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 작가 윌리엄 트레버 (William Trevor)
p.112-113
윌리엄 트레버의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은 후회다. 물론 재치도 있지만 슬픔, 놓쳐버린 기회, 제한된 삶, 정말로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없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트레버는 아주 풍성하고 정확하게 글을 잘 쓰기 때문에 그의 소설을 읽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다. (중략) 아기의 아버지를 찾아서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영국으로 가는 젊은 여성의 절망과 몰락을 그린 펠리샤의 여행은 여성, 특히 시골 여성에 대한 공감과 "불운"의 희생자에 대한 공감을 잘 보여 주는데, 바로 이것이 트레버의 특징이다. 트레버는 언젠가 특유의 "잘 다듬어진 비극적 느낌"이 "위기로 가득한 아일랜드의 상황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자신의 어린 시절에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대답했다.
p.118
예술은 무언가가 없기 때문에, 진공 상태가 있고 거기 무언가를 넣고 싶기 때문에 하는 거죠.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드는 겁니다.
p.119
제 생각에 예술가는 모두 사회의 바깥에 존재합니다. 사회가 바로 우리의 재료니까요. 사회는 우리가 작업을 하는 재료, 우리가 이용하는 영역입니다. 사회를 보면서 그것으로 작업을 하려면 사회의 바깥에 존재해야 합니다. (중략)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이방인이 되어야 하는데, 저의 배경이 거리두기에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이방인이 되는 것, 그것이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p.124
젊은 작가는 자기가 아는 것에 대해서 써야 한다는 말에 저는 항상 반대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젊은 작가들이 모르는 것에 대해 써야 한다고, 실험을 훨씬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르는 것으로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면 모르는 것과 잘 아는 것을 결합시킬 수 있지요. 글쓰기는 그런 겁니다. 글쓰기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골치 아픈 일이에요. 먼저 재료를 만들어 내야 하고, 그런 다음 그 재료를 잘라내서 단편 소설이나 장편 소설을 만들어요. 전혀 쓰지 않고 남겨 두는 부분이 아주 많죠.
p.125
- 평론가 리처드 엘먼이 오스카 와일드와 제인스 조이스, 새뮤얼 베케트에 대해서 한 말을 언급하셨던 것 같은데요, 그들은 "낯선 곳에서 다른 사람이 되어야"했기 때문에 떠나야 했다고 말입니다.
- 아주 아름다운 표현이군요. 제가 한 말이면 좋았겠어요.
p.130-131
우울함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나쁜 말"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말들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저는 죄책감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죄책감을 싫어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죄책감을 느껴야 합니다. 특히 20년쯤 전에 사람들은 죄책감이 서서히 퍼져서 삶을 망가뜨린다고, 나쁜 것이라고 말했지요. 하지만 죄책감이 반드시 삶을 파괴하는 건 아닙니다. 사실 사람으로 만들어 주죠. 새로운 시각을 가르쳐 줄 수 있어요.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줍니다. 죄책감은 그리 나쁜 게 아니에요. 우울함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 삶이란 늘 기분 좋은 게 아니지요. 반짝거리고 좋은 것들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인간의 삶에서 불필요한 경험은 육체적 고통밖에 없어요. 육체적 고통에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니까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서도 뭔가를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중략) 피치 못할 사실을 인정하면 아주 작은 보상이 있어요. 인간의 정신은 그런 거죠. 아마 제 글에도 그런 것들이 많이 등장할 겁니다.
p.132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신기한 것들을 깨닫게 되는데, 그 중 하나는 실제 삶에서 거짓을 알아볼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아마 글을 쓴느 내내 이 글이 믿을 만한 것일까. 내가 쓰고 있는 이야기가 정말로 진실일까. 계속 자문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다 보니 누가 평범하고 사소한 선의의 거짓말만 해도 갑자기 깜짝 놀라게 되죠. 거짓말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니까요. 소설에 그런 말을 쓴다며 통하지 않을 테니까요.
p.137
제가 아직 조각을 아직 몇 점 가지고 있는데, 아직도 마음에 안 들어요. 방향을 바꿨더니 막다른 길에 다다랐던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죠. 결국에는 괜찮아질 거라고 믿습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은 결국 다 좋은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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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0월
피터 캐버너와 인터뷰 공동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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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엑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