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의 아빠가 갓 돌 지난 아들에게
첫 돌이 지난 우리 아들 유유야
네가 태어나고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막 엄마 뱃속에서 나와 세차게 울던 너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어찌나 세차게 울던지 네가 건강하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엄마 배에서 막 나와 눈도 못 뜨던 네가
아빠의 손을 꼬옥 잡던 그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부모의 마음은 부모가 되면 안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네가 태어난 그날 이해하게 되었다.
너를 낳고 아빠가 제일 처음 전화한 사람은 아빠의 엄마인 할머니였다.
코로나로 인해 가족이라고는 보호자 한 명만 병원에 갈 수 있었기에
아빠가 생각해오던 모든 가족이 축하하고 좋아하는 장면은 없어서 아쉬웠다만
할머니도 너의 탄생을 노심초사하며 전화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빠가 할머니께 전화를 드리자마자
엄마...
이 한마디를 하고 나니 목이 메어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겠더라.
아빠가 아무 말 못 하고 울고 있으니 할머니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나 싶어
왜 그러노?!
라고 하시는데 네가 건강히 잘 태어났고 너의 엄마도 건강하다는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
아빠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고마워요...
할머니도 너의 엄마처럼 아빠를 낳기 위해 그 어린 나이에 이런 고생을 했다고 생각하니
지금까지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 할머니의 사랑이 감사하게 느껴지더라.
너 또한 너의 아이가 생길 때쯤엔 이런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겠지.
그땐 꼭 엄마에게 가장 먼저 전화해주었으면 한다.
사실 아빤 아기가 태어나면 바로 기어 다니는 줄 알았는데
실제론 목도 가누지 못하고 모든 걸 엄마와 아빠가 다 해줘야 하더라.
너를 돌보느라 알콩달콩 신나고 즐거웠던 엄마, 아빠의 신혼기간은 끝이 나버렸다.
처음 너를 데리고 집으로 왔는데 왜 그렇게 울어대는지
왜 우는지도 모르겠고 뭘 해줘야 될지도 모르겠던 날들이 아직도 선하다.
알고 보니 넌 배가 고프더구나. 하긴 뭐 네가 누워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니
우리랑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팔다리 휘젓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는데 말이야
아빤 그렇다 쳐도 엄마가 정말 고생이 많았다.
엄만 자다가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사람인데 네가 우니 벌떡 일어나더라
할머니가 참 잠이 많은 편인데 아빠 때문에 벌떡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너의 엄마가 그러는 걸 보니 '엄마'가 되면 사람이 이렇게 변하는구나 싶더라.
엄마는 아빠랑 연애할 때도 본인 껄 사는 걸 좋아하지 않고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너를 낳고 나니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가면 너와 관련된 것만 찾고
당근 마켓으로 너의 옷, 장난감, 책, 가구 등 온갖 걸 다 구해오더라
덕분에 아빠는 당근 셔틀이 되었지만 말이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강하다는 말을 너를 키우는 1년 동안 눈앞에서 보게 되었다.
100일, 200일, 300일...
그동안 너는 고개를 들 줄 알고, 뒤집을 줄 알고, 기어 다닐 줄 알고 일어설 줄도 알고
그때마다 엄마와 아빠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하루 종일 너를 봐야 되고 말이 통하지 않기에 너무나 힘들지만
너의 미소 한 번에 눈 녹듯 사르르 녹는단다.
다만 너 때문에 예민한 엄마를 받아주는 아빠는 힘들다.
연애 때는 전혀 예민하지 않던 내 여자란 말이다!!
첫 돌이 된 너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친구들은 몇번이고 아기를 업고 새벽에 응급실에 갔다고 했는데
넌 단 한번도 그렇게 까지 아프지 않아서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너의 돌잔치에서 돌잡이를 할 때 사회자가 아빠에게 묻더라.
유유가 뭘 잡았으면 좋겠냐고.
아빠는 이렇게 대답했다
행복을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빤 그저 네가 행복하게 자라기만을 바란다.
공부를 잘하는 것도, 돈을 잘 버는 것도 좋지만
이 모든 것이 네가 행복한 것보다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정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더라.
아빠가 마흔이 다되어 가는 나이에 깨달은 것이라 너에게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서른 후반이 된 지금의 아빠는 너가 태어난 후의 가장 젊은 모습일 거다.
아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생각했던 걸 너에게 전하고 싶어
이렇게 글로써 남겨 본다.
훗날 네가 커서 이런 아빠의 글을 읽고 공감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너의 첫 돌을 축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