의 처음을 알 날이 올 거라고 그저 생각해봅니다. 그럼 녀석과 저의 관계도 지금과는 달라질 거라고 말입니다.


불안 불안한 매일을 매 순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불안에 휘청거리기도 하지만 흔들리는 저를 바로 잡아 다시 제대로 걸어가 보려고 노력에 노력을 더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불안과 저 함께 지금도 걷고 있습니다. 불안이라는 녀석도 저를 알아가고 있고 저도 불안이라는 녀석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제가 녀석을 그렇게 싫어하지 않으니 녀석도 저를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을 겁니다. 정말 아마.


어느 때 흔들리고 있는 우리 각자를 외면하지도 미워하지도 말았으면 합니다. 그런 우리도 우리입니다. 그런 모습까지 참 사랑스러운 우리입니다.


2016. 5. 8.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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