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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모쌤 손정화 Jul 21. 2022

부모님 모시고 와라!

엄마 아빠 모르셨죠?

어릴 적 기억 하나가 오늘 아침 생각났다.

내가 어릴 적에는 자전거가 집집마다 있지 않았다. 자전거가 타고 싶으면 동네에 있었던 자전거 대여점에서 1시간에 얼마의 돈을 내고 빌려서 탔다.

6학년 때인가 친구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다.

몇 번 벽에 부딪치고 하다 보니 어느새 자전거를 잘 탈 수 있게 되었다.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지만 자주 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한 시간 자전거를 배우고, 혼자 타게 되면서 '나도 이제 자전거를 탈 수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 다였다. 그리고 그 이후 나는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중학교 2학년 어느 날 우리 집 마당에 커다란 짐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엄마! 이 자전거 어디서 난 거예요?"

기쁘고 반가운 마음에 가게 문 닫고 들어오신 엄마께 여쭤보았는데 아빠 친구분이 놓고 간 것이라고 하셨다.

아마도 집에 오셨다가 볼일이 있으셔서 놓고 가신 모양이었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아니 마당에 세워진 자전거를 탐내는 사람이 나뿐이었다.

비록 짐 자전거였지만, 내 키보다 훨씬 큰 자전거였지만 자전거를 타 볼 생각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부모님 모시고 와라"

"죄송해요. 제가 다 변상해드릴게요."

의기양양하게 자전거를 타고 나왔는데 집 앞 구멍가게 앞에 높이 쌓여 있던 병 탑을 들이받았다.

족히 50병이 넘을 많은 맥주병, 사이다병, 각종 음료수병들이 와장창 소리와 함께 깨졌고, 속의 내용물들이 작은 시냇물 같이 흘렀다. 다행히 나는 다치지 않았었다.

그 당시 집에 어른이라고는 할머니뿐이셨다. 할머니뿐이신 것이 너무 다행이라 생각하며 집으로 갔다.

할머니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함께 사고 현장으로 갔다.

할머니께서는 치마 속 어딘가에서 주머니 같은 것을 꺼내셨고, 놀랍게도 그 안에는 내가 사고 친 것을 변상하고도 남을 만큼의 돈이 들어있었다. 평소 할머니 치마 속에서 나오던 복주머니 모양의 주머니가 아닌 네모 반듯한 모양의 주머니가 나온 것이 신기하고도 놀라웠다.


"아버지 아버지 자전거 타면서 손 놓고 타실 수 있으세요?"

오늘 아침 운동길에 언니가 말했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데 우리 동네 산책길에는 비가 오지 않아 우산을 접고 걸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비가 오는 날 비를 맞지 않는 산책길이 너무 감사해 이야기가 오가다가 비가 오는 날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자전거를 탔던 이야기까지 흘러갔다.

그러는 바람에 손 놓고 자전거 탈 수 있는지 아닌지가 궁금해졌고, 나는 오래된 나의 자전거 하면 떠오르는 이 사건이 생각났다.

"엄마! 아빠! 나 중학교 2학년 때인가 우리 집에 아빠 친구가 자전거를 놓고 가셨거든! 아주 큰 짐 자전거!..."

꾸중 듣게 될까 봐 몰래 감추어둔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 없다는 듯이 들려드렸다.


내일은 엄마가 항암 2차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입원하신다.

오늘 엄마, 아빠, 언니, 나 우리 넷은 보건소 문 열리기가 무섭게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비가 오지만 비를 맞지 않는 다리 밑 산책길을 걸어 보건소로 향했고 비와 맺어진 기억 속의 이야기를 하나 둘 꺼내어 들었다.

 


엄마! 아빠! 힘내세요.

암과 함께라도 우리 건강하게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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