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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이 지나가다 May 15. 2016

73. 당연하다

봄은 봄인데 이번 봄은 봄을 제대로 만나기 힘든 봄입니다. 봄의 실종?

일상 속을 살아가는 거, 일상 속에서 일상여행자로 살아가는 거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많은 변수들이 있고 또 선택이라는 걸 끝없이 하게 됩니다. 선택을 강요받거나 혹은 선택을 강요하거나 스스로 선택을 하면서 그 일상 속을 나름 치열하게 살아갑니다. 때론 지치기도 하고 때론 힘들기도 하고 때론 아프기도 하고 때론 즐겁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어느 때엔 어떤 입장이 직접 되어보지 않으면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생각할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일은 직접 경험으로 알거나 이해하거나 생각하거나 느낄 수 없지만 직접 경험이 동반되지 않으면 다다를 수 없는 진실도 있습니다. 막연히 알거나 막연히 이해하거나 막연히 생각하거나 막연히 느끼는 것이 아주 많이 위험한 때도 있습니다.


그 막연함이 누군가를 진정으로 아프게 한다면 나의 막연함을 바꿔야 합니다. 제대로 그 상대에게 그 상황에 그 환경에 시선을 제대로 맞춰야 합니다. 그저 바라보는 게 아닌 그 상대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요즘 전 달리 바라보는 걸 다시 배우고 있는 듯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게 온몸으로 제대로 말입니다.


어떤 분이 말씀하신 것처럼 차이가 있어 차별하는 것이 아닌 차별하기 위해 차이를 애써 찾아내는 일련의 일들을 요즘 이상하게 주변에서 재차 마주하게 될 때마다 마음속이 머릿속이 자꾸만 시끄러워집니다. 설령 우리 각자가 차이가 있은들 얼마나 차이가 있겠습니까. 서로 강점이 다른 거뿐인데 왜 근거 없는 우월을 내세워 차별이 계속적으로 반복이 되고 있는 건지 모를 일입니다.


누군가 나를 차별하는 것, 내가 누군가를 차별하는 것, 누군가가 그 누군가를 차별하는 걸 보는 것, 어느 것 하나 당연한 건 없습니다. 그 어느 것 하나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면 안 됩니다. 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계속되고 있는 매일의 반복입니다. 익숙해지는 게 무서운 거라고 나만 아니면 된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이 우리 각자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우리일 수 없게 하는 우리 안의 여러 차별, 결코 차이가 아닙니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는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안의 다양함을 애써 차이와 차별로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쉽진 않지만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이해하는 걸로 우린 서로에게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말갛게 웃을 수 있을 겁니다.


내 안의 시끄러움이 정말 가까운 날 잠재워졌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너와 우리를 더더더 사랑하고 싶고 또 그렇게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일상이 평화하지 않기에 평화를 더 갈급하게 되고 정말 타는 목마름을 느낍니다. 비단 이 목마름이 혼자만의 목마름은 아닐 텐데 그런 우리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느 때건 당연한 건 없습니다. 당연하지 않은 걸 당연한 걸로 포장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어느 것이 당연하게 되기까지 무수한 누군가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기여했던 무기여했건 가치 있게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불편함을 겪지 않기 위해서가 아닌 소소한 내 일상의 어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한 부분의 조각들이 모여 내 일상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을 만들어가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나만 살아가는 삶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삶은 결코 같지 않습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우리뿐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 역시 그래야 합니다. 함께 살아가는 삶을 아이들에게 선물해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아이들이 살았으면 하는 삶을 일방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이 살아가고 싶은 삶을 함께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우리의 삶 그 자체를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삶 그리고 각자의 여러 삶이 담긴 그런 삶을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이 함께 꿈꾸며 만들어 갈 수 있기를 오늘도 간절히 바라봅니다. 가능한 한 불가능이 아닌 가능만을 생각해봅니다. 일상이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서 그 일상이 조금이라도 아름다워지길 바라보면서 말입니다.


2016. 5. 1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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