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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몽양 Mar 02. 2021

8. 모유수유의 세계

이토록 힘든 모유수유

출산 후 3일이 지나자 어느 정도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여전히 스스로 일으킬 순 없지만, 남편의 도움으로 몸을 가눌 수 있었다. 이때부터 모자동실이 진행된다. 내가 선택한 병원은 출산 후 아기를 신생아실로, 엄마는 병실로 옮겨 따로 지내는 병원이었다. 대신 수유 시간에 맞춰 모자동실 할 수 있도록 아기를 방으로 보내주는 시스템이다. 모자동실이란 출산 후 아기와 엄마가 한 방에서 지내는 것으로 이 시간 동안 아기에게 젖을 먹일 수 있다. 대망의 첫 모자동실 시간. 간호사 선생님이 병실로 아기를 데려다주며 직접 아기에게 젖을 물려 보라고 권했다.    


“선생님. 저는 아직 젖이 나오지 않거든요”

“젖이 나오지 않더라도 일단 물리는 연습을 해두세요. 아기가 자꾸 물어야 젖도 돌아요”


이때부터 초산인 산모는 당황할 수 있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내 가슴을 거리낌 없이 만지고 모유수유에 적합한 자세를 잡아준다. 가슴을 아기의 입에 물려주기 위해 도와주는 손길이지만 처음 경험할 땐 난감하기도 했다. 출산 이후부터 내 가슴은 아기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밥’의 역할을 하게 된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 엄마들 사이에서 모유수유하기에 좋은 가슴의 모양은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할 정도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나의 경우, 모유수유 하기에 적합한 모양은 아니었다.  


“유두가 짧아서 아기가 젖을 물기 힘들겠어요. 당분간은 유두 보호기를 착용하시는 게 나을 것 같네요” 


간호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힘겹게 아기에게 젖을 물려봤다.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 데 아기 새 마냥 입을 벌려 가며 젖을 찾는 아기를 보니 모성애가 끓어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감동은 잠시. 실제로 아기에게 물려보니 입에서 자꾸만 유두가 빠져나왔고, 제대로 물지를 못했다. 어정쩡한 자세로 연신 물려보지만 아기는 울기만 할 뿐이었다.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출산 4일 차. 침대에 누워 있는 데 환자복 아래로 가슴이 축축해졌다. 젖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내 몸의 신비로운 변화에 경이로움을 느끼자마자 모유수유의 압박이 다가왔다. 젖이 돌기 시작하면서부터 부담감은 훨씬 심해졌는데, 아기가 제대로 먹질 않으니 모유수유에 실패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간호사 선생님들은 안되더라도 자꾸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아기는 계속 거부하며 울고 있고, 가슴은 차올라 만지기만 해도 아플 만큼 딱딱하게 차올라 있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퇴원을 하게 됐다. 퇴원 후 이동한 조리원에는 구세주가 있었으니, 바로 모유수유센터의 마사지 선생님이었다. 가슴 상태를 본 마사지 선생님은 많이 뭉쳤다며 의기소침하게 가슴 마사지를 받으러 온 나에게 강력한 손맛을 보여줬다. 또 마사지 시간 동안 가슴 상태를 이리저리 살펴보며 강력한 손맛에 버금가는 얼얼한 충고도 아낌없이 해주셨다. 


“모유수유가 쉬울 줄 알았어요? 

특히 엄마는 다른 엄마들보다 아기가 젖을 물기 힘든 가슴이라, 몇 배는 노력해야 돼요

게다가 모유 양도 적은 편이네요.

쉬운 방법은 없어요. 열심히 유축하고, 어떻게든 아기에게 자주 물리는 수밖에요” 


정말 쉬운 것은 없구나. 아기는 알아서 젖을 턱 하고 물어주지 않는다. 조리원 2주 기간은 편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아기와 수유 합을 맞추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했다. 분유로 결정했다면 모르겠지만, 나는 모유를 가능한 만큼 꼭 주고 싶었기에 마사지 선생님의 말씀대로 다른 엄마보다 배는 노력해보리라 다짐했다. 


웬만하면 새벽에도 직수하려고 했고, 안될 때는 유축해 다음날 아침에 신생아실로 전달했다. 유축을 열심히 하면 모유양이 늘어난다는 말에 3시간 간격으로 빠지지 않고 유축을 했다. 20분 꼬박 모아 40~50ml를 모아 아기에게 갖다 주러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주친 다른 엄마의 젖병 속 꽉 찬 모유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모자동실 시간에 아기는 여전히 젖 보단 분유를 선호했기 때문에 분유로 달랜 후 직접 물려보며 조리원 기간 내내 모유수유 연습을 하며 지냈던 것 같다. 


나를 포함한 많은 엄마들이 모유에 집착하곤 한다. 이유인즉슨, 모유는 아기에게 최고의 음식이라고 할 정도로 6개월 이전 아기에게 필요한 충분한 영양분과 철분, 미네랄 등을 포함하고 있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아기의 사회성과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물론 요즘은 분유도 워낙 잘 나오기 때문에 완분 아기로 키워도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크기에 모유수유를 고집할 필요는 절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가 선택한 모유수유의 세계가 이토록 어려운 길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모유로 나를 키워낸 우리 엄마, 완모로 아기를 키운 다른 엄마들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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