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덧없는 죽음과 세상의 먼지

by 유빈

허황된 꿈이라 생각하게 되더라고,

북적이는 사람들 속 잡초 같은 난,

언젠가 제초기에 갈려 형체를 잃은 채

멀리 바람 타고 사라지려나,


아님, 민들레가 되어

홀씨를 타고 정착한 땅을 딛고 피어날

꽃이 될까,


치열한 사람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도망치듯 뛰는 저 사람들,


따라가야 해,


따라가야 하는데,


하는데,


그게 잘 안돼,


너무 잘 안돼,


보란 듯이 안되어버려,


향기에 이끌려 껴안은 꽃은 장미였어,

그렇게 유혹은 날 품고 관통하겠지,

가슴에 뚫린 구멍들 사이론 뭐가 보이니,


흐르는 피는 낭자하다.

내리는 비가 무거워

고개를 숙인 채 걷다,


이내 빠르게 무너지겠지,

시야가 흐려져,

무언가 지나간듯한 하얀빛이 머리를 스쳤네,

생각하는 게, 생각이란 게, 세상이란 게, 귀찮아진다.


나는 지고 있다.


그렇게 나는 지고 있다.


진다.


이 세상과 작별한다.


달이 진다.


내 눈이 감긴다.


그렇게 또, 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조금만, 그대 있는 곳으로, 돌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