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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몽양 Feb 08. 2021

6. 너를 처음 만난 날. 엄마는 울었어(上)

제왕절개 출산 후기

거의 열 달. 엄마들은 아기를 배 속에서 키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흔히 임신 37주 정도에 접어들면 병원에서 마음에 준비를 하라고 조언한다. 이 무렵 자연스레 양수가 터지거나 진통이 시작되면서 자연분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모 열 명이 모이면 열 개의 출산 스토리가 있을 정도로 출산의 과정은 산모의 건강, 아기의 자세 등의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임신 기간 내내 무탈한 편이었다. 고맙게도 아기는 힘차게 꿈틀거리며 무럭무럭 자라주었고, 나의 몸 상태 역시 검진 때마다 건강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아기의 몸무게도 적당한 편이라 당연히 수술에 대한 고려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평온함을 넘어 임신 37주를 넘어 39주, 40주가 되도록 태평한 우리 아기는 아무런 신호가 없었다. 슬슬 불안함이 밀려오기 시작하는 찰나, 병원에서 아기의 자세가 좋지 않아 자연분만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을 내렸다. 


“아기가 자리 잡은 위치가 좋지 않아요.  

유도분만을 시도해 볼 순 있지만 제 경험 상 난산이 예상되네요”


“유도분만을 시도하더라도 결국 수술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거죠?”


“지금 상태로 봐선, 그럴 것 같네요. 

그렇지만 본인이 자연분만에 대한 의지가 강하시면 유도분만을 시도해볼 순 있어요. 

다만 이미 주수를 꽉 채운 시점이라 더 기다리지 않는 게 낫겠네요” 


임신 기간 동안 제왕절개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반드시 자연분만을 고집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아기의 건강이다. 무리하게 유도분만하겠다며 아기에게 스트레스만 주고, 결국 수술을 하게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하고 싶다는 생각에 병원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오히려 수술 날짜를 잡고 나니 언제 아기가 나올지 몰라 노심초사하던 때보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8월 5일. 공교롭게도 의사 선생님이 제시한 날짜는 남편의 생일이다. 수술 날짜를 잡고 병원을 나서는데 헛웃음이 나왔다. 하필 남편 생일 이라니. 물론 수술 날짜는 산모나 의사 선생님의 스케줄에 따라잡는 거라지만, 너무나 운명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기. 아빠랑 같은 날 생일파티하겠네!”


D-day 아침. 오전 첫 수술을 잡아 놓은 탓에 일찍 집을 나섰다. 출발할 때는 괜찮았는데, 막상 병원에 도착하니 긴장이 조금 되는 것 같았다. 제왕절개 시, 남편은 밖에서 대기하기 때문에 의지할 사람 없이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두렵게 느껴졌다. 수술실이 있는 층으로 가니 간호사 선생님이 나를 알아보곤 서둘러 준비를 시작했다. 내가 기억하는 수술의 과정은 이렇다. 


먼저, 대기 병실로 이동한다. 병실에는 침대가 3개 정도 놓여있었고, 간호사 선생님이 안내하는 침대에 누워 긴장된 마음으로 기다린다. 이후 산모 굴욕 3종 세트로 불리는 ‘관장’, ‘내진’, ‘제모’ 가운데 ‘제모’를 하게 된다. 제왕절개의 경우 ‘관장’과 ‘내진’은 진행하지 않는다. 면도칼로 수술 부위부터 불편할 수 있는 부분까지 간호사 분이 직접 제모해 주셨다. 정작 난 굴욕이라고 느끼진 못했다. 이 정도야 뭐. 


수술에 앞서 마취약이 들어갈 주사 바늘을 미리 팔에 꼽아 놓는다. 주사 바늘이 굵은 편이라 들어가는 순간 뻐근한 느낌이 꽤 든다. 남편과 잠시 대기하다 침대에 실려 본격적인 수술실로 입장한다. 수술은 빠르게 진행된다. 마취 선생님이 곧바로 새우등 자세를 취하라고 말씀하시는데, 허리를 동그랗게 말아 자세를 잡으면 척추에 마취주사를 놓는다. 소문대로 마취 주사는 아픈 편이었지만, 그래도 견딜 만했다. 


마취약이 서서히 퍼지기 시작하면서 다리가 의지와 상관없이 축 처지기 시작하는데, 마취약이 하반신에 완전히 퍼지기 전에 수술 자세를 잡아야 해서 간호사 분들이 “얼른 다리 펴고 누우세요!”라며 서둘러 자세를 취하도록 도와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느새 의사 선생님이 들어왔다.    


“이제 수술 시작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예쁜 아기 볼 수 있을 거예요”


나는 하체만 마취된 상태로 수술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수면마취를 택하는 산모도 있지만, 나는 아기를 확인하고 다시 자는 마취를 택했다. 그래서 하반신에 감각은 없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정도는 예상할 수 있는 상태였다. 무섭긴 했지만 이 순간이 얼른 끝나, 건강한 아기를 만나기를 기대하며 눈만 꿈벅 꿈벅할 뿐이다. 수술 시작한 지 10분 정도 지났을 까. 간호사 분들이 분주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조만간 몸이 막 흔들리고 갑자기 배에서 쑥 무언가 나가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 무거웠던 배가 가벼워진 기분. 그리곤 병실에 우렁찬 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2020년 8월 5일 오전 10시 35분….”


간호사 선생님들이 우리 아기가 세상에 태어났음을 큰소리로 알려줬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는 살짝 정돈 후에 밖에 대기하던 남편에게 먼저 보여주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 뒤 산모에게 안겨준다. 내 얼굴에 살포시 맞닿은 아기는 그 사이 울음을 그치고, 잠시 동안 서로의 따뜻한 체온을 느꼈다. 얼굴에는 뭐가 묻어 있고, 물에 불어 빨갛고 쪼글거렸지만 분명히 너무 예뻤다. 건강한 아기를 확인하니 안도감과 함께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동이 밀려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안녕. 엄마야. 

열 달 동안 엄마 배 속에서 크느라 고생했어. 

소중한 내 아기”    


잠시의 만남이 끝나자 간호사 선생님은 아기를 어디론 가 데려갔고, 

벅차오르는 감격을 뒤로한 채 후처치를 위해 나는 완전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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