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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적령기에 대한 정확한 정의

결혼 적령기 따윈 없다

by 동동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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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는 27세에 결혼했다.

그 시절에 여자가 27세에 결혼하는 것은 상당히 늦은 나이였다. 어머니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압박에 시달리다 못해 등 떠밀려 선을 보고 결혼했다.


장모님도 27세에 결혼하셨다.

나의 어머니보다 10살 정도 어리시지만 90년대에는 27세는 적당한 나이에 결혼했다고 한다.


아내도 27세에 결혼했다.

2000년대, 27세에 결혼한 것은 어린 나이로 볼 수 있다. 아내는 주변 지인 중 거의 가장 먼저 결혼한 편이다.


이렇게 세 사람 모두가 27세에 결혼했지만 어머니 세대의 27세는 노처녀 취급을 받는 시대였고 10살 어리신 장모님은 적당한 나이에 결혼했으며 그로부터 27년 뒤에 태어난 아내는 일찍 결혼한 편이 되어버렸다. 갈수록 결혼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는 건 이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에는 '결혼 적령기'라는 단어가 있다.

누가 만든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결혼 적령기'라는 말은 누군가에겐 굉장히 큰 압박이다. 바로 30대다. 그들은 명절이 무섭다. 친척들을 만나면 언제 결혼하냐는 질문부터 한다. 그 말이 듣기 싫어 명절 때 친척을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다. 아직 결혼하고 싶은 사람도 없고 만나는 사람도 없다. 만나는 사람이 있다 해도 이 사람과의 결혼이 맞나 싶다.


도대체 누가 만들어낸 결혼 적령기인가?

조선시대는 10대 후반에 결혼했고 70,80년대에는 20대 초중반, 90년대는 20대 중후반, 2000년대는 30대 초중반에 결혼하는데 결혼 적령기의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이런 시대의 흐름으로 간다면 2100년대의 결혼 적령기는 40대 초중반인가?


의학기술의 발달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로 지금의 30대는 80,90년대의 20대보다 훨씬 더 젊어 보인다.

자신을 꾸밀 줄 아는 것은 물론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40대, 50대도 '우리가 생각하는 50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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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의 여자 지인을 오랜만에 만났다.

미혼이고 언뜻 봐도 20대 후반 같은 외모인데 오히려 그게 자신에게는 독이 된다고 한다. 자신의 나이를 모르던 사람이 30대 중반이라는 걸 아는 순간


그렇게 안 보이는데... 엄청 어려 보이시네요!


이렇게 보면 칭찬 같이 들린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그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인다'라는 뜻이기에 반대로 '나이가 생각보다 많으시네요'라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녀는 그런 시선과 말들이 너무 싫단다. '아, 내가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단다. 마음은 여전히 20대 초반인데 말이다. 나는 그녀가 아주 어릴 적부터 봐왔는지라 그저 어리다고만 생각했는데 30대 중반이 됐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놀랐다.


만약 그녀가 결혼을 했다면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사실 그녀는 연애도 결혼도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녀의 성격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여전히 연애에 대한 생각조차 없다. 워낙 눈에 띄는 외모라 주변에서는 소개팅을 시켜주겠다고 아우성이고 연애 안 하냐고 쉴 새 없이 그녀에게 묻는다고 한다. 자신은 정말 생각이 없고 회사 일이 너무 재밌고 이걸 어떻게 더 잘할지에 대한 생각밖에 없단다. 그녀의 부모님도 결혼에 대해서는 일절 얘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결혼할까 봐 걱정이다.(그녀가 어릴 때부터 그러셨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결혼 생각이 없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는 것이 그녀에게는 큰 스트레스다.


어쩌면 결혼 적령기는 출산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주변의 35세를 보면 여전히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인다. 우리의 인식 속의 '30대 중반'의 모습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35세부터 노산이라고 하니 어쩌면 노산이 되기 전의 나이에 결혼해야 한다는 뜻으로 '결혼 적령기'라는 말이 생겨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여성의 나이에 플러스로 몇 살해서 남자의 결혼 적령기까지 정해지는 게 아닌가 싶다.


결혼은 내가 행복하려고 하는 것이다.

100세 시대에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보다, 나의 부모님과 살았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배우자와 함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적령기', 결혼할 나이가 되었다는 이유로 억지로 결혼을 하거나 결혼을 시키는 일이 많다. 결혼해서 행복하지 않을 바엔 안 하는 게 낫다. 세상이 정해둔 결혼 적령기 따윈 필요 없다. 나의 행복은 내가 찾아나가야 한다.


내가 정말 이 사람과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바로 그때가 결혼 적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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