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두 가지 질문하시고 증상을 듣더니 ‘가와사키’ 같다는 진단과 함께 입원 조치가 내려졌다. 세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 접해보는 ‘가와사키’에 너무 놀라 주저앉아버렸다.
5일 이상 고열이 지속된다.
임파선염이 생긴다.
눈이 충혈된다.
입술이 빨개지며 튼다.
손발에 반점이 생긴다.
등의 증상으로 가와사키 확정 판정을 받고 실시한 피검사에서 심장에 염증이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가와사키 치료를 시작하면서 12시간 안에 정맥내면역글로불린(IVG) 12개를 모두 맞기 시작했다. IVG는 작은 기계에 연결되어서 아이 몸에 투여되었고 약을 투여하는 동안에는 열이 나면 안 되기에 아이의 체온을 항시 체크하느라 한시도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픈 아이들로 가득 찬 6인실에서 주사를 맞기 시작했고 잠시 후에 같은 병실에 입원한 아이의 엄마가 우리 침실로 왔다.
“이거 소리 나면 약 교체해야 해요.”
“어머 감사합니다. 저는 간호사 선생님이 알아서 오시는 줄 알고 기다렸는데...”
작은 병에 들어있던 IVG가 모두 투여되어서 기계에서 삑삑 소리가 났나 보다.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음에도 이 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나는 6인실에 삑삑 소리가 가득 차는데도 아무것도 모르고 아이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보호자 엄마의 말에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나만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들렸던 척 임기응변이 강했던 나는 들리지만 몰라서 그랬다는 액션을 취했다. 그 뒤로 생각보다 빨리 줄어드는 약 병을 보면서 기계의 램프 색이 바뀌면 바로 간호사실로 호출을 했다. 결국 나는 아이가 12병의 IVG를 다 맞을 동안 한 번도 경고음이 울리는 걸 듣질 못했다.
보청기를 착용하고도 내게 들리지 않는 소리가 있다는 걸 인지할 때마다 나의 존재가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장애를 인정하고 보청기 착용까지도 힘이 들었고 그럼에도 힘을 내고 용기를 냈는데 그걸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자꾸만 더 화가 났고 대상이 없는 짜증이 날로 커졌다.
입원 전까지 일주일을 고열로 고생하던 아이는, 입원 후에도 일주일을 더 고생했다. 혹시나 아이에게 중간에 고비라도 찾아올까 봐, 내가 작은 소리를 놓쳐서 큰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온 신경을 외부로 집중하고 있어 정신이 말라갔다. 혹시 아이 숨소리가 이상해질까 내 손은 작은 가슴 위에 올려놓아 숨결을 느끼고 두 눈은 약이 연결된 기계의 램프를 항시 확인하고 혹시 공기의 흐름이 이상해지지는 않는지 흐르는 공기에 집중해 보고... 나는 누가 툭 치면 바사삭하고 깨져버릴 공갈빵이 된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