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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경님 Dec 16. 2022

4. 도대체 일반인들은 어느 소리까지 들리는 거야?!

청각장애 엄마의 이야기


“호영아~”



11살인 나는 내 무릎에 앉아 TV 시청 중인 3살 남동생을 불러보았다.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작은 속삭임으로 조용하게. 

화면에 집중하느라 미동도 없는 동생을 이번에는 조금 더 큰 소리로 불러보았다.



“호영아~”


 

아기들의 영상 집중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지 못했던 나는 동생을 한 번씩 부를 때마다 마음에 이상한 안도감이 들었다. 11살인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동생도 잘 못 들을 때가 있네!’라는 마음은 나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억울함’이라는 감정이 조금씩 위로받았다.



나는 억울했다.



어린 내 마음에는 불안, 좌절, 기죽음, 눈치 등 많은 부정적인 감정에 억울함이라는 감정도 섞여있었고,

이 억울함의 감정이 커질 때 유독 분노가 폭발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얼마나 큰 목소리로 부르는지 알 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큰 목소리로는 절대 부르지 않았다. 그 뒤로도 나는 나만의 기준으로 사람들을 부르는 습관이 생겼다. 



 나만의 기준은 간단했다. 




1. 상대방이 무언가 집중하고 있을 때 부를 것


2. 최대한 작은 소리부터 시작하되, 


일반적인 크기의 목소리로 부르지 않을 것


3. 딱 2번만 부를 것



말도 안 되는 내 기준은 나만을 위한 기준이었고, 그 습관에서 스스로 위안과 안도감을 얻으면서 나에게는 문제가 없다는 사실 확인을 하려 무던히 노력했다. 


 혼자 못 듣고, 잘 못 듣는 상황에서 나락으로 떨어질 뻔한 내 자존감을 지키면서 세 딸의 엄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나만의 기준에 따른 작은 습관들과 반복되는 셀프 위안이 장애가 있지만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내면적인 힘을 길러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공와우를 착용한 지금은 예전에 듣지 못했던 작은 소리들을 훨씬 더 잘 들을 수 있다. 




비닐의 바스락거리는 소리라든지, 

눈을 밟을 때 눈으로 보이던 뽀드득 소리가 정말 들리고,

가끔 내 옆에 앉아있는 딸아이의 배에서 꾸르륵 거리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보청기를 착용해도 거실에 있으면 방에 있는 휴대폰 벨 소리를 놓칠 때가 많았는데 인공와우 수술 후에는 

방에서 나는 다양한 소리들 캐치도 가능해졌다. 


방에서 울리는 휴대폰 소리, 방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 방에서 아이가 통화하는 소리, 주방에서 식기세척기가 완료되는 소리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나는 소리들이 내 귀로 들어올땐 신기했다. 

'우와! 저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단 말이야?!' 


 인공와우를 통해서 전에는 못 듣던 작고 다양한 소리들을 들을 수 있게 되면서 나는 또 다른 확인 욕구들이 생겼다. 


 

“도대체 일반인들은 어느 소리까지 들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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