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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간이 지나가다 Apr 22. 2016

71. 설레다

봄봄봄,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봄비, 봄밤, 봄바람, 봄내음.

이 좋은 봄에 설레는 일이 생겼습니다. 숨겨지지 않을 정도로 자꾸만 설렘 가득 해지는 그런 일.


연락이 어느 날 갑자기 뚝 끊겼던 친구와 오랜 시간이 지나 연락이 닿았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제 성향이 허락되지 않았다면 타인을 잘 들여다보지도 그렇다고 허락되지 않은 누군가 절 들여다보는 것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sns를 거의 하지 않는지라 제가 누군가를 찾는 것도 누군가가 절 찾는 것도 쉽지는 않은데 이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어떤 메일 계정에서 그리운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뭔가 참아지지 않는 묘한 충동에 친구의 이 메일 계정이 아직까지 유효할까 반신반의하면서도 답멜이 오건 오지 않건 친구가 부담스럽지 않을 선에서 마음을 담아 보냈습니다. 다행히 없는 메일이라고 돌아오지는 않았습니다. 소소한 일상이 바빠 잊고 지내다 확인할 게 있어 들어갔다가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메일이 도착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메일 내용을 확인하려고 클릭을 하기 전부터 입가에서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아내느라 어금니 제대로 꽉 물었습니다. 다행히 친구에게 저는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아니었고 갑작스럽지만 조심스럽게 친구의 일상을 두드린 절 반가워해주었습니다. 그간 서로를 스쳐 지나간 오랜 시간이 무색하게 제 메일이 그러했듯 친구의 메일에도 일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때 그 시절 우리가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마치 어제 헤어져 오늘 만나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 거처럼 말입니다. 다들 어느 때 그랬겠지만 나름 평탄하지 않은 십 대 시절을 보냈던 터라 그 시절 친구들은 그저 곁에서 온기를 나눠준 거만으로 제게 그 온기는 남은 삶 동안 누군가에게 나눠도 넘칠 그런 따스함인데 친구의 답 멜에서 그 온기를 다시 느꼈습니다.


그리운 이름, 그리운 시절에 그냥 두는 거 아닌 거 같습니다. 지나간 시간 속에 두는 거 말입니다. 가만히 두기만 한다면 아마 그리워만 하다 끝날 겁니다. 이따금 꺼내보겠지만 빛바래다 어느새 잊혀질지 모릅니다. 내게도 잊혀지고 상대에게도 잊혀질 수 있습니다. 내게 없었던 시절이 아닌데 잊혀져 없어진 시절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운 이름 지나간 시간 속에서 아껴만 두지 마시고 지금 곁에 두고 아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게 그리운 이름이 있듯 당신에게도 있을 그리운 이름입니다. 내게 당신이, 당신에게 내가 그리운 이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혹 잠자고 있을 그 그리운 이름, 오늘 이 순간부터 깨웠으면 합니다. 나와 당신이 과거에서 뿐 아니라 현재도 그리고 미래에도 가능한 모든 모습으로 함께였으면 좋겠습니다. 삶이 허락해주는 시간을 소중히 함께 채우고 싶습니다.

 

2016. 4. 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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