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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변신

by 유빈

헤엄쳤다.


부서지도록,


그런데, 붙잡힐 것 같아,

.

.

.


헤엄쳤다.


반쯤 뜯겨나간 내 살점,


아픈데, 죽고 싶진 않아,

.

.

.


헤엄쳤으나,


결국 따라 잡히고 말았다.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

.

.

그리고 죽었다.


멍한 감각이 죽음을 확실시해 준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내 살점이 보인다.

천적은 나의 눈을 먹는다.

눈앞이 흐릿한데,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어둠,


헤엄치지 않았어도,

어쩔 수 없는 운명이란 게,

죽음까진 바꿀 수 없었나 보다.

그런가 보다.


“왔구나”


“엄마, 진짜 아팠다고요,”


“어땠니,”


“빌고 빌어도 소용이 없었어요,”


“그랬구나,“


“다시 하고 싶지 않아요,”


“이번엔 어디로 가볼까,“


“일단, 엄마 품에 안겨있을래요,”


소년은 엄마의 품에서

한참 진정 중이었다.


꿈이려니 꿈이 아닌 것 같지,

변덕쟁이 물고기야,

깜빡 속을 뻔했잖아.


바보.


난 가끔 물고기가 되었다가

천사가 되고, 악마도 되면서,


너도 될 수 있고,


뭐든 될 수 있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언제든지,


그런데 너희들은 못되지, 안되지,


소년의 말은 기포가 되어 터져 올랐다.

손톱은 비늘처럼 벗겨지고,

심장소리는 물속에서 나지막히 들려간다.


나는 물고기,


변덕쟁이 물고기.


헤엄치는데도,


모두가 나를 사람이라 부를 때,


나는 변덕쟁이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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