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감정은 평소와 다르게 요동치고 있다.
제어할 수 있다 란 생각을 하던 때였다.
아빠를 멀리하고 떠나야 내가 산다.
없다는 걸 깨닫고 수면 위로 올라갈 때이다.
나의 아가미는 생존을 위해 숨 쉰다.
아빠의 빈자리는 나를 숨 막히게 하지만
더 이상 애처럼 굴 수 없다.
없는 건, , 없는 거다.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여기서의 생활도 적응했으니,
내가 살던 곳으로, 내가 있던 곳으로,
과거의 나를 만나러, 수면 위로, 저위로,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싶다.
웃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싶다.
그저 이대로 하루를 버텨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싶다.
나는 무엇을 향해 생존해야 하나,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디가 내가 갈 곳이며 또 어딘가가 내 안식처일까,
아가미는 생존을 위해 숨을 쉬지만, 나의 몸은 갈 곳을 잃었다.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엄마는 아들 둘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했지만,
인간의 몸은 소비된다.
부러지고, 다치고, 아물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회복이 더디다.
무릎이 안 좋아지셨고, 집에 돌아오시면 끙끙 앓는 소릴 내셨다.
엄마의 발을 주물러드린다,
어깨는 벽돌처럼 단단해졌고,
아무리 주물러도 괜찮아지질 않았다.
엄마와 편안하게 대화하던 때가 언제였더라,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어디다 둔 건지, 보이질 않았다.
정적만이 흐를 뿐이었고, 방안에 사람은 둘이었지만,
누구도 먼저 말을 걸거나, 시도하지 않았다.
엄마
"응"
이대로 괜찮을까,
"아휴..."
엄마의 한숨은 방안 공기를 뒤집었다.
차디찬 바람이 부는 방안이었는데,
이젠 동상이 걸릴 정도로 차가워졌다.
아빠 안 그리워?
"보고 싶지, "
아빠는 엄마한테 잘 못해줬잖아, 틈만 나면 욕하고, 싸우고,
"그래도."
그래도?
"지금까지 함께해 왔잖니, "
"어떻게 잊니 그걸, "
"그 세월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
좀 있으면 아빠 기일이네,
그날 저녁도 무사히 넘어가고, 그다음, 그다음 날도, 무탈하게 흘러갔다.
의미 없이,
사람들은, 어른들은 착각한다.
조용해졌다고 철이 든 것이 아닌데,
나는 조용해지지 않았다.
많이 떠들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놀 수 있다,
근데 그 이유가 없을 뿐이다 내겐,
다른 애들보다 일찍 혼자가 되었던 거뿐이고,
다른 애들보다 먼저 감정을 잃어버렸던 거뿐이고,
다른 애들보다 빠르게 마음을 아파본 것뿐이다.
그 나이대에 버틸 수 없었던걸 느껴서, 지금의 나로 존재하는 건데,
버티고 보니까, 열심히 해보려니까, 지푸라길 잡아보려니까,
막상, 나는 뭘 위해 살아야 하는지 , 잃어버린 것 같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려가며 지냈다.
한 달 정도 흘렀을까, 갑자기 살을 빼고 싶어졌다.
내 몸은 살이 많이 쪘고, 잘 움직이질 않아 호흡이 가빠졌다.
동네 아는 우리 형 친구분과 함께 러닝을 뛰었다
5km를 쉬지 않고 뛰는 것,
내게 정말 지옥 같은 시간들이었다.
돌아오면 토를 하거나, 많이 힘들어했다.
그 형은 천천히 기다려주면서 될 때까지 도와줬다.
그렇게 1주, 2주, 3주,.. 한 달이 되었다.
나는 한 달 만에 14kg가 빠졌고, 눈에 띄게 좋아진 모습이 보였다.
주변 사람들도 내게 살이 왜 이렇게 빠졌냐며 칭찬을 하셨다.
자신감이 생기는 걸 느꼈다. 그 지옥 같은 것도 더 하고 싶어서,
섀벽에 산책도 나왔을 정도로, 욕심부렸다.
어느 날 이곳에 머무르기 며칠 안 남으신 형 과 마지막 운동을 하였다.
평소보다 더 잘 뛰어졌고, 이제 서포팅이 없어도 괜찮았다.
"오늘은 여기서 담배 피울까?"
좋지~
형과 아빠에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 나누었다.
잊은 척 괜찮다고 얘기했지만, 나의 두 눈은 바다를 볼뿐이다.
"그때, 아버지 임종하시기 직전에 있잖아, 너 없었다며?"
맞아, 그때 게임방에 있었어.
"너희 형이 왜 그렇게 화를 낸 거냐면, "
"단순한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너희 아버지는 임종 직전에 한번 깨셨어."
뭐라고?
"너희 형이 본거대로 얘기해 주자면, 아버지가 벌떡 일어나서 누굴 찾고 있었대, "
진짜?
"두 눈을 부릅뜨고 좌우를 살피시며 누군갈 찾는듯한 행동을 취하셨다는데, "
"이후로는 없는 걸 확인하시곤 다시 누우시고, 일어나지 않으셨대, "
"그게 아마 널 찾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서, 너희 형도 그렇게 생각하던데, "
담배를 다시 물었지만, 눈물과 함께 삼키기엔 벅찼다.
피고 있던 손을 바라보며 , 땅을 치고 후회할 눈물이 몰아쳤다.
내가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그건 아무도 모르지, 하지만 원망 안 하실 거야, "
"넌 잘못한 게 아니야, "
"괜찮아 인마, 잘하고 있잖아."
형이 내 등을 두드렸다. 한참을 울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뛰었지만,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뛰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멈추고 싶지 않아서,
그 안에 머물고 싶지 않았기에,
형보다 앞서 뛰었다. 숨이 차도,
생존을 위해,
확실히 체중이 감소하니
아침에 일어날 때도 찌뿌둥하지 않았고
몸이 가벼움과 동시에 자신감이 생겼다.
몰라보게 달라진 나를 보고 사람들은
칭찬했다.
이래서 자기 관리가 중요하구나,
나를 사랑해야, 나에게 엄격해야
좋아해 주고, 사랑해 줄 수 있구나,
외적에 대한건 신경 쓰지 않았었는데,
칭찬이란 것에 목말라
더 신경 쓰이고, 먹고 싶은 것도 먹기가 싫었다.
나를 보든 말든, 상관 안 했었던 내가,
더 멋있게 보이려, 예쁘게 보이려 노력한다.
몇 달이 지나 살은 계속해서 빠져갔다.
30킬로를 감량하고 꽤나 볼만한 수준까지 왔다.
그러나 부족했고,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각한 대로, 감행했고, 몸은 더 날씬해져 간다.
달라졌다가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다.
엄마와의 마음의 문을 여는 게 우선이었지 않았을까,
그걸 알면서도 다가가지 못했던 건, 두려움이었을까,
뛰는 순간엔 머리가 새하얘져서, 아무런 생각도 안 나,
그게 편했고, 좋았었나 봐,
마음의 문과 반대편의 길로 뛰었다.
뛰다 보니, 어디까지 왔는진 모르지만,
어두웠던 문에서 벗어나 새파란 하늘을 보니,
괜스레, 시원하고 후련한 느낌,
근데,
왜 무섭지,
여기까지 일까 봐?
왜 무섭지,
여기까지 일까 봐?
여태 엄마가 건네왔던
손을 뿌리치고 도망쳤고,
엄마가 전해준 말에
대해선 귀를 막았다.
날 아직 안 놓았을까,
포기 안 했을까,
돌아오면 반겨줄까,
당연히 그러길 바라는 건
내가 오만한 게 아닐까,
독립하고 싶다.
저 멀리 사라지고 싶다.
이젠 다시 혼자가 되어도. 괜찮을 거 같으니까,
그리고, 그 확신은 조금뒤 명확해졌다.
도대체 엄마가 날 뭘 위해 해줬는데?
아 진짜.. 난 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거야?
나도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면 좋겠어,
지긋지긋한 가난 속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아빠가 있나 없나, 상황은 똑같아,
매일 엄마 아빠는 우리들 보는 앞에서 욕하고 싸우고,
자식들에게 참 좋은 거 보여준다 그렇지,
내가 그런 거 보고 자라질 말았어야 했어,
“…”
말았어야 했어,
그러질 말았어야 했어,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매일 부딪힐 바다였었던 게,
해일이 되어 되돌아온 것이었다.
수면 위 서있던 선박은 침몰되고,
많은 자재들이 부서지고 있었다.
대화의 부재로 인한 불만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엔 내가 폭발하였다.
확 김에 담배라도 피우려 식당 문 앞을 나가려는 순간,
쿵,
“일어나 봐, OO아 일어나 봐,”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아니야,
아니,
아…
내가 말을 할 때도 고개를 푹 숙이고 머리 아파했던 엄마가 결국엔 쓰러졌다. 내 눈엔 식당 이모가 간신히 의자를 부여잡고 최소한의 충격으로 가해지도록 도와주시고 계셨다.
“제가 할게요.”
나는 엄마를 바로 업고 뛰었다.
이 섬엔 병원이 없어서, 119를 불러야 했다.
그리고 엄마는 바다 위 병원으로 향하는 구조 선박에서 눈을 뜨지 않았다.
발은 동동 구르고, 마음은 복잡해진다.
혈압이 비정상 적으로 높게 찍히는걸 눈으로 본다.
엄마가 숨을 가쁘게 쉬는걸 두 눈으로 본다.
절망적이다.
비극적이다.
병원에 응급환자로 입원된 엄마의 상태는 안정되었다.
몇 시간 후 엄마는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힘없이 나를 바라보시는 엄마의 두 눈이 촉촉하게
물들여지는걸 두 눈으로 본다.
죄책감에 나는 엄마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미안하단 말을 입에 담지 못했다.
엄마가 입을 열었다.
“아들아,“
“응,”
“엄마가 생각하기엔, 우리 둘은 좀 떨어져서.. 지내야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응..”
“엄마가, 너무 힘들다 이제, 다 포기하고 싶어. “
“응……”
“미안..”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병원 밖을 나왔다.
흡연구역에서 링거 꽂은 사람들과 함께
담배를 피운다.
“병문안 오셨어요?”
“어디 사람?”
사람들이 내게 질문한다.
나는, 안 들린다. 무시했다.
이젠 나도 잘, 모르겠다.
곧이어, 형이 왔다.
정말 오랜만에 보게 되었다.
전역한 지 꽤 되었는데, 우린 말 한마디 없었지,
아직은 어색하다. 많이, 그 이후로,
“담배하나 줘봐,”
나를 본 형이 말하였다.
쭈뼛쭈뼛 담배를 꺼내 한 개비를 줬다.
불도 붙여주면서,
“엄마 왜 그러는데, 왜 안 좋은데,”
“나 때문이지 ,”
원망 서린 눈빛과 함께 형이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넌 씨발 안 되겠다. 집 가서 보자.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병문안을 마치고, 형과 나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 잡히는 긴 봉이면 충분했다.
형은 그걸로 날 패야 속이 후련할 것이다.
“넌 진짜 쓰레기다.”
“알아,”
“내가 엄마한테 잘해라 했지,”
“…”
“왜 형이 얘기하는 건 하나도 안 들어주는데,”
“그거야, 아무도 내편이 없었잖아,”
“내가 팔에 칼을 왜 그었는지, 왜 마음 힘들어하는지,
아무도 관심 가지고 내게 말 안 건네었잖아, 맞잖아? “
“그냥 때려, 죽여줘”
“넌 진짜 주둥이 닥치고 살아라, 사람 되려면,”
형은 쥐고 있던 봉을 던지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힘없이 누워 잠에 들었다.
다시 깊이 내려가는 걸까,
어떡하지, 진짜,
나,
우리 엄마,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