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보다 더 빡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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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 발표가 난 후 일주일 안에 중국으로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중국에 가기 위해선 비자부터 발급을 해야 하는데 그것만 해도 최소 2박 3일은 걸린다.
나는 허겁지겁 준비하기 시작했다. 비자 발급은 물론이고 중국으로 가서 얼마나 살게 될지 모르니 마트에 가서 큰 이민가방을 구매해 나의 짐과 옷가지들을 바리바리 챙겼다. 그렇게 중국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부사장님으로부터 국제전화가 왔다.
올 때 마트 가서 짜파게티 한 박스랑 신라면 한 박스도 사 오세요.
아니 갑자기 웬 라면?? 심지어 중국에도 파는데?!
이민 가방에 짐도 잔뜩 있는데 부피도 많이 차지하는 20개 들이 라면 두 박스를 사 오라니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네... 라고 생각했지만 사 오라면 사가야지 뭐.
나는 큰 이민가방과 짜파게티 한 박스, 신라면 한 박스와 함께 인천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출국했다.
가는 비행기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모시는 분은 어떤 분들일까, 어떤 동료들을 만날까 그리고 내 삶은 어떻게 될까... 마치 군대 갈 때의 그런 막막함 같은 느낌이었다. 군대는 2년이라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라도 하지 회사는 정해진 것도 없다.(크헉)
공항에 내리니 팀장님이라는 분과 부사장님의 중국인 운전기사가 마중 나와있었다.
서로 못 알아봤지만 내가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팀장님이
혹시 동동몬?
아, 넵. 제가 동동몬입니다.
팀장님은 나보다 10살 가까이 많았다.
170cm 초반의 키에 다부진 체격이었고 안경을 써서 뭔가 모범생 같은 느낌을 풍겼는데, 아니나 다를까 SKY대 경영학과 출신이었다. 직장생활이 처음이다 보니 어떻게 팀장님을 대해야 할지 몰랐다. 회사에서 만난 게 아니라 공항에서 만나 같이 생활을 해야하니 군대 선임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다 보니 나의 행동은 마치 갓 자대에 배치된 신병 같았다. ~다, ~까로 대답하고 질문했고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라떼는 이병은 아예 말도 못 했어~) 나는 조금 경직되어 있었다.
함께 살 집에 도착했다.
집은 바다가 바로 앞에 있는 30층이 넘는 아파트였고 아파트 안에는 수영장도 있는 고급진 단지였다. 방은 총 네 개로 약 40~50평대 정도의 넓은집이었다.
‘여기가 앞으로 내가 살게될 곳이구나…’
바닥은 마룻바닥이었지만 벽은 도배지가 없는 흰색 페인트로 칠해진 집이었고 집에 뭐가 없다 보니 휑했지만 가구와 전자제품은 쓸만한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중국은 집주인이 가구와 전자제품을 채워둔다) 부사장님은 (욕조까지 있는) 화장실이 딸린 방에 큰 침대, 큰 옷장과 TV까지 있는 방이었고 그 방 바로 옆에 널찍한 방이 있었지만 부사장님의 짐을 두는 방으로 쓰고 있었다. 팀장님의 방은 넓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침대와 옷장은 있었다.(책상 들어갈 공간은 없었다)
내가 쓸 방을 가보니 가구 하나 넣기도 좁은 골방 같은 곳이었는데 옷장만 붙박이 장으로 크게 되어 있고 제대로 된 침대나 책상조차 넣을 수 없을 정도로 좁아서 매트리스 하나가 덜렁 놓여있었다.(40~50평대였지만 집 구조가 한국처럼 잘 빠져있지 않았다) 매트리스를 놓으니 방이 거의 꽉 차 겨우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창밖으로는 높디높은 아파트와 수영장들이 보였다.
내가 중국으로 온 날 부사장님은 출장 중이셨다.
금요일이었고 도착한 다음 날은 팀장님과 마트에 가서 생필품들을 구매하고 한국식당에 가서 삼겹살도 먹으며 그나마 쉴 수 있었다. 일요일, 부사장님이 출장에서 돌아오셨고 팀장님과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드디어 처음 부사장님을 뵙는 순간이었다. 두둥 (영화 ‘관상’의 수양대군 등장씬 같은 느낌적인 느낌) 차에서 내리는 부사장님께 인사를 드리니
오, 그래. 네가 동동몬이야?
그전까지 나에게 존댓말을 하셨지만 만나는 순간부터 말을 놓으셨다.
키가 180cm 정도 되었고 풍채가 좋았으며 눈빛과 말투에서 부터 카리스마가 넘쳤다. 만난 첫날 가볍게 술 한잔 하며 이것저것 물어보셨고 잘해보자고 했다. 그리고는
매일 아침 6시 반에 식사하고 7시 10분에
출근하니 그리 알고 준비해.
기상시간은 오전 6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침밥을 해야 했다.
부사장님은 한식을 좋아하셨다. 아침은 반드시 한식으로 먹어야 했고 가끔 라면이나 짜파게티도 허용됐다. 나와 팀장님은 6시에 기상해 눈 뜨자마자 아침식사를 준비했고 나는 수저와 밑반찬을 식탁에 세팅했다. (라면 먹는 날이면 모두 내가 했다) 내가 요리를 못해서 팀장님께서 요리를 했고(밥은 내가 전날 쌀을 다 씻어서 예약해 둔다) 요리를 하시는 동안 나는 샤워를 했다. 나는 (한국)집에서는 아침밥을 먹지 않았기에 처음에는 아침밥 먹는게 너무 힘들었다.
샤워를 하고 나오면 6시 30분쯤 아침식사가 준비된다.
그리고 셋이서 함께 밥을 먹었다. 6시 50분쯤 식사가 끝나면 두 분은 씻으러 갔고 나는 설거지를 했다. 문제는 이 도시는 더운 날이 길었고 부엌에는 에어컨이 없다 보니 설거지를 하고 나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두 분이 씻은 후 출근 준비가 끝나고 나가면 7시 10분, 기사가 아파트 1층에서 대기 중이었고 우리는 차를 타고 회사로 출근했다. 나는 차 안의 에어컨으로 그나마 땀을 식혔다.
출근 길은 꽤 아름다웠다.
긴 해변도로를 따라 출근했는데 저 멀리 바다가 보이고 도로 중간에는 파인애플처럼 생긴 나무들도 쭉 심어져 있었다. 이른 아침이다 보니 차도 거의 없었고 그 길의 여유로움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거기에 기사가 틀어준 음악까지 완벽했다.
그렇게 나의 군대생... 아, 아니 직장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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