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픈 순살 아파트 공법

왜들 이러세요?

by 포레스임

[Pixabay] 현장사진과 상관없음



오정(悟淨)

말없이 법사의 말이나 끌고

서쪽 십만 억 佛土(불토)를 지난 곳에 있다는

淨土(정토)로 가는 소임만

다할 수 있어도 얼마나 다행이었으랴

우리는 지금 劫濁(겁탁)의 세상에 산다

굶주림과 전쟁과 질병과 재앙이 끝없는 시대

그릇된 믿음과

밑도 끝도 없는 적개심과 사악함이

도처에 출몰하는 見濁(견탁)의 세상에 산다

좋은 가르침은 외면하고

삿된 법을 받아들이며

온종일 이를 전파하며

어리석게 산다

가야 할 곳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몸은 진흙탕에 산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며 어리석게 사는

그대도 나도 사오정이다

※도종환 - 서유기 3 《사월바다》 중


'웃프다'라는 단어가 신조어인 줄 알았다. 근데 버젓이 어학사전에 올라있다. 얼마나 웃-픈 일이 많길래........, 사람이 못 볼 꼴을 보면, 먼저 화가 나거나 흥분이 된다. 그런데 반복되면 웃긴다. 그러다 자괴감에 슬퍼진다. 우리 사회의 모습들이 웃-픈 이유이다.


아파트 공사장이 또 무너졌단다. 작년 초에 광주광역시 화정지구에 국내 굴지의 건설사가 짓던 아파트가 케이크 커팅처럼 무너졌다. 모래성도 아니고 사람이 들어가 살 집이다. 언론마다 난리 호들갑을 떨었다.


뭔가 달라질 줄 알았다. 1년 만에 또 다른 거창한 건설사는 인천 검단에서 지하주차장 순살 공법을 통한 가라앉기 시범을 보여준다. 말 그대로 아주 폭삭 내려앉았다. 70%의 지주뼈대 철근을 안 넣었단다.


관련자 처벌이 문제가 아니라 후속조치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언론도 대중 흥미가 떨어질만하면, 관련보도를 중지한다. 어떻게 더 쇼킹한 뉴스를 잡을까, 궁리하는 것 같다. 뭐든지 이런 식이다. 뉴스를 뉴스로 덮는다는 공식은 아주 오래된 조자룡 헌 칼이다.


독일의 경우를 빗댈 것까지는 없지만, 언젠가 총리의 공무상 항공기 이용 마일리지를 사(私)적으로 사용했다고 6개월여를 언론의 집요한 추적과 법적대응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건 자체의 내용보다, 무려 그 긴 기간 동안 국민의 관심이나, 사건 처리를 위한 입법과정이 우리와는 상이하게 다르다.


작년의 광주 화정지구 건설 중인 아파트 붕괴 후, 우린 1년 동안 무얼 했단 말인가?



분명히 몰랐을 리는 없다. '순살자이'란 이름의 브랜드가 화제다. 내가 사는 지역이라 더더욱 웃프다.

검단 신도시는 내가 봐도 문제가 많았다. 코로나19 가 한창일 때 제로금리 여파에 힘입어 겁 없이 올랐다. 직원들 중 분양 당첨이라도 되면 환호성을 질렀다. 아직 교통 인프라도 갖추어지지 않아, 나는 망설였다.


작년 봄부터 부동산 광풍의 열기는 가라앉았다. 당첨이 되고도 계약률이 형편없이 떨어졌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건설사도 난감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뼈대를 빼먹으면 어쩌란 말인가?


나는 우리 사회 건축 관련 감리(監理) 믿지 않는다. 한참 전, 집안 장례식에서 부산의 고종사촌 동생이 건축 관련 감리를 한다고 했다.


"전공도 안한 네가 무슨 건축감리를 하냐?"

인테리어 건축업을 하는 또 다른 사촌 동생은 어이없어했다. 나도 의아하긴 했다.


"에이! 형님들 순진하시긴 꼭 건축전공자만 감리하는 게 아녜요!"

중견 건설사 분양파트에서 근무하는 걸로 알았다. 근데 감리일도 한다고 했다. 감리사 보조이긴 하지만 모든 보고서는 자기 손을 거친다고도 했다.


외국에서는 경험의 유무를 따지고, 오랜 시간 건축 관련 시공설계를 해본, 숙련된 기술인이 하는 감리를 분양만 하던 비경험자를?...... 할 말이 없었다.


감리는 공사나 설계 단계에서, 일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감독하고 관리하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때 생각에 형식적인 요식행위로 감리하는 것으로 인지 됐다. 도무지 원칙이 없다. 아직도 7~80년대 식으로 '하면 된다'는 식인가 보다.


사람의 생명에 직결된 일이다. 이렇듯 허술히 대충대충 넘어갈 일이 아니다. 철근만 안 넣은 것이 아니라, 시멘트도 양생이 안 됐다고 한다.

지금 2023년도 7월이 넘어가는 시간대를 살고 있다. 50년 전 와우아파트 붕괴가 지금도 계속 연상되는 것은 나만의 기우인가?


사회 패러다임이 아직도 온통 자본만능주의에 젖어 돈이면 뭐든지 한다는 의식이 팽배하다. 인식의 틀을 좀 바꾸자는 거창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좀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살자!

사람의 목숨은 소중하다!!!

keyword
이전 01화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