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에 밥 비벼 먹으니 복수가 사라졌다
요즘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남편이 아침에 마실 음료와 점심에 마실 단백질 음료에 듀락칸 이지를 넣는 미션을 수행한다.
마치 사약을 몰래 넣는 사람처럼
남편이 눈치채지 못하게 남편보다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남편이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까지 가는 시간을 계산하고, 남편이 거실로 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보게 되는 확률을 계산하며 움직인다.
"여보 일어나"
아침마다 남편의 모닝콜을 들으며 일어난다.
정확히 7시! 남편은 나를 깨운다.
주말에도 예외는 없다.
일어남과 동시에 정해 놓은 스트레칭을 가볍게 하고, 이 미션을 수행한다.
아직까지는 들키지 않았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벌써 다 아는데 모르는 척하는 건 아닐까?'
분명 맛이 다르다는 것을 알 텐데 눈 감아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번 진료 때 간 기능이 조금 좋아졌다는 말을 들었다.
복수도 사라졌단다.
단백질 수치만 조금 더 좋아지면 2차 항암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복수가 생기는 바람에 넥사바라는 항암 약을 중단했었다.
복수를 먼저 치료하고 항암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복수를 빼 줄까요? 하고 의사가 물었을 때 남편은 괜찮다고 했었고, 그건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왠지 복수를 빼는 순간 병이 더 깊어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 같았다.
약으로만 다스려보겠다고 했고, 그때부터 아침마다 복수를 빼주는 약을 먹었다.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니고, 시킨 것도 아닌데 남편은 그때부터 갑자기 마늘쫑 장아찌를 먹고 싶다는 말을 했다.
마늘쫑 장아찌를 먹고 남은 간장이 아까워서 냉장고에 둔 통이 여러 개가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그 간장을 재 사용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여보 그거 다시 사용하면 맛이 없다고 했어요"
내가 만류했지만 남편은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마늘쫑만 대령하란다.
"그럼 마늘쫑 여보가 담그는 거예요"
미루고 미루다가 마늘쫑을 사 왔다.
장 봐 온 것들을 장바구니에 그대로 둔 채 내 방으로 와버렸다.
가만히 보니 남편이 조용히 나와서 마늘쫑을 씻고, 다듬고 하는 것이 보였다.
얼마나 지났으려나?
"다 했다"
소리와 함께 냉장고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실온에 놓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며칠 후 식탁에 놓인 남편이 담근 마늘쫑 장아찌는 제법 맛이 있었다.
"여보 그 간장으로만 한 거예요?"
"아니! 간장을 더 넣었지!"
"설탕은요?"
"설탕을 왜 넣어?"
남편은 그 후로도 지금까지 두 번이나 마늘쫑 장아찌를 새로 만들었다.
마늘쫑 장아찌 간장에 밥을 비벼 먹는 것으로 국을 대체하고 있다.
"치킨 무도 맛있는데!"
"치킨 무요? 그럼 무를 사 오면 돼요?"
"그렇지! 무만 있으면 되지! 아! 식초도 사 와요"
그날 저녁에는 치킨무를 만드는 남편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식탁에는 남편이 만든 마늘쫑 장아찌와 치킨무가 항상 올라와 있다.
남편은 마늘쫑 장아찌에 밥을 비비고, 치킨무를 간간이 먹으며 다른 반찬을 곁들여 밥을 먹는다.
복수가 차면 거의 대부분 복수천자를 한다고 했다.
남편은 복수가 그리 불편하지 않다고 했고, 나도 거들어 "이 사람 원래 배가 평소에 이렇게 나와 있었어요 안 아팠을 때에도!"라고 말하며 복수천자를 반대했다.
입원하면 저염식이라며 식단이 나올 때 간장이 나오는 것처럼 남편은 스스로 간장을 만들어 꼭 먹어야 했던 국을 대신했다. 그 덕분에 매 식사 때마다 끓여야 했던 국 고민도 끝났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복수도 사라졌다.
물론 나는 남편과 늘 손 잡고 기도한 것에 대한 응답이라고 생각한다.
기도를 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남편도 모르게 생활의 습관이 바뀌게 된다.
말하는 대로 된다는 것이 이해가 쉬울 수 있다.
기도는 우리의 귀에 들리는 선포와도 같다!
자기계발러들이 흔히 말하는 긍정 확언! 선포와 같은 거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다른 것은 기도는 내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며 예수님의 이름으로 하는 선포이다.
내가 하는 것이 아니기에 더 힘이 있다. 책임도 내게 있지 않다.
기도할 때마다 남편의 온몸에 있는 암세포가 다 사라지기를! 간수치와 혈압과 당뇨 수치가 정상이 되기를 예수님 이름으로 선포하고 있다.
이 보다 더 전에는 이런 기도를 했었다.
"하나님 우리 0 집사가 마시는 막걸리의 양을 한 방울, 한 방울씩 줄어들게 해 주세요!"
한 방울의 힘은 크다!
모이면 몇 병이 될 수 있지만, 줄어들면 어느 순간 0이 될 수 있다.
난 그 기적을 원했고, 바라고, 기도했다.
이런 기도도 했었다.
"하나님 우리 0 집사가 마시는 막걸리를 대신할 것을 알게 해 주세요"
어느 날부터 막걸리는 매실차가 되었고, 논알코올 맥주가 되었다가, 커피가 되었다가 사라졌다.
습관은 무섭다.
습관은 습관으로만 바꿀 수 있다.
습관으로만 고칠 수 있다.
남편은 이제 막걸리 대신 마늘쫑 장아찌 간장을 먹는 걸까?
하나님은 단언하지 말라고 하셨다.
난 단언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를 살며 현재를 기록한다.
감사함을 얹고, 또 감사함을 얹으면서...
오래간만에 글을 썼다!
그만큼 내 삶이 풍요롭고 평안했다는 거다!
감사가 넘쳤다는 거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