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함머니 울지 말고

2020년 6월 23일의 기록

by 루시

몇 년 전 시골로 귀농하신 우리 엄마 덕분에 나에게도 다온이에게도 바닷가 시골집이 생겼다. 온 가족이 서울에 사는 바람에 나에게 방학이나 명절이면 ‘시골’에 갔다 오는 친구들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래도 시골 대신 산으로 바다로 여행은 많이 다녔지만, 시골 할머니댁이 주는 무언가 정겨움이 늘 아쉬웠었다. 이제 우리 가족에게는 언제든 휴가를 떠날 수 있는 ‘시골집’이 생겼고, 올해의 여름시작은 시골에서 보내게 되었다.

엄마가 손수 그린 집 풍경

이번 휴가는 다온이랑 3개월 차이로 태어난 서찬이를 키우는 친구 가족과 함께다. 서울에서 새벽부터 4시간 쉬지 않고 달려 드디어 저 멀리 우리 시골집이 보인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켜 놓았던 에어컨을 끄고 자동차 창문을 열면, 길가에 줄지어 피어있는 빨간 배롱나무 꽃으로 눈이 먼저 설레고, 곧이어 온갖 풀 내음, 꽃 내음이 코 속으로 훅 들어온다. 은근한 비료냄새 마저 반갑다. 도착하자마자 잔디밭에 파라솔과 김장매트를 펴고 시원한 물을 가득 담았다. 이 조그마한 아이들에게는 김장매트도 훌륭한 수영장이 되어준다.

마당에 열린 아직 조금 덜 익은 블루베리를 아이들은 맛있다며 실컷 따먹고, 툇마루에 앉아 시원한 사과즙을 들이켜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요리솜씨가 좋은 엄마 덕에 진수성찬이다. 아이들을 위한 조기구이부터 가자미 물회, 총알 오징어 찜, 멍게 무침, 시원한 오이지 냉국에 맥주 한잔까지 곁들이고 나니 목 끝까지 배가 부르다. 따가운 햇볕에 얼굴이 탈까 싶어 모자를 씌워주고 동네 산책에 나섰다. 예쁜 기와집이 가득한 전통 마을이라 산책하는 길이 특별히 더 즐겁다.

아이들이 없는 마을에 오랜만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니, 이웃 아주머니가 잠깐 쉬었다 가라며 초대해 주셨다. 근사한 고택에서 마시는 송화차와 달콤한 유과가 호화롭게 까지 느껴진다. 지루할 틈 없이 다시 길을 나서, 집 앞에 보리밭을 구경 나간다. 개구리밥이 가득한 논두렁에서는 올챙이와 개구리, 민물고동 같은 것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개구리 한 마리에도 까르르 깔깔 즐거운 아이들 덕분에 하루가 웃음으로 가득 찬다.

담장 밑에 자란 앵두나무에 가득 열린 앵두가 빨갛게 잘 익어서, 입안 가득 넣어 새콤달콤한 맛을 즐기기도 하고, 아이들 고사리 손으로 한 봉지 가득 따서 집으로 돌아왔다. 잘 익은 앵두로 담근 술은 돌아오는 가을에 다시 놀러 와 맛있게 마셔야지.

이튿날은 집 근처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며 하루를 다 보냈다. 맑다 못해 바닥까지 보이는 에메랄드 빛 바닷물은 어디 유명한 해외 휴양지 못지않게 아름답다. 물놀이를 하다 중간중간 조개를 줍다 보니 한 바구니 가득이다. 잡아 온 조개로 탕을 끓여 아이들과 맛있게 먹고, 솥뚜껑에 삼겹살까지 구워 먹고 나니 오늘의 맛있는 하루도 끝이 난다.

바다 수영 후 먹는 삼겹살의 맛이란

휴가는 순식간에 끝나버려 벌써 집에 돌아가는 아침이다. 시골집을 떠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려니 마음은 괜히 무겁고, 잘 먹은 덕분에 이틀새 2킬로 쪄버린 몸은 정말로 무겁다. 자동차 창문을 내리고 마지막 시골내음을 맡으며 배웅 나온 할머니에게 손을 흔든다.


“빠이빠이~ 함머니 울지 말고~”


귀여운 인사에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모두가 웃음이 가득한 휴가다.(너나 그만 울어라 쫌) 어린 나에겐 없어 마냥 아쉬웠던 시골집이지만, 다온이에게는 언제든 마음도 몸도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고향이 되어주길 바라본다.

빠이빠이~ 함머니 울지 말고
아기공룡둘리만 봐도 오열하는 꼬맹이 주제에!


작가의 이전글5. 음~ 엄마도 냄태 맡아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