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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몬 Jun 07. 2023

코로나 창궐 이후 3년 만에 다시 찾은 중국

8년간 내가 살았던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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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으로 출국하여 가장 먼저 방문한 도시는 내가 처음 입사하여 5년간 살았던 도시였다.


나를 환영해 준 건 첫 번째 일했던 브랜드에서의 사수였다.

사수지만 우리는 친구처럼 지냈고 형수와 그때 막 태어난 딸과도 자주 만나고 그의 집에 놀러 가서 자기도 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13년 전에 그는 결혼도 하지 않았었고 작은 골방 같은 곳에 천고가 낮아 고개를 숙이고 다닐 정도인 월세집에 살았는데 그가 부사장님께 인정받고 승승장구하여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서 차도 구매하고, 방 두 개짜리 자가를 구입하더니 지금은 방 세 개가 딸린 넓은 집과 두 대의 좋은 차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 대리였던 나의 사수는 지금 임원이 되었다.

그때 우리가 함께 했던 브랜드는 아니지만 글로벌 브랜드의 임원으로 밑에 직원들도 많이 거느리고 있었다. 나는 그의 사무실에 함께 갔는데 당시에 부사장님이나 쓸 법한 큰 사무실을 그가 쓰고 있었다. 그를 통해 예전에 함께 했던 동료들 중 잘돼서 타 브랜드의 임원이 되어 있는 이들이 여럿 있다고 했다.


그때의 우리는 大排档(따파이땅)이라고 불리는, 우리로 치면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음식과 함께 맥주를 마셨었다. 13년이 지나고 우리는 바다가 보이는 고급진 식당에서 맛있는 해산물과 그가 직접 준비한 양주를 마셨다. 그리고 그의 집으로 가 비싼 와인을 두 병 더 마셨다.(내가 미쳤지)


우리 그땐 참 뭐 없었는데, 이제는 좀 프리미엄 하지?


그러게~ 우리 그때 진짜 허름한 곳에서 술 마시고 그랬는데
세월이 참 많이 지났다.
그땐 태어나지도 않은 너의 딸이 내년에 중학생이니 말이야


다시 중국으로 돌아올 생각은 없어?
너랑 같이 일하면 참 좋을 텐데

나는 이제 한국에 있으려고~ 가족이랑 한국에 있는 게 좋은 것 같아


그는 이제 억대 연봉을 받고 있었고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많은 업무를 맡고 있었다.

나는 그다지 변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세월이 참 많은 것을 변하게 했다.


사수를 만나고 난 뒤 나는 두 번째 브랜드가 있었던 대도시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술이 안 깨...)

그리고 지금은 한 회사의 대표가 된, 나와 함께 5년을 살았던 팀장님을 뵈었다.


잘 지냈냐? 너 살이 왜 이렇게 많이 쪘냐?


팀장님 다운 인사였다. 오랜만에 만나면 항상 이렇게 나를 반겨주셨다. (사실 살이 많이 찌기도 했...)

우리는 회사 근처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었고 사무실을 보여주겠다며 회사에 함께 갔다.


사무실은 정말 으리으리했다.

내가 지금까지 중국에서 다녔던 회사 사무실도 정말 좋았지만 그곳은 훨씬 더 좋았다. 사무실 입구는 큰 LED 스크린이 여러 대 붙어 있었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알리는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사무실에 안쪽으로 들어가니 안이 훤히 보이는 유리로 벽을 세운 크고 작은 회의실과 널찍한 탕비실이 있었는데 특히 회의실이 정말 고급졌고 사무실 곳곳에 있었다.그 전 회사에서는 한층에 회의실이 3개 정도 밖에 없었는데 6개는 족히 되어 보였다. (회의를 많이 하라는 뜻입니까!!) 


창 밖으로 시야를 가리는 건물들이 없어 탁 트여있고 강이 흐르고 있어 뷰가 정말 멋졌다.

회사 앞 몇 km는 낮은 건물이 대부분이었고 저 멀리 보이는 높은 빌딩과 뭉게뭉게 피어있는 구름들이 장관을 연출했다. 창 밖의 멋진 풍경을 보며 어쩌면 내가 그때 중국으로 돌아갔다면 나도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나는 이제 한국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사무실을 구경하던 중 예전 브랜드에서 나와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몇몇 보였고 그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들은 대표님과 함께 일하고 싶어 전에 다니던 브랜드 혹은 이직했다가 다시 넘어온 이들이었다.


어이~ 다들 잘 지냈어?


이햐~~ 동동몬! 오랜만이야! 한국에서 생활은 어때?


악수를 하고 포옹도 한 번씩 했다.


대표실에 처음 들어갔을 때 나는 거기가 회의실인 줄 알았다.

통창으로 되어 있었고 회의실에서나 볼법한 큰 테이블에 의자가 8개나 있었다. "이 회의실 참 멋지네요"라고 말하려는 찰나, 뒤를 돌아보니 큰 책상과 책장이 있는걸 보고서야 이곳이 회의실이 아니라 대표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정도로 대표실이 컸다.  


그렇게 사무실 투어를 하고 앉아 함께 이야기를 하는데 뭔가 찡했다.

내가 모셨던 팀장님, 나와 5년을 함께 살며 고군분투했던 분이 이제 중국 대기업의, 이 대표실의 주인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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