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나답다는 것

by 유빈

단단한 돌은 곧 내가 된다.

내 머리 위 흐르는 물은 여러 사람들,

때로는 부드럽게 흐르지만,

어느새 강하게 흘러 날 조각낸다.


그럼에도 도망갈 수가 없어서,

꿎꿎이 그 사이 언저리에 고정된 체

내가 망가져 가는 모습을 내 두 눈으로 본다.

반복된 부딪힘 끝에 나는 다른 형태가 되어있다.


자갈이 되어 눈을 뜬다.

자갈이 된 나는 돌이 아닌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자갈이 되어도 넌 돌이야,


너는 변한 게 아니야, 너는, 너 그대로 지금이야.

너는 하천의 든든한 바닥이 될 수 있고,

수생 동물들의 서식지가 되어주며,

도로가 되어, 공원이 되어, 사람들 사이에서도 존재해,


원초 적인 부분은 바꿀 수가 없다는 거야,

네가 사람이라면, 마냥 웃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

가끔은 깨져도, 넘어져도, 변해도,

본질은 깨지지 않아, 변하지 않아,


다시 웃을 수 있으니까,


밝은 날씨야 좋기야 하지,

사람들은 몰라, 흐린 날씨도 아름답다는 걸

늘 빛나야 한다는 착각은 우리를 지치게 만들지,

흐린 날씨가 있기에

떠오를 여명에 의미를 남길 수 있는 거야,


그간 너무 오래 참았지,

너무 오래 버텨왔고,

너무 오래 강했기 때문에

무너져볼 수 있는 거야,


살아내려 애써줘서 고마워,

나날들의 무게에 눈물이 흐를지라도,


괜찮아, 2등이면 뭐 어때,

넌 최선을 다했어.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고생했어.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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