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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몬 Jul 23. 2022

아이가 태어났는데 더 열심히 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나는 무책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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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헤드헌터가 전화가 왔다.

퇴사를 한 상황이었고 그는 그 사실을 몰랐지만 나의 상황을 이야기하자 그가 꺼낸 말이다.


아이가 태어났는데 더 열심히 일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누가 그걸 모르겠는가.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이제는 정말 진정한 가장이 되었는데 나는 퇴사를 선택했다. 누가 보면 말도 안 되는 짓이고 어이없는 짓이다. 나 또한 누군가가 이런 상황이었다면 분명 같은 생각이었을 것 같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태생적으로 성격이 다르고 자라난 환경이 다르고 그에 따라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또, 가진 능력도 다르기에 각자 다른 직업을 가지고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고 세상이 돌아간다. 그것이 틀린 것이 아니다. 그저 다를 뿐이다.


나의 이런 결정을 누군가는 책임감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미 그런 이야기를 누군가를 통해 듣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10년, 아니 10년도 못 가 이 업계에서 버티지 못할 걸 뻔히 알면서도
지금 받고 있는 월급의 달콤함에 취해
미래에 내 가족이 경제적으로 고통받아야 한다면
그것이 무책임한 것 아닌가?


나는 현재보다 미래를 더 생각했다.

예전부터 이 회사에서, 이 업계에서 내가 오래 있을 수 있을까 수없이 생각했지만 내 대답은 'No'였다. 이 일이 내가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물었을 때 그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고 어쩌면 내가 이 일을 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성과를 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위로 갈수록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좁아지고 그 좁아진 곳에 내가 설 자리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10년을 버텼다. 월급을 받으니 현실에 안주한 것이다.

나는 월급 80만 원부터 시작했다. 거의 매년 월급이 올랐다. 회사가 잘 나갔고 성과가 좋았으며 나 또한 그 성과에 이바지했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내 것이 아니다. 내가 수십억, 수백억의 매출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받는 것은 그것의 몇 프로나 되었을까? 결국 회사에서 나는 도구일 뿐이다. 그 도구가 낡고 무뎌지면 교체되는 것이다. 그 자리에 들어올 사람은 줄을 섰으며 내가 없어도 회사는 잘만 돌아간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찾고 싶었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열정을 다하고 이루어낸 성취감을 여전히 기억한다. 지금도 내 인생에서 그 시간들은 최고의 시간이었다. 


뒤돌아보면 살면서 내가 고집을 피웠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인생에서의 결정이든 일에서의 결정이든)

남들이 무모하다고 했고 그것은 안될 것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였고 끝끝내 이루어냈다. 사실 그게 고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것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반드시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해보지도 않고 안된다고 했기에 내가 고집을 피운다고 했다. 스스로 충분히 연구하고 깊이 생각하고 맞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결정한 일을 밀어붙였기 때문에 그것을 이루어 내기 위해 진심을 다해 노력했다. 그리고 원했던 결과를 모두 얻어냈다.


퇴사를 한 결정도 그랬다.

아이가 태어났는데 퇴사라니? 미쳤냐고 하겠지만 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아이가 더 크기 전에 더 먼 미래를 위해 지금이라도 새롭게 시작해야 된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 결정은 나 혼자였다면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다. '안되면 말고' 하는 어설픈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 무조건, 어떻게든 이루어내겠다는 강한 다짐을 하고 결정한 것이다.



서른 후반, 너무나 고려해야 될 것들이 많은 나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고려해야 될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결단을 내려야 된다고 판단했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대기업 임원이 퇴직하여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퇴직한 후 50평대 집에서 20평대로 옮겼고 집이 작아지니 이사 가기 전, 두 달 내내 중고마켓에 집에 있는 물건들을 팔았다고 했다. 수십 년간 몸 바친 회사에서 나오니 본인은 늙어있고 자신을 받아주는 곳은 없고 받아주는 곳은 월급이 너무 적어 도저히 다니지 못하겠더란다. 그러다 결국 빨래방을 차렸다고 한다. 회사에서 아무리 잘 나갔어도 퇴직하고 나니 아무 소용이 없더란다.


약 20년간 다닌 회사에서 임원으로 살았지만 회사에서 나오니 '내'가 없단다.

물론 현역 때 노후준비를 잘해두고 자신의 능력과 기술을 잘 살려 제2의 삶을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준비된 사람보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현재만 생각한다면 나도 회사를 다니는 게 맞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상황은 그래서는 안될 것 같았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돈 버는 방식이 달라졌다. 우리는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편승해야 한다. 유튜브만 봐도 그렇다. 유튜브로 돈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유튜브는 회사에 소속되기보다 개인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마트 스토어는 어떤가?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개인이 집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보내주면 된다. 스마트 폰이 생기기 전까지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물론 그것도 잘해야 수입이 들어온다. 그건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2G 폰 시대에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은 노키아가 점령했었다.(물론 한국과 일본은 예외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오면서 스마트폰에 집중한 삼성과 애플에게 그 자리를 빼앗겼고 노키아는 이제 어떻게 되었는지 소식조차 들리지 않는다. 노키아는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 것이다. 개인이라고 다를까? 스마트 폰으로 인해 돈 버는 방식이 달라졌고 훨씬 다양해졌다.


내가 한 결정이 후회 없도록, 가족 앞에 떳떳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조금씩 커가는 아이와 육아로 고생하는 아내를 보면 가끔 눈물이 난다. 그리고 다짐한다.


아빠가 꼭 해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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